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컷오프, 명·청 갈등 수면으로 끌어올리다
李 발탁 인사를 鄭 파워로 컷오프한 모양새
2024 총선 땐 ‘비명횡사’, 2026 지방선거엔 ‘친명횡사’?
2026 8월 대표 재선→ 2028 총선 지휘→ 2030 대선후보?
‘1인 1표제’ 격론 오가자 중앙위 12월 5일로 연기

2025년 8월 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명계 박찬대 후보를 누르고 당대표에 오른 정청래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당 지도부까지 나서 시기와 절차를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민주당을 지지해 온 열성 당원을 포함한 다수 당원에게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일부 당 지도부의 의견만으로 당헌·당규 개정을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민주당 내 친이재명계 전위조직으로 통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는 “정청래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당원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을 둘러싸고 11월 24일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격론이 벌어지자 당초 28일 개최 예정이던 중앙위원회를 12월 5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앞서 정 대표 측과 혁신회의 측은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의 부산시당 위원장 경선 ‘컷오프’를 두고 한차례 충돌한 바 있다.
“유동철 컷오프는 후보 한 사람을 배제시킨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친명계 무력화를 위한 정치적 배제요, 민주당 내 민주주의 원칙의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을 경선에서 배제한 ‘컷오프’를 두고 민주당 내부, 특히 친명계 일각에서 이 같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유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22대 총선을 앞두고 직접 ‘영입’한 친명계 인사인 데다, 이 대통령 전위 조직으로 여겨지는 ‘더민주혁신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라는 점에서다.
‘유동철 컷오프’는 2026 전국동시지방선거 민주당 공천 갈등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집권 1년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가 결정적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대선 때 민심이 그대로 이어져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즉 민주당 공천→ 본선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방선거 공천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친명계 시당위원장 후보를 ‘컷오프’했다는 점에서 ‘명·청(明淸-이재명·정청래) 갈등’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2대 총선 때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이 유행어같이 떠돈 것처럼, 2026 지방선거 민주당 공천 과정에 ‘친명횡사, 친청횡재’ 얘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철 컷오프’가 ‘친명횡사’의 미리보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컷오프 없는 100% 당원 경선” 약속 위배
유 위원장이 컷오프된 표면적 이유는 “특정 정치인이 시당위원장으로 민다”는 소문으로 인해 낮은 면접 점수를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부산 출신 한 인사가 부산의 모 정치권 인사에게 ‘이번에는 유동철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그 얘기가 조강특위 위원 귀에 들어갔고, 시당위원장 후보 면접 때 그 같은 소문의 진위를 둘러싼 공방이 오간 게 컷오프 배경이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유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11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강특위 면접은 자질·정책·비전 검증의 자리가 아니었다”며 “사실무근 괴소문과 악의적 억측에 근거한 인신공격성 질문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면접을 주도한 문정복 조직부총장(조강특위 부위원장)은 근거 없는 소문을 사실처럼 밀어붙이며, ‘선의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정 인물이 나의 당선을 위해 권력을 사용한다’는 소문은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이야기였기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답했지만, 그날 면접장은 공정이 아니라 배제, 검증이 아니라 낙인찍기였다”며 “처음부터 결과를 정해놓고 시작한 불공정 심사였다”고 항변했다.
유 위원장은 “나에 대한 컷오프는 ‘컷오프 없는 100% 완전 경선’이란 정 대표의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당원 참여 없이 조강특위 면접만으로 후보를 배제한 것은 공약 파기이자 당원 선택권 침해이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밀실 심사”라고 비판했다.
컷오프된 유 위원장이 이처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자, 정 대표는 “당대표가 부족해서 그렇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유 위원장에게 당대표 특보를 제안했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제게 필요한 것은 당의 그럴듯한 직책이 아니다”라며 “오직 불공정한 면접 과정 해명, 심사 결과 폐기 및 재심, 모욕적 발언 사과 요구, 책임자 문책”이라며 특보직 제안을 거절했다.
총선 공천의 경우 중앙당 주도로 이뤄지는 데 비해, 지방선거 공천은 광역 시·도당 중심으로 이뤄진다. 즉 시도당위원장은 지방선거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컷오프’는 외견상 유동철 한 사람을 경선에서 배제한 것이지만, 그 파급력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영입한 인물을 정 대표의 파워로 컷오프하는 듯한 장면은 공천을 바라는 정치인들에게는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한다.
특히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 두 달 만에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선했다. 이 대통령의 대표 잔여 임기를 이어받은 만큼 그의 당대표 임기는 내년 8월 1일까지 딱 1년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2년 임기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공천 결과는 차기 전대 결과와도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2028년 총선과 2030년 차기 대선 향배까지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대표적 친명계 인사인 박찬대 후보를 누르고 당대표에 오른 만큼 당원들 사이에는 이미 정 대표가 강력한 지지 세력을 구축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그런 그가 이번 조강특위 활동과 지방선거 공천을 계기로 ‘친청계’ 인사들을 전국 ‘풀뿌리 조직’에까지 포진시킬 경우 2026년 8월 전당대회는 해보나 마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정 대표가 당대표 연임에 성공하면 2028년 4월 총선 공천까지 당을 주도할 수 있다. 즉 당대표로 지방선거와 총선이란 두 번의 전국 선거 공천에 관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30년 차기 대선 때 누가 경쟁자로 나서더라도 최소한 당내 경선에서만큼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가 주인’이란 뜻이지만, 선거의 본질은 ‘투표 참여자 뜻’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그 선택지를 정하는 게 ‘정당 공천’이다. 즉 주권자 국민은 주요 정당이 공직 후보자로 추천한 후보 가운데 제한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당대표 연임→ 총선 공천→ 대선 직행?
정당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원이 주인’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은 전당대회 또는 공직 후보자 선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열성 당원’들의 뜻에 따라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투표 포기와 기권도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다수결 원칙이 통용되는 선거의 속성상 ‘누가 더 강력한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린다.친명계 지지로 대통령에 오른 이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확정돼 있다. 더 오르려 해도 오를 곳이 없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 됐다.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잘 사용해서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민 생활을 안정시켜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은 ‘원팀’이 돼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국정 성공’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서로 처지가 다르다. 당대표는 아직 올라야 할 최종 목표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300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는 국정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이다. 집권 여당 대표는 물론 야당 대표들은 차기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유력 차기 주자라는 점에서 흔히 ‘미래권력’이라고 표현한다.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집권 여당 대표인 정 대표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당대표에 연임하고, 2028년 총선 공천까지 행사한 뒤 2030년 차기 대선에 여당 대선후보를 꿈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같은 예고된 정치 스케줄을 놓고 보면 이번 ‘유동철 컷오프’를 단순히 한 사람을 배제한 일회성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 그 기저에는 지방선거 공천 주도권을 향한 ‘명·청 갈등’, 나아가 ‘정청래 대망론’이 보이지 않는 손처럼 이심전심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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