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호

코인으로 3억 벌고 “한 번만 더” 외쳤지만…

[Special Report② | 아! 부동산…2030은 왜 분노하는가] 서울 자가 아파트 꿈꾼 암호화폐 투자자

  • 직장인 송모(34) 씨

    입력2025-11-2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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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금리인상기 암호화폐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은 7월 23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뉴스1

    2022년 금리인상기 암호화폐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은 7월 23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뉴스1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때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던 차에, 세상 모든 사람이 주식과 코인 이야기를 했다. 게다가 주변에서 “이더리움으로 몇 배를 벌었다” “도지코인으로 몇 천만 원 벌었다” 하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투자는 점점 인생의 중심이 됐다.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손대는 것마다 수익으로 돌아왔다. 2021년 한 해에만 3억 원 넘게 벌었다. 통장 잔고에 숫자가 커질 때마다 ‘이제 좀 살 만해졌다’는 안도와 ‘이걸로 서울에서 집 한 채는커녕 전세보증금밖에 안 된다’는 고민이 교차했다. 그 시절은 코인만 오른 게 아니었다. 부동산 역시 미친 듯이 올랐고, “서울 시내 아파트 가격이 수천만 원씩 뛰고 있다”는 기사가 매일 쏟아졌다. 2021년 연초 29억 원가량이던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 전용 84㎥는 연말엔 37억 원 가까이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모든 자산의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준 잠깐의 행운을 ‘실력’이라 착각해 수익이 영원할 거라 믿었다. 어리석게도 서울 아파트를 꿈꾸며 “한 번만 더”를 외쳤다.

    2022년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고, 코인은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났고, 그간 벌었던 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집값은 조금 내려갔지만, 수중에 현금이 없었다. 매수 기회가 왔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손에 쥔 돈이 없으니 아무 의미가 없었다. 왜 돈이 있을 땐 집값이 오르고, 집값이 내릴 땐 돈이 없을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락장에는 몸을 사려야 한다. 하지만 이미 큰돈을 만져봤고, 그 기억이 다시 코인 거래소 앞으로 이끌었다. ‘다른 기회가 올 거야’ ‘이럴 때가 부자들이 돈 버는 시기지’ 자기합리화를 하며 시장에 들어갔다. 손실을 빠르게 만회하고 싶었기에 더 큰 리스크를 택했다. 바로 코인 선물이었다. 

    “코인 고수 ○○는 반포에, ○○는 성수에 아파트 샀다”

    코인 선물은 당첨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긁는 복권’ 같았다. 순식간에 수익금과 손실금이 몇 백만 원씩 오갔다. 가격이 단기간 급등락하자 수 차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고, 남은 돈마저 사라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코인 시장은 조급한 사람들의 돈으로 유지되는 모래성임을. 마지막 남은 돈까지 잃고서야 강제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약간의 미련은 남았고 밤마다 차트를 보며 지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코인 시장의 분위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도 서서히 회복됐지만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서울 아파트 값이 그사이 수억 원이 더 올랐기 때문이다. 아무리 벌어도 집값은 더 빨리 올랐다. 남은 것은 허무함과 피로감이었다. 24시간 열려 있는 코인 시장은 기회도 그만큼 많지만 스트레스도 더 컸다. 몇 년간의 코인 트레이딩으로 피로감은 쌓여갔고 아파트는 멀어져 갔다. 코인 매매를 그만두고 근로소득에 집중하자니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진다. 심지어 원화 가치와 노동 소득의 가치는 더 내려갈 것이란다.

    탐욕 때문에 코인에 빠졌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크게 작용했다. 부동산이 오르고,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청약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조급함은 결국 나를 더 깊은 피로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와중에 “코인 고수 누구는 반포에, 누구는 성수에 아파트를 몇 십억 원 주고 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나는 그간 눈여겨보던 서울 외곽의 소형 평수 아파트조차 살 수 없다. 심지어 그 아파트는 지금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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