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호

“희토류 경제성 있다? 대국민 기만극이다”

한국 희토류 광맥의 불편한 진실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입력2011-07-19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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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50년 사용할 희토류 광맥 보도는 ‘일장춘몽’
    • 품위 낮고 가격 하락 예상, 환경문제도 고려 안 해
    • 외국 광산회사 회장들, “한국 희토류 경제성 없다”
    • 탐사단장 보직 해임…“MB, 희토류 관심 가져 문제됐다”
    • 지질자원연구원, “희토류 얘기할 때 아니다” 쉬쉬
    • 원장 연임 위한 ‘희토류 띄우기’… “있을 수 없는 일”
    “희토류 경제성 있다? 대국민 기만극이다”

    희토류는 주로 방사능 물질과 섞여 있어 방사능 탐지기로 암석층을 찾아낸다.

    한동안 들떴다. 우리나라가 30~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희토류 광맥이 발견됐다는 뉴스 말이다. 장호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자연) 원장은 6월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과학기술포럼·국회디지털포럼 공동 토론회’에서 충주와 홍천에서 희토류가 섞인 2360만t 규모의 광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희유금속 확보 방안’에 대해 기조 강연을 하는 자리였다. 그는 1100만t 규모의 충주 광맥(폭 30m, 동서 길이 2㎞)에는 7만1500t가량이, 1264만t 규모의 홍천 광맥(폭 23m, 남북 1.2㎞)에는 7만6000t가량의 희토류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평균 품위는 충주 0.65%, 홍천 0.6%. 앞서 국내 언론은 “최소 30년, 최대 50년 사용할 수 있는 ‘희토류’ 광맥이 발견돼 한 해 3000t 규모의 희토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지자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광맥에 철광석 등이 많이 있어 개발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소개했다.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Elements·REEs)는 비철금속 광물로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 열을 잘 전달해 반도체나 2차전지 등 전자제품에 필수 재료다. 란타늄(La, no 57)부터 루테튬(Lu, no 71)까지 란탄계열(lanthanoids) 15개 원소와 스칸듐(Sc, no21), 이트륨(Y, no 39)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희토류는 등산 램프용 가스맨틀(mantle)과 라이터 부싯돌에서부터 휴대전화와 LCD TV, 자동차, 미사일, 전투기 등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1979년 소니(Sony)의 워크맨(walkman)이 탄생한 것도, 희토류인 사마륨(Sm)으로 만든 자석 때문에 가능했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Prius) 1대의 모터에는 네오디뮴 1㎏, 니켈수소 배터리에는 란타늄 10~12㎏이 사용된다. 희토류가 ‘녹색산업의 필수품’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이유다.

    2010년 9월7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의 충돌로 양국간 영유권 분쟁이 수면으로 떠오르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꺼냈다. 일본은 체포한 중국 선장을 즉각 석방하고 백기투항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희토류가 ‘떴다’. 정부는 ‘희유금속의 안정적 확보 방안’을 발표하고 희토류를 신전략광종으로 선정하는 등 잰걸음을 시작했다. 지자연도 희토류를 찾기 위해 지난해부터 홍천, 충주, 울진, 단양 등 11개 지역에서 광화대 탐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30~50년 사용 가능하고 경제성까지 갖춘 ‘희토류 광맥 발견’ 소식은 국민에게 큰 기쁨을 던져줬다.

    희토류 광맥 발견의 기쁨

    “희토류 경제성 있다? 대국민 기만극이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정부 출연 연구원이 노력 끝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희토류 광맥을 발견한 사실은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문제는 광맥 발견이 곧 경제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발견과 채굴은 하늘과 땅 차이다. 언론에는 처음 발견한 것처럼 비춰졌지만, 홍천과 충주 지역의 희토류 광맥은 이미 20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여러 차례 탐사를 했지만 품위가 낮아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곳이다. 경제성은 정밀탐사와 매장량 산출, 광업권과 탐사기술을 민간에 이전한 뒤 마지막 정밀탐사를 해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시나브로 의문이 생기는 대목.



    이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기자는 지자연에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했지만, 지자연 측은 “희토류 문제는 지금 말씀드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분명 박수 받을 일을 한 지자연이 희토류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사 후반부에 다시 다루기로 하자.

    해당기관이 입을 다문 상태에서 그동안의 언론 보도와 장호완 지자연 원장의 국회 토론회 발표 자료, 질의·응답 속기록, 국내외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희토류 광맥의 경제성을 먼저 따져보자.

    희토류 광맥을 발견했다고 해도 생산단계 진입을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앞서 말한 경제성과 환경문제다. 희토류 개발의 경제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희토류를 함유하고 있는 원광(原鑛), 즉 모나자이트(monazite), 제노타임(xenotime), 바스트네사이트(bastnaesite) 등의 광석에서 희토류가 차지하는 품위(grade)가 높아야 한다. 광석 중 희토 함량은 희토류 산화물(REO·Rare Earth Oxide), 전희토산화물(TREO·Total Rare Earth Oxide) 등의 산화물 형태로 표기한다.

    2011년 7월 현재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희토류 가격을 감안하면, REO 2% 정도의 품위만으로도 경제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모나자이트 원광 1t에서 20㎏의 희토류만 함유하고 있으면 경제성을 가진다는 뜻. 품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품위 자체는 높더라도, 수요가 많은 원소가 아니라면 경제성은 낮아진다.

    희토류는 크게 중(重)희토류(No 63~71)와 경(輕)희토류(No 57~62)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중희토류는 경희토류에 비해 매장량이 매우 적고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중희토류 중에서도 루테튬(Lu), 에르븀(Er), 이테르븀(Yt)처럼 수요가 적은 원소일 경우, 품위가 높더라도 수요가 많은 경희토류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경희토류와 중희토류 17개 원소를 통틀어 수요가 많고 고부가가치를 지닌 5개 원소, 프라세오디뮴(Pr), 네오디뮴(Nd), 유로퓸(Eu),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의 품위가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인 채광 기업들은 이들 5개 원소를 ‘빅5(Big Five)’라고 부르며, “희토류 소비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빅5’ 없이는 경제성 때문에 지속적인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빅5’ 원소 없으면 경제성 없다

    호주 서부에 있는 마운트 웰드(Mount Weld) 광산은 희토류 평균 품위가 8%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희토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희토류 수입 국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마운트 웰드조차 ‘빅5’ 품위는 1.89%다.

    1965~85년 세계 희토류 소비량의 50% 이상을 생산했던 미국의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광산 역시 마찬가지다. 희토류 평균 품위는 7%로 높았지만, ‘빅5’ 품위는 1.13%였다.

    국내 희토류 광맥의 품위와 비교해보자. 현재 알려진 홍천과 충주 광맥의 희토류 평균 품위는 0.6% 정도다. 홍천 광맥에는 곳에 따라 0.1~4.7% 품위의 희토류가, 충주 광맥에는 0.1~2.58%의 희토류가 있지만 평균은 0.6%가량이다.

    마운트 웰드나 마운틴 패스 광산과 비교하면 국내 광맥의 평균 품위(0.6%)로는 ‘빅5’ 품위를 기대하기 어렵다. 극미량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호주의 아라푸라리소시스(Arafura Reseources)가 소유한 놀란스(Nolans) 광산의 희토류 평균 품위는 2.79%였다. 2008~09년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빅5’ 원소인 테르븀(Tb)은 없고, 디스프로슘(Dy)은 0.01%에 불과해 2013년으로 개발 시기를 늦췄다. 희토류 가격 추이를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1100만t 규모의 충주 광맥, 1264만t 규모의 홍천 광맥 역시 원광석에 대한 자원량을 일컫는다. 자원량은 지질조사를 토대로 한 추측이다. 매장량은 정확한 시추 자료를 근거로 한 수치다. 정확도에 따라 예측·개측·정측 자원량, 예상·확정 매장량으로 세분되는데, 현재의 자원량을 가지고 경제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세계 최대 광산 회사 중 하나인 라이너스의 매튜 제임스 부회장은 ‘신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더 많은 정보가 없어 (한국 희토류 광맥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라이너스는 14% 희토류 원광을 채광하고 있다. 이는 (한국 희토류 품위인) 0.6%에 대한 당신의 관점을 갖게 해줄 것(However what I can tell you is Lynas is miing 14% REO ore, that puts 0.6% into perspective for you)”이라고 답했다. 경제성의 중요한 기준인 품위를 놓고 평가한다면, 홍천과 충주의 희토류 광맥 개발은 ‘난센스’다.

    세계 각 기업의 희토류 생산량과 제련소 건설 등도 경제성을 판단하는 한 축이다. 희토류 가격 추이는 경제성 판단의 바로미터다.

    “희토류 경제성 있다? 대국민 기만극이다”


    “희토류 경제성 있다? 대국민 기만극이다”
    2015년에 중국을 제외한 세계 희토류 예측 수요량은 7만여t.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97%를 차지하는 나라다. 중국의 올해 수출쿼터는 2만4000t이었는데, 이 쿼터가 2015년까지 2만t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5만t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희토류 공급 부족으로 일부 희토류 산화물(oxide) 가격은 이미 폭등했다.

    중국의 수출쿼터 축소로 급등한 희토류 가격은 당연히 세계 광산기업을 희토류 개발로 이끌고 있다. 이르면 2~4년 이내에 10개의 대형 광산 기업이 희토류 개발에 나서고, 희토류 산화물과 소재용 금속 등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된다면, 대형 10개 업체의 총 희토류 생산량은 14만9700t에 달한다. 세계 희토류 수요량을 채우고도 남는다. 특히 미국 몰리코프의 경우, 2010년 마운틴 패스 광산의 재개발 직후 연간 목표량을 2만t으로 설정했으나, 최근 들어 2013년 4만t, 2015년 최대 5만t까지 생산할 예정이다.

    광산 기업의 희토류 생산량을 가정해 보았을 때, 5년 후에는 희토류가 넘쳐나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적인 광산 정보회사 인티에라(intierra)에 따르면 의 10개 대형 광산회사 이외에 최소 200여 개가 넘는 중소형 광산회사가 희토류 개발에 뛰어들 예정이다. 희토류 개발에는 최소 수천억원이 투입되고, 당장 한국이 희토류 채굴을 위한 준비와 제련소 건설을 시작하더라도 적어도 5년여간의 공사기간이 소요된다. 희토류 가격이 최고점에 달한 현 상황이 아니라, 5~10년 뒤 대형 광산 기업들의 희토류 생산이 본 궤도에 진입했을 때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지자연 연구원들에게는 힘 빠지는 얘기일 수 있지만, 경제성이 불확실한 국내 광맥 탐색에 시간과 혈세를 쏟는 것 아닌지는 따져볼 일이다.

    이에 대해 ‘희토류 자원전쟁’ 저자 김동환 박사는 “희토류 광맥을 발견했다고 해서 한국이 희토류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위치로 전환될 것이라는 판단은 섣부른 오해다”며 “종합적인 경제성 판단이 나오려면 수년이 걸리는 만큼, 희토류를 재활용하는 ‘도시 광산’을 법제화하고 친환경 가공 기술 개발을 위해 산·학·연기관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편한 진실, 환경문제

    문제는 또 있다. 희토류 생산에 있어 환경오염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경제성 얘기를 하면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이는 드물다. 희토류를 탐사할 때 준비하는 장비는 ‘방사능 탐지기’다. 희토류가 방사능 물질과 함께 섞여 있는 특성을 이용해 방사능 수치가 높은 원광의 샘플을 채취한다. 국내 희토류 탐사 역시 항공 방사능 조사부터 시작해 방사능 탐지기로 암석층을 찾아 나섰다. 만약 한국에서 희토류를 개발한다면, 주요 원광은 모나자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나자이트는 토륨(thorium)과 우라늄(uranium)이라는 장수명(long-lived) 방사성 원소를 품고 있다. 희토류로부터 이들 방사성 원소를 분리하고 정화시키는 과정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중국희토학회(中國稀土學會)에 따르면 희토류 1t을 생산하면 약 8.5㎏의 불소(fluorine, 유독 기체)와 13㎏의 분진이 발생한다. 1t가량의 소성(燒成) 희토류 광석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축황산고온소성기술은 960만~1200만L의 폐기물을 배출하는데, 여기에는 고농축 분진이 포함된 폐가스, 이산화황, 황산, 약 7만5000L의 산성 폐수, 그리고 1t가량의 방사성 폐기물이 포함돼 있다.

    호주 광산 기업 라이너스의 사례는 희토류로 인한 환경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라이너스는 “호주에는 희토류 제련소를 건설할 부지가 없다”고 밝히면서, 현재 말레이시아 동부 파항 주 콴탄(Kuantan)에 약 2500억원을 들여 희토류 제련소를 건설하고 있다. 자국 광산에서 캐낸 원광을 4000㎞ 넘게 떨어진 말레이시아로 운반하려는 것이다. 세계 6위의 면적을 자랑하는 호주에 제련소 건설 부지가 없다는 말은, 곧 엄청난 양의 방사성 폐수와 각종 독성 폐기물을 자국에서 처리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

    “희토류 경제성 있다? 대국민 기만극이다”

    충주 일대 희토류 광맥을 조사하는 연구원들.

    미국 마운틴 패스 광산의 경우, 시간당 약 3200L의 방사성 폐수가 24시간 발생했다. 정화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방사성 폐수와 유독성 화학 폐기물 220만L를 60여 차례 이상 무단 방류하거나 사막에 불법 폐기했다.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지인 중국 네이멍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 바오터우(包頭)시에 위치한 신광(新光) 마을도 마찬가지다. 2억3000만t 규모의 거대한 인공호수 웨이광바(尾·#54006;)에는 지난 45년간 방사성 물질을 비롯한 유독성 화학물질이 고스란히 축적됐다. 토양에 스며든 방사성 물질 양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십~수백 배 높다.

    이로 인해 2009년 중국 환경보호국은 6가지 대기 오염물질(황산, 염화수소 등)에 대한 배출기준과 14가지 종류의 수질 오염물질에 대한 배출 기준을 정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희토류 150t을 생산하기 위해선 1억6100만달러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수질오염 농축물 처리를 위해 연간 약 41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든다. 이를 환산하면, 희토류 1t 생산에 약 145~220달러의 환경비용이 추가된다. 현재의 희토류 생산기업의 투자 상한선을 고려해본다면, 이러한 기준치를 만족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중앙과 지방 정부에서도 기업에 재정적 지원 등을 하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로서는 이 기준을 시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2009년 7월 마련된 이 기준은 아직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의 그레이트 웨스턴 미네랄그룹(GWMG)의 개리 빌링슬리 회장은 이와 관련, 한국의 희토류 개발과 경제성을 묻는 ‘신동아’ 질문에 “환경문제와 품위 외에도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데, 다음 5가지 요인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

    “경제성을 분석하려면 첫째, 고부가가치의 ‘빅5’ 원소가 있어야 한다. 둘째, 추출법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한국이) 이 희토류를 추출하려면 비용 부담으로 어려울 것이다. 셋째, 매장량이 많고 노천 광산에서 채광할 수 있으면 채광 비용은 낮아진다. 넷째, 희토류 매장 지역에 전력, 용수, 도로가 인접해 있어야 하고, 다섯째, 희토류 가격이 지금처럼 높게 유지된다면 경제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요인이 충족되면, 0.6% 품위인 한국 희토류 광맥은 경제성이 있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빌링슬리 회장이 제시한 조건 중 충주, 홍천 광맥에 해당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희토류 가격도 향후 내림세가 예상되고, 환경오염 문제와 환경비용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매장량도 제대로 조사가 안 됐는데 30~5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발견됐다는 판단도 섣부르다. 지자연발(發) ‘희토류의 꿈’은 현재로서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희토류 전문가는 ‘희토류 광맥 발견 소식은 대국민 기만극’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내 희토류 원자재 활용 기업의 수요 예측도, 해외 광산 인수와 비교할 때 경제성 여부도, 제련소 운영에 따른 위험성과 환경비용 산정도, 어느 하나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광맥이 발견됐다’고 당장 희토류를 생산할 것처럼 소개하는 것은 ‘세 살 아기가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다’는 얘기와 같다. 심하게 말하면 대국민 기만극이다. 충주, 홍천 광맥 탐사 결과도 자원량 수치가 조금 바뀌었을 뿐, 지난해 가을부터 꾸준히 보도됐다. 새로운 일도 아닌데 호들갑을 떠는 게 더 이상하다. 단순 해프닝인지, 의도적인 정보 흘리기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발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국책기관 연구원들은 정확한 연구결과를 신중하게 발표해야 한다. 외국에선 청문회감이다.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투자자와 기업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 보도 이후 희토류 테마주들이 뛰는 걸 못 봤느냐? 홍천·충주 주민들은 당장 철도가 들어서는 등 지역발전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해프닝·의도적 정보 흘리기?

    흥미로운 점은 이 문제를 적극 검증하고 확인해야 할 지자연은 오히려 희토류에 관해 함구하는 분위기다. 지자연의 활약상이 여러 언론에 보도됐지만,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홍보팀 관계자는 “희토류에 대해 말할 분위기가 아니다. 희토류 담당자도 휴가 중이어서 전화가 안 된다”고 전했다.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희유금속 탐사를 진두지휘한 지자연 탐사기술연구단장이 희토류 보도 이후 보직 해임된 게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의문의 실타래는 풀려갔다.

    정부와 지자연,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국내 희토류 광맥 발견’ 기사를 본 이명박 대통령은 희토류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지식경제부에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경제성과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주로 해외 희토류 탐사에 대해 보고했던 지경부로서는 곤혹스러웠다는 후문이다. 지경부 산하 공공기관인 지자연이 지경부와 조율을 거치지 않고 ‘단독 플레이’로 기사가 나간데다,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관심이 겹치면서 더욱 당혹스러웠다는 것.

    지자연 장호완 원장이 지경부에 해명하고, 연구단장이 책임을 지는 걸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사를 본) 이 대통령이 지경부를 질책한 건 아니다. 희토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기사가 보도되기 전날 지경부 차관에게 해외 탐사인력 증원을 요청하면서 국내 희토류 광맥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차관은 ‘좋은 데 홍보하라’고 해 지경부에 보도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기사가 크게 나가면서, 의도하지 않게 꼬여버렸다. 나는 기자와 인터뷰는 하지 않았고, 가끔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담당 연구원이 전했다. 연구원은 자신의 연구 결과에 자긍심도 있고, 자신의 업적을 알리고 싶어 한다. 신중하지 못했다. 절차를 밟아 지경부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발표했으면 더욱 신뢰성이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론 광맥 발견 내용도 이미 학회 발표까지 한 내용이어서 연구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듯하다. 보도 이후 (이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니까 절차상의 문제가 불거진 거 같다. 유능한 연구원이 그 책임을 졌다.”

    반면 해당 연구원은 “문제가 있어 책임지고 물러난 것은 아니다. 기자가 과대포장해 보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또 “정밀 조사를 거쳐 정확한 매장량과 품위, 희토류 가격 등을 종합 검토해 경제성을 따지는 건 맞다. 현재는 그 단계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자연 안팎에서는 여러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장 원장이 임기(3년)가 거의 끝나는 시점에서 희토류를 ‘띄워’ 연임을 시도하려 했다”거나 “지금까지 원장은 내부 직원이 발탁됐는데, 서울대 교수 출신인 장 원장은 류우익 전 주중대사와의 친분으로 외부에서 임명됐다”는 등 말이 많다.

    이에 대해 장 원장은 “말도 안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연임 시도를 했다면 이번 일을 이렇게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작 지경부에 내용을 보냈을 것이다. 처음에 지자연 원장 자리는 생각도 안했다. 2008년 임명 당시 추천위원회의 서칭(추천)위원이 나를 추천했다. 나는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를 하기 전 이곳에서 3년간 연구했고, 내부 사정도 잘 안다. 변화와 개혁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 공모에 원서를 낼지는 더 고민해보겠다. 현재로는 3년간 연구원을 혁신시켰는 데 미흡하다는 생각도 있고,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국가 발전에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지자연은 2013년까지 희토류 광맥에 대해 추가 정밀조사를 벌인다. 경제성 있는 희토류 광맥 발표는 이 모든 조사가 끝나고, 환경문제 등 외부 조건까지 철저히 검토한 뒤 공식했다면 더 큰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경제성이 없어 탐사만으로 끝나더라도, 국민은 최선을 다한 지자연의 등을 토닥였을 것 같다.

    (알려드립니다)

    본지 2011년 8월호 ‘희토류 경제성 있다? 대국민 기만극이다‘ 제하 기사에 대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희토류의 정확한 경제성 평가는 부존량과 품위뿐 아니라 채광, 선광, 제련 및 환경비용, 생산 시 가격 수준 등을 검토한 후에 가능하므로 ‘대국민 기만극‘이 아니다. 그리고 보도된 희토류의 부존량 및 평균 품위는 2010년 6월 이후 1년간 조사결과이고, 이전 조사결과에 의하면 홍천지역 부존량은 2600만t, 평균 품위는 2.13%이며, 충주지역 부존량은 2100만t, 평균 품위는 0.84%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위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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