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성과 가린 조희대 청문회
APEC 성과도 ‘재판 중지법’에 가려질 뻔
‘재판 중지법’ 논란, 李 대통령 사법리스크만 부각
국민 원하는 새 정책의제 발굴도 순탄치 않아

8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그렇기에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그가 오랜 기간 백악관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8년간 부통령으로 백악관에서 근무했다. 더구나 부통령이었기 때문에 언론 노출도 잦았다. 미국 국민은 그가 매우 오랫동안 집권한 듯한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런 이유, 즉 ‘익숙함’과 ‘식상함’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은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부시·오바마와 유사한 李 대통령
미국 대통령 중 지지율 변동 폭이 가장 적은 대통령은 오바마였다. 많은 한국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인기가 가장 많았던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틀린 평가다. 실제로 재임 기간 내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중반에서 50% 초반을 오가는 수준이었다. 여론조사의 오차범위까지 감안하면, 지지율이 일정했다고 할 만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지지율이 일정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많은 이들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양극화가 미국보다 훨씬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에는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우리나라보다 심했다. 특히 오바마 재임 시절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매우 심각했다.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유색인종 대통령이 탄생했으니, 그에 대한 호불호는 뚜렷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즉 오바마 대통령을 싫어하는 층은 그가 무엇을 하든 지지하지 않았으며, 반대로 그를 지지하는 계층은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고 오바마케어 같은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에 그를 꾸준히 지지한 것이다. 이처럼 고착된 지지와 반대 구도 속에서는 지지율이 거의 일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을 언급하는 이유는, 현재 이재명 대통령이 이들 미국 두 전직 대통령과 유사한 측면을 지니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유사한 측면은 국민은 그가 매우 ‘오랫동안’ 권력을 누렸다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반년이 조금 더 됐지만, 그는 집권 전부터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21대 국회부터 민주당은 국회 의석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야당 시절부터 행정부를 능가하는 입법권력을 행사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국민은 이 대통령을 ‘새로운’ 대통령 혹은 ‘신선한’ 대통령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측면은 정권 초반임에도 정권 중반기 이후에나 나타날 법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국민이 이런 인식을 가질 경우, 정치권이 이를 간파하고 국민의 심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이를 보여준다.
이 대통령이 미국에서 첫 번째 정상회담을 마칠 즈음, 민주당은 조희대 청문회를 개최하겠다며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외교 성과를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노력이 민주당의 조희대 청문회 덕분에 완전히 묻혀버린 셈이 됐다. 검찰개혁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은 검찰개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자신들의 일정대로 이른바 검찰개혁을 밀어붙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입버릇처럼 “검찰 폐지를 추석 선물로 국민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의 구상대로 진행된 것이다. 검찰 폐지 법안이 통과되자, 이번에는 보완 수사권 문제를 검찰에 계속 부여할 것인지가 논란이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검사장이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은 정권 초에는 좀처럼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재판 중지법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재판 중지법도 그 사례다. 얼핏 재판 중지법은 이 대통령을 위한 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재판 중지법이라는 법 자체가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국민에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재판 중지법을 추진한다면, 대통령이 무죄라고 생각했던 국민마저 진짜 무죄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시금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상기하게 만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통령으로서는 재판 중지법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민주당 지도부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통령실이 나서 재판 중지법 추진을 ‘중지’시킨 것이다.둘째, 어차피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재임 중 재개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돕고자 한다면, 민주당은 공소 취소를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재판 중지법만을 외치고 있으니, 대통령의 심중은 매우 복잡할 수 있다. 셋째, 이처럼 대통령에게 실질적 이득을 제공하지 못하는 법안을 들고 나오면, 모처럼 성과를 알릴 수 있는 APEC의 외교 업적이 완전히 가려질 뻔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외교 성과를 알리고자 할 때 국내 정치로 이런 성과가 가려질 뻔한 경우가 이번까지 합하면 두 번째이니,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대통령이 과거 직접 영입한 인사를 컷오프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친명계 유동철 동의대 교수가 컷오프된 것인데, 이에 반발한 유 교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명분 없는 컷오프”라며 “정청래 대표가 ‘컷오프 없는 100% 완전 경선’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당원의 피선거권과 선택권이 철저히 배제됐다”며 “공정하지 않은 면접으로 민주주의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몇 달 후에 있을 지방선거 공천 과정의 전초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본인은 부정하지만, 자기 정치를 한다는 의심을 받는 정청래 대표와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명계 간의 공천을 둘러싼 본격적인 권력투쟁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현상 역시 정권 초반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대통령이 민주당의 안정적 지원을 받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여당이라면, 특히 정권 출범 초기의 여당이라면 대통령을 전적으로 뒷받침하고 동시에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며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피커가 돼야 하는데, 민주당 일부 인사가 오히려 스피커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고립무원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지지율 관리가 필수적인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바로 이런 측면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유사하다. 두 대통령의 공통점은 당 내부에서 주류가 아닌 아웃사이더라는 점이다. 또한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 역시 미국 못지않게 정치적으로 양분돼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피부색 때문에 아웃사이더가 됐지만, 이 대통령은 사법리스크 혹은 ‘변방의 정치인’이라는 점이 아웃사이더가 된 원인이라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어쨌든 이러한 아웃사이더가 권력을 잡게 되면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층은 대통령의 모든 면을 수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잘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물론 이 대통령에게는 열성 지지층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열성 지지층은 전체 유권자 4440만 명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만 의존해서 대통령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재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이들 열성 지지층의 존재보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한 ‘내란’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李 대통령, ‘반사체’ 아닌 ‘발광체’ 돼야
이러한 맥락에서, 현시점으로만 보면 이 대통령이 아무리 성과를 내도 지지율이 60% 중반을 넘기가 어렵고, 또 지지율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40%대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일정한 지지율 유지를 위한 전제 조건은 ‘내란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것이다. 만일 ‘내란의 효과’가 약화되면, 그때는 일정한 지지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지층은 이탈하고, 반대하는 층은 계속 세력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벌써 ‘내란’이라는 단어에 대해 국민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대다수 국민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거의 수식어처럼 ‘내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니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타당한 주장이라도 매일 강조하면 거부감이 생긴다는 사실을 민주당이 간과하는 것 같다. 어쨌든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 역시 이 대통령을 또 한 번 불리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이제 ‘내란’이라는 반사이익에 의존하는 ‘반사체’가 아니라 스스로 ‘발광체’가 돼야 한다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내란’이라는 주제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재판 1심이 종결되면 그때 ‘내란 효과’를 다시 한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효과가 지방선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내란과 관련한 또 다른 변수도 존재한다. 만일 국민의힘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거나 내란에 반대했던 인사를 당대표로 선출한다면, 내란 프레임은 조기에 종식될 수 있다. 지금도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내란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한 당대표의 이미지가 쉽게 변화하기는 어렵다. 정치에서 때로는 사실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한번 형성된 이미지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엄에 반대했던 인사의 등장이 필수적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날에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란’과 관련된 일종의 수혜가 사라지면, 대통령은 새로운 정책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의제 발굴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문제다. 경제가 호전되면 모르겠으나, 지금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부동산 문제도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오히려 서울 전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서울 지역의 민심이 정권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교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지금 정부는 핵잠수함을 정책의제로 삼고 싶을지 모르지만, 이 역시 상당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미국이 바라는 바이지만, 국내보수 세력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정책의제 발굴은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럴수록 대통령은 민주당에 대한 장악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다음번 전당대회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는 워낙 역동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의 고민은 당분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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