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순기능 ①사회적 소속감 ②자기 정체성 ③삶의 의미 부여
전기·조경·건축·용접 등 재취업 성공한 중장년 증가
자격증 준비, 전문성 토대 글쓰기, 유튜브 등 일단 시도해야
제로 베이스에도 꾸준한 실행 뒷받침되면 ‘퍼스널 브랜딩’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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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이 돼 조기 은퇴하겠다” “꼬마빌딩 하나 장만해서 임대료로 놀고먹겠다”는 꿈이 SNS와 유튜브를 장식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파이어족이 현실적으로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다”라고 단언한다. 파이어족이 되려면 연간 최소 생활비의 25배(55세 은퇴 시 80세까지)가 필요한데, 연 생활비가 대략 5000만 원이라고 하면 12억5000만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실은 더 냉정하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고, 임대료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먹고사는 일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설령 은퇴에 성공했다 해도 찾아오는 부수적인 문제들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은퇴 후 1~2년이 지나면 우울감과 우울증 발생 비율이 급등한다. 남성의 경우 은퇴 직후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여성보다 2배 높다.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15%가 우울증을 겪는다.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만 지나도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무기력과 우울증이 찾아온다.
일의 세 가지 순기능
평생 근무한 직장에서의 은퇴, 사회적 관계의 축소, 역할의 상실이 반복되면 무력감과 무가치감이 깊어진다. 30여 년 동안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하던 일상이 사라지면,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닫게 된다. 매달 월급을 가져다줄 때와는 전혀 다른 가족의 태도, 거실에서 편히 TV를 보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현실이 기다린다.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선다. 크게 세 가지 순기능이 있다. ①사회적 소속감을 제공하고, ②자기 정체성을 확인해 주며, ③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한다. 또한 은퇴 후 재취업은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인지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생산 활동은 역할 지원과 사회적 소속감을 통해 긍정적 자기지각을 강화한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돈 다음으로, 아니 어쩌면 돈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일’이다. 이제 통계가 말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실제 사례를 통해 어떻게 ‘두 번째 무대’로 나아갈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1965년생 버들치(필명) 작가는 증권회사에서 33년을 근무하고 퇴직했다. 육체노동으로 재취업해 소득 공백을 돌파했다. 전직 증권맨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부동산스터디 카페에 ‘버들치’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퇴사 후 인생 2막을 열고자 11가지 기능을 습득하고 재취업하는 과정을 썼는데 큰 반향을 일으켰다. 33년간 증권맨으로 일했으니 전업 투자자로 살아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버들치 작가의 대답은 ‘No!’였다. 투자업계에 있으면서 자살한 동료를 여럿 봤고, 그만큼 투자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에 진즉 포기했다고 한다. 사업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은 호황 사이클이 끝났고, 남은 건 ‘노동을 파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고양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노총을 방문해 법정 정년 연장에 관해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정부의 국정 과제에 상당히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뉴스1

이범용 작가가 은퇴 후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현명한 은퇴자들’. 화면 캡처
성공적으로 재취업한 이들의 공통점은 퇴직 3~5년 전부터 구체적 준비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자격증 취득, 새로운 기술 습득, 인적 네트워크 재구축 등을 병행하며 ‘제2의 이력서’를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퇴직 5년 전부터 준비,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어야
‘현명한 은퇴자들’의 저자 이범용 작가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현재 대기업에 재직 중이다. 그의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퇴직 후가 아닌 ‘재직 중’에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이범용 작가는 현직에 몸담은 상태에서 유튜브 채널 ‘현명한 은퇴자들’을 운영하며 경험을 나누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강조한다. “‘현명한 은퇴자’들은 평균 퇴직 5년 전부터 수입원을 최소 3개 이상 확보하고, 새로운 일과 관계를 통해 경제적·정신적 자립을 도모했다.”
그의 전략은 명확하다. 퇴직을 당한 후 허둥지둥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월급을 받으면서 동시에 유튜브 콘텐츠 제작, 집필 활동, 강연 등 여러 수입원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활의 두 번째 줄’을 미리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모델이다. 실제 은퇴자들의 사례를 통해 은퇴 준비의 핵심을 짚는다. “자격증을 따둘걸” “수입원을 하나 더 만들걸” “관계를 정리해 둘걸” 등 흔히 들을 수 있는 후회를 되짚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제시한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퇴직 5년 전부터의 준비’다. 월급이라는 안전망이 있을 때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퇴직 후 막막함 속에서 무모한 창업에 뛰어드는 것보다 훨씬 성공 확률이 높은 전략이다.
한 50대 인사 전문가는 3년 동안 버려뒀던 브런치 계정을 다시 시작했다. 리더십 관련 글쓰기로 꾸준히 콘텐츠를 발행한 결과, 1만 명의 폴로어를 모았다. 이를 통해 강의와 기고 제안을 받으며 슬래시 워커(slash worker·여러 직업 병행하는 사람)로 거듭났다.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박람회 2025’를 찾은 방문객이 이력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늦은 마음만 있을 뿐 늦은 나이는 없어
성공한 퍼스널 브랜딩 사례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첫째,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도 괜찮다. 떠오르는 생각, 현재의 의문점, 감정을 최대한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둘째, 꾸준한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주일에 한 편이든, 한 달에 두 편이든,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분야를 바꾸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야 한다. 순간적 요소에 신경 쓰지 말고 매일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늦은 나이란 없다. 늦은 마음만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경험과 지혜라는 원재료에 ‘용기’라는 양념을 더해 인생 후반전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로 당당히 걸어나가길 응원한다. 당신이 멈추지 않는 한, 삶의 무대는 언제나 당신을 위해 조명을 비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