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꼴찌 고용률, 신공항 백지화, 저축은행 사태…싸늘한 민심
- 한나라당 후보, “명함 주니까 보는 데서 찢더라”
- 문재인은 “호감”, 김정길은 “글쎄요”, 문성근은 “얼굴도 안 비쳐”
- 낙동강 바람? “박풍(朴風)과 현역 물갈이로 방어” 분위기도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문재인 노무현평화재단 이사장,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왼쪽부터)이 2011년 12월 26일 4·11 총선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부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1월 5일 오후 부산역에서 탄 택시가 번영로(부산 제1고속화도로)에 오를 때쯤, 50대 택시 기사는 ‘이 양반 정치에 관심 많네’하는 눈빛으로 기자를 흘깃 쳐다봤다. 4·11 총선에 대한 부산 민심을 물었을 때였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부산항만큼이나 한가한 손님이라는 표정이었다.
심드렁한 부산 민심과 달리 부산은 이미 4·11 총선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1990년 1월 이른바 ‘3당 합당’ 이후 한나라당 텃밭이던 부산에 야권이 ‘문·성·길’을 선봉대로 한 대규모 상륙 선단을 띄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6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상)과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북·강서 을),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부산진 을)이 민주통합당 후보로 부산 출마를 선언했다. 부산과 경남을 가르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양문(兩文)은 북서풍을 타고,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김해 을)과 송인배 전 청와대 행정관(양산)이 동남풍을 타고 상륙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김정길 전 장관과 김영춘 전 민주당 최고위원(부산진 갑)은 부산의 중심에 포진했고,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사하 갑)과 조경태 의원(사하 을)이 ‘부산 대전’을 준비 중이다.
현재의 부산 민심은 상륙 선단에 순풍인 듯하다. 부산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6개 회원사가 지난해 12월 29~30일 전국 2010명을 대상으로 한 RDD(유권자 비례 무작위 추출) 전화 면접조사 결과, 부산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38.0%, 민주통합당 28.2%였다. 과거 한나라당 지지도가 제1야당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지지세는 눈에 띄게 줄었다. ‘지지 정당 없다’는 답변도 37%였다. 앞서 국제신문이 부산·울산·경남지역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현역 의원 대신 다른 인물을 뽑겠다’는 응답이 70.0%(경남 71.2%, 부산 70.3%, 울산 65.2%)였다.
이런 지역정서를 바탕으로 부산의 야권은 ‘부산지역 의석의 절반(9석) 이상을 휩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최대 5석’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자신감이 커졌다.
기자는 1월 5~7일 이른바 ‘문성길’의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부산 민심을 취재했다. 부산은 2007년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101만8715표(57.90%)를 몰아준 곳.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은 ‘무관심’ 혹은 ‘냉담’한 반응이 주류였다. 5년 연속 전국 최하위 고용률(55.9%,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과 낮은 취업률, 가덕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중심주의’ 등이 그 이유였다.
“예전에는 명함을 돌리면 후보자 면전에서 (명함을) 찢는 경우는 없었는데, 요즘은 대놓고 찢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전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도 추락이 곧 ‘지지 철회’로 볼 수도 없다. 쇄신을 요구하는 ‘지지 유보’라는 분석도 있고, ‘자식이 밉다고 호적에서 팔 수 있나’는 지역정서도 있다. 박풍(朴風·박근혜 바람)과 현역 물갈이로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 민심은 소용돌이치고 있다.
⊙ 사상
“문재인은 의리·호감”…한나라당 후보는 적전분열 양상
사상은 4·11 총선의 핵(核)이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문 이사장이 개인적으로도 반드시 넘어야 할 곳이다. ‘바람’을 사방(四方)으로 날려 보내야 한다. 선출직 경험이 없는 그에게 조직 관리와 선거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하다.
1월 6일 사상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체로 문 이사장의 ‘인간적인 면’에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사상역 앞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변호사 시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했고, 지금도 지키고 있지 않으냐. 소탈하고 의리 있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김정철(32) 씨는 “나이(59)에 비해 젊은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사상구는 ‘사상공단’으로 대표되는 부산의 대표 공업지역. 기계·장비, 철강·금속 등 2450여 업체(부산시 전체의 약 30%)가 몰려 있고, 3만1000여 명의 노동자(부산시 전체의 20.2%)가 일하고 있어 비교적 보수 색채가 묽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5명 전원이 1위로 구의원에 당선됐다. 문 이사장 선거사무실 관계자의 말이다.
“예전 노 전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할 때는 혼자 고군분투했지만 이젠 고립돼 있지 않다. ‘바람’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문 이사장의 젊은 이미지와 비전, 겸손함, 호감도로 승부를 낼 것이다. 오랫동안 정윤재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이 이곳을 잘 관리해와 지역 현안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정 사무처장은 1월 9일 파랑새저축은행에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체포돼 일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저에 깔린 한나라당 성향을 자극해 박풍(朴風)을 일으킨다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전동 이마트에서 만난 조정학(61·자영업) 씨의 말이다.
“부산이 야당의 새로운 전략지역인 것처럼 보도되고 9석 이상을 가져간다고 하는데 이는 자칫 정통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 ‘노풍’이 부산을 대표하는 정서도 아니다. 만약 박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선전략 차원에서 이곳을 집중 지원하면 결과는 모른다. 동구청장 선거 보지 않았느냐.”
지난해 10·26 재보선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문 이사장은 민주당 이해성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나섰고, 박 비대위원장은 한나라당 정양석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개표 결과는 정양석 1만7357표(51.08%), 이해성 1만2435표(36.57%)였다.
야당의 거물에 맞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은, 그러나 적전분열 양상이다. 이 지역구는 권철현 세종재단 이사장(전 주일대사)이 3선(15~17대)을 했고, 18대 총선에선 장제원 의원이 당선된 곳. 장 의원은 부인이 산악회 회원에게 돈봉투를 돌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부산지검에 고발당하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권 이사장 쪽에서 ‘공천’을 위해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고 있다. 장 의원과 가까운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수임 산부인과 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덕포동에서 의류매장을 하는 김모(51) 씨의 말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손을 잡아도 시원찮은데 서로 ‘으르렁’ 댄다. 장 의원은 이 곳 동서대 설립자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이고, 나이(44)도 젊어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다. 노년층은 권 이사장을 좋아한다. 누가 공천을 받든 간에 힘을 합치지 않으면 게임은 해보나 마나다.”
⊙ 북·강서 을
‘노무현 아이콘’ vs 허태열 리턴매치 …“낙동강이 장난이가”
구포역을 출발한 지하철 3호선 열차가 강서구청역으로 향할 때, 구포철교 위에서 바라본 전경은 북·강서 을 지역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낙동강 하구 삼각주에 자리한 김해평야(강서구)에는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오른쪽 북구에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대조를 이뤘다.
강서구는 부산 전체 면적(765.94㎢) 중 기장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면적(180㎢, 부산 면적의 약 23.5%)을 자랑하지만, 인구는 6만9000여 명에 불과하다. 남부 녹산동 부산신항과 르노삼성자동차, 녹산산업단지를 제외한 주민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한다. 반면 북·강서 을 지역구에 포함된 북구 일대(금곡동 화명동, 덕천2동)는 고층 아파트가 많은 베드타운으로 인구는 10만5000여 명이다.
강서구 대저1동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주민 박모(66) 씨의 말이다.
“이곳(강서구)은 토마토, 깻잎, 화훼농가가 많아 농사짓는 토박이(원주민)가 전체 인구의 50%가량 된다. 그만큼 외부인사에 대한 텃세도 심하다. 문성근 대표가 무슨 연고로 이곳에 나오는지 모르지만 쉽지 않을 거다.”
정모(55) 씨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한다고 TV에만 나오지 정작 이곳을 찾은 적은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40대 중반의 한 남성은 “문 대표의 높은 대중성과 맞붙을 사람은 그나마 3선 현역(한나라당 허태열 의원) 아니겠나. 이 둘이 맞붙으면 ‘어게인 2000년’이 재현돼 만만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이곳에서 출마해 허 의원에게 졌다. 당시 허 의원은 4만464표를, 노 전 대통령은 2만7136표를 얻었고, 이후 허 의원은 3선을 했다.
마침, 기자가 찾은 이날은 현역인 허태열 의원이 의정보고회를, 문성근 대표 측이 선거사무소를 열어 선거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문 대표 측 캠프 총괄간사 최병철 씨의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출마한 지역인 만큼 20~40대가 투표에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다. 문 대표 팔로워가 18만 명이고, 부산지역 국민의 명령 회원이 2만9000명에 달한다. 이들이 자원봉사로 일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 전략을 실행하면 분위기는 뜰 것이다. 다만 중앙정치 활동으로 지역 활동 시간이 많지 않아 고민이다.”
북구 화명동의 한 미용실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대화 속에는 문성근 대표의 높은 인지도와 보수적인 지역 특성이 교차하고 있었다. 미용실에는 30~50대 여성 5명과 40대 남성 1명이 있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자.
기자 : “문성근 대표가 출마한다는데 알고 계세요?”
여자 1 : “문성근이 누고?”
여자 2 : “영화배우 있다 아이가. 잘생긴 사람. 여기 출마한데 카대.”
여자 1 : “엄마야, 진짜가?”
여자 2 : “와, (문 대표) 찍을(투표할) 끼가?”
여자 1 :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마찬가지 아이가. 마, 새로운 사람 확 찍어줄까 싶다. 근데, 그 영화배우 고향이 여기가?”
여자 3 : “서울사람이다. 전에 ‘노통(노무현 전 대통령)’하고 친했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도 했다 아이가.”
남자 1 : “여기가 무슨 서울 종로도 아니고. ‘노풍’ 믿고 뛰어들 곳이 아니라예. 낙동강은 6·25 전쟁 때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적인 강인데 ‘낙동강 전투’ 운운하는 것도 우습지예. 아버지(문익환 목사)도 친북 인사인데, 여기 정서하고도 안 맞아예.”
여자 4 : “한나라당은 꼴도 보기 싫지만, 민주(통합)당도 아닌기라(싫다). 내는 대저동 그린벨트(개발제한지역) 풀어준다는 사람 찍을끼다. 지역 발전이 중요하다 아이가.”
여자1~3 : “맞다.”
대저1동은 2004년 건설교통부의 광역도시계획 승인 이후 LH공사가 강서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나섰지만 지난해 12월 적자가 예상된다며 사업을 포기한 곳이다. 주민들은 “공장만 들어서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부산진 을
“김정길은 큰 인물” vs “고마해라, 마이 했다 아이가”
부산진 을 역시 한나라당 지지는 예전 같지 않았다. 1월 5, 6일 이틀간 부산진 을 선거구에서 만난 주민 22명 중 12명은 “비(非)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중심 개발과 물가 상승, 높은 실업률 등 주로 경제와 관련된 불만이 많았다. 가야동에서 숯불갈비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54) 씨의 말이다.
“투표권 생기고 지금까지 통일민주당과 한나라당만 찍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가야공원(부산진구 가야동에 있는 공원) 산책로 정비한 거 외에는 한 게 없다. 수출은 늘었다는데 우리는 ‘추워 죽겠다’. 손님도 줄어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로 가서 장사하려고 한다. 한나라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
현재 이곳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 이성권 전 시민사회비서관(17대 국회의원)을 비롯해 5명이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김정길 전 장관 등 3명이 민주통합당 후보로 등록했다.
12대(중·동·영도), 13대(영도) 국회의원과 행정자치부 장관, 부산시장 후보를 지낸 김정길 전 장관의 높은 인지도는 분명 강점이지만, 나이(67)와 연고가 없는 점은 약점이다. 개금동 홈플러스 앞에서 만난 주부 김정순(42) 씨는 “김 전 장관은 전국적인 인물이고 장관을 한 만큼 지역을 위해 큰일을 할 거 같다”고 했다.
반면 부산진우체국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모(62) 씨는 “‘바람’도 좋지만, 영도에서 정치를 오래 한 사람이어서 이 지역은 잘 모를 것”이라며 “3김 시대에 정치를 했고, 나이도 있는 만큼 이제 원로로 물러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가야2동 가야성당 앞에서 만난 김정률(52) 씨는 “부산진 을 지역은 (상업중심지인) 서면을 끼고 있어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범천동) 부산철도차량정비창 이전 문제도 얽혀 있어 할 일이 많은 곳”이라며 “지역 발전을 이끌 사람인지를 따져서 뽑겠다”고 말했다.
‘문성길’ 낙동강 배치 막전막후
부산 야당 출마자들, ‘2004년 공포심’에 “문재인 나오소”
‘문성길’이 낙동강에 대규모 상륙 선단을 띄우면서, 이들이 ‘낙동강 상륙 작전’에 참전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동부산은 김정길 전 장관과 김영춘 전 최고위원이 바람을 일으키고, 서부산과 양산, 김해로 이어지는 ‘낙동강 벨트’는 저와 문성근 대표가 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포석’은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복수의 야권 관계자의 증언이다. 부산의 야권 관계자 A 씨의 말이다.
“문 이사장은 총선보다는 대선에서 ‘역할’을 하려고 했다. 지난해 9월 (야권대통합추진모임인) ‘혁신과 통합’을 발족했을 때도 ‘한나라당과 야당의 1대 1 구도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문 이사장 주변 참모들이 ‘출마 안 한다는 말만 하지마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 ‘2012년 부산의 통합과 연대’ 토론회에서는 문 이사장을 비롯해 부산의 야권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토론회 당시만 해도 문 이사장은 “일(야권 통합) 끝내고 집으로 간다”고 했다는 게 A 씨의 전언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총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야권 인사들로부터 “부산에서 바람을 일으켜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야권 관계자 B 씨의 설명이다.
“야권 출마자들의 ‘공포심’도 컸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전국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 분위기였는데,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천막당사를 치고 활약하자 대거 탈락했다. 참모들이 문 이사장 출마를 적극 권유한 데에는 이러한 ‘2004년의 공포’가 크게 작용했다.”
출마를 결심한 문 이사장은 당초 자신이 살았던 부산 영도와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연제구 출마를 저울질했다. 그러나 민병렬 통합진보당 부산시당위원장이 영도에 출마하고 연제구는 당에서 출마 희망자를 거론해 결국 사상을 택했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자신이 나서서 하는 걸 싫어하고 남에게 피해 주기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이미 최인호 위원장과 조경태 의원, 김영춘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가 확정된 상황에서 최적의 결론은 사상이었다. 문성근 대표는 문 이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문 이사장이 총선에 출마한 자체는 ‘희생’이라고 본다.”
김정길, “사상이 수월하잖아?”
1월 6일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김정길 전 장관의 발언도 야권 관계자의 전언과 같았다. 다음은 김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선거 분위기는 어떤가.
“부산도 많이 바뀌었다.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 저축은행 사태, 한진중공업 노사갈등, 소통부재 등으로 부산 민심은 이반됐다고 본다. 3당 합당 이후 20년간 한나라당을 찍었는데 ‘돌아온 게 뭐냐’는 반응이 우세하다.”
▼ 영도구에서 정치를 오래 해왔는데….
“국회의원 쉽게 하려면 영도에서 출마했지. 나는 이미 부산시장 선거에서 45%(정확하게는 44.6%)를 득표한 사람이다. 나보다는 부산 변화를 끌어내려고 부산 중심지에서 출마했다.”
▼ 영도는?
“나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역구인 영도에) 나오면 출마한다’고 했다. 그런데 불출마 선언하더라고. 그곳에는 (통합진보당) 민 위원장이 나온다는데, 야권 후보 연대를 위해서라도 출마할 수 없었다.”
▼ 사상·해운대·기장 을 출마설도 있었는데….
“사상에서 출마하라는 권유도 있었는데, 그 지역 이영철 (사상구지구당) 위원장은 내 보좌진 출신이다. 내가 키웠는데, 내가 거기 갈 수 있나. 해운대·기장 을은 통합진보당 김석준 위원장이 있다. 그는 6·2 지방선거에서 나를 위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양보해야지. 김영춘(부산진 갑)도 ‘여기(부산진 을) 오면 서로 잘된다. 오라’고 했다. 정세균(전 민주당 대표) 씨가 비례대표 준다고 해도 안 갔다.”
▼ 비례대표?
“당규에 민주당 지지도가 낮은 지역에 광역단체장으로 출마하면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주게 돼 있다. 비례대표 자리 얘기하기에 ‘실력으로 한다’고 했다.”
▼ 문재인 이사장은?
“원래는 부산의 중심지(연제)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사상이 수월하잖아? (전 지구당위원장인) 정윤재도 말이 없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