ESG 평가는 친환경 평가 아니다
기업 간 온실가스 배출 총량 정확한 비교 불가
전기자동차 제조 단계 친환경적이지 않아
1년 만에 S&P ESG 500 지수 재편입한 테슬라
ESG 평가 염두에 둔 다각적 조치가 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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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평가는 환경 평가 아냐
일론 머스크의 반응은 당연하다. 전기차 제조 기업이 정유 회사나 담배 회사보다는 친환경에 가깝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ESG’라고 하면 환경만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ESG ‘평가’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모두 총괄해 평가한다.당시 테슬라가 ESG 지수 상위권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 등에서 제기된 인종차별, 노동조건 악화, 작업장 안전문제 등 사회적 논란이 핵심이었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사고 리스크도 평가에 악영향을 줬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ESG가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우후죽순 발생하는 자율주행 사고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9년, 미국 법원은 자율주행 사고에 대해 테슬라의 일부 사고 책임을 물어 징벌적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한편 기업의 ESG 성과보다 의지나 노력 자체에 대한 평가도 존재한다. 저탄소 이행 전략 부족과 윤리경영 정보공개 미흡 등은 테슬라의 ESG 의지 부족으로 여겨졌다. ESG의 다양한 평가 요소를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정유 회사나 담배 회사도 테슬라보다 높은 ESG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간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의 한계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 차원에서는 무조건 전기차 생산 기업인 테슬라가 정유 회사나 담배 회사보다 나을까.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관련 스코프(Scope) 개념을 알아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범위는 Scope 1, 2, 3으로 구분된다. Scope 1은 기업 내부 자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기업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있다. Scope 2는 기업이 제3자로부터 구매한 에너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다. 전력이나 가스 등 기업이 끌어다 쓰는 에너지가 해당한다. 여기까지는 범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측정도 크게 어렵지 않다.그러나 문제는 Scope 3이다. Scope 3는 기업활동으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 배출 중 Scope 1과 2를 제외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외부 협력사의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포함해야 한다. 협력사로부터 구매하는 주요 원자재나 운송 등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포함된다. 임직원들의 출장과 통근에 사용되는 교통수단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역시 대상이다. 심지어 기업의 생산품을 소비자가 가공·사용·폐기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포함된다. 즉 기업 가치사슬의 거의 모든 행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한눈에 봐도 Scope 3를 측정하는 작업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인다(표 1 참고).

Scope 3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앞서 소개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제품 사용자 모두에게 사용량을 물어보거나, 전 제품에 사용량 추적 장치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IT 기기는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다. Scope 3의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협력 업체 생산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건 더욱 어려운 문제다.
Scope 3 배출량은 추정에 의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는 최소 3차(tier) 이상의 협력 업체가 존재한다. 수치로 보면 수만 개다. 이 모든 협력 업체가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심지어 각 업체의 개별 생산품마다 배출량이 요구된다. 한 업체가 A·B·C 세 가지 부품을 생산하고, A는 삼성전자, B와 C는 현대자동차에 납품한다면 각 부품별로 온실가스 발생량을 산정해야 두 대기업의 Scope 3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업체의 생산품이 A·B·C 세 종류밖에 없을 리 없다. 수만 개 중소기업에서 이를 측정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결국 Scope 3 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추정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합리적으로 추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수를 사용하는지, 표본의 크기는 어떤지, 데이터 정확성 등 여러 요소가 중요하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 문제는 이 Scope 3 배출량 산정 방법이 아직 표준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카테고리가 포함돼야 하는지 큰 개념적 틀은 잡혀 있으나 실제 산정 방식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다.
기업들은 본인들이 사용한 산정 방식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외부 검증이 아직까지는 피상적 수준에서 이뤄진다. 몇몇 대기업을 빼면 Scope 3를 제외하고 1, 2만 공개하는 기업이 태반이다. 대기업 중에서 Scope 3 카테고리 15개 중 현실적으로 산정 가능한 유형만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축소하거나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위해 이러는 것이 아니다. 명확한 기준과 의무가 없을뿐더러 현실적으로 산정이 너무 어렵고 비용 소요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간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평가가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평가 기관 입장에서도 에너지 전환의 과도기인 현재 시점에서 화석연료 산업을 나쁘게만 평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여전히 화석연료가 널리 사용되고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산업에서는 자신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타 측면에서 ESG 개선 노력에 심혈을 기울인다. Scope 3 결과 역시 아직 신뢰할 수준이 아니므로 평가 기관은 기업의 실제 성과(온실가스 배출량)보다는 과정(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더 비중 있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테슬라는 정말 친환경 기업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다른 회사를 비난하며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만큼 ‘충분히’ 친환경적일까.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은 크게 제조 단계와 운행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운행 단계에서 전기차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조 단계에서는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약 1.5배 이상 많다.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 운행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전력 생산 단계에서 어떤 발전원을 많이 사용하는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진다. 태양광이나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전력을 생산한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내연기관차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 역시 주요 발전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는 원료 생산부터 제조, 운행, 폐기까지 고려하는 전과정평가(LCA) 결과에서 내연기관차와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가 많게는 200%, 적게는 30%밖에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충분히’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어 보인다.

테슬라는 ESG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23년 다시 S&P ESG 500지수에 편입됐다. 뉴시스
테슬라의 재편입, 머스크의 큰 그림
ESG 평가 요소의 다양성, 기업 간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의 어려움, 전기차가 친환경 측면에서 지닌 약점 등을 고려하면 일론 머스크의 발언은 틀렸다. 세계 최고 부자이자 천재인 그가 나도 아는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국면 전환을 위한 쇼맨십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수 퇴출로 인해 테슬라는 2022년 5월 약 2억 달러(한화 약 2800억 원) 손해와 6.8% 주가 하락(약 98조 원)을 정면으로 감당해야 했다. 신용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쳐 자본조달 비용 역시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가장 큰 타격은 그간 쌓아온 테슬라의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였다. 기업을 이끄는 CEO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머스크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며, 그 발언의 효과도 긍정적이었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 S&P는 성과 지표 비중을 강화했고, 테슬라와 같은 에너지 전환 기술혁신 기업에 가점을 부과했다. 테슬라도 ESG 평가를 위해 ESG 관련 정보 공시, 공급망 관리, 다양성 확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조치를 취했다. 1년 후인 2023년 6월 테슬라는 S&P ESG 500 지수에 재편입됐다. 머스크의 큰 그림이 통했다. 대단한 기업가임은 틀림없다.
앞서 필자는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말했다. ESG가 사기라는 그의 비판에서 타당한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이 ESG를 사기로 여기게 만들까.

● 1983년 출생
● 포항제철고등학교 졸업
● 성균관대 중어중문/경영 졸업
●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 現 솔루티드(주) 대표(중소기업 ESG 컨설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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