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호

친환경 생활문화 이끄는 박용선 웅진코웨이 사장

“물 팔아 번 돈, 물 지키는 데 써야죠”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2005-09-09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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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끗한 물, 맑은 공기는 누구나 바라는 생활환경이다. 그러나 오염된 환경은 좀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덕분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공기청정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업계 선두주자. 오염된 물을 거르고, 탁한 공기를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환경보호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친환경 생활문화 이끄는 박용선 웅진코웨이 사장
    8월12일 박용선(朴龍善·48) 웅진코웨이 사장을 만났을 때 기자의 목은 평소보다 1.5배쯤 길어져 있었을 것이다. 박 사장을 만나기로 한 날은 8월8일 오후였다. 그것이 11일 오전으로 한 차례 미뤄졌고, 다시 사정이 생겨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으니 이튿날로 옮기자는 연락이 왔다. 지난 5월, 웅진코웨이와 웅진코웨이개발을 웅진코웨이로 합병하고, 전사 총괄경영을 맡게 된 박 사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박 사장은 웅진코웨이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 주인공이다. 그는 1998년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 소비자에게 빌려준 정수기를 관리하는 ‘코디(‘Coway Lady’의 줄임말)’를 고안했고, ‘렌털 마케팅’을 진두지휘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소비자의 형편을 감안, 고급 정수기를 매달 일정액을 내고 빌려 사용하도록 한 것. 성공 포인트는 깔끔하고 세련된 용모의 서비스 요원, 코디의 등장이었다. 친절한 코디가 각 가정을 방문해 정수기 필터를 교환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는 금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회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박 사장 취임 첫해 8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회사는 성장을 거듭, 지난해엔 82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수기에서 비데, 연수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한 덕분이기도 했다. 웅진코웨이개발을 합병한 올해 매출 목표는 1조2000억원, 경상이익 목표는 1050억원. 3년 뒤엔 매출을 2조2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웅진코웨이는 환경과 밀접한 기업이다.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높아져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는 커지고 있지만, 주위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이럴수록 ‘웰빙’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적어도 내 집에서는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시고 싶은 욕구, 웅진코웨이는 그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렌털 서비스는 친환경 경영



    오염된 환경 덕분에 수익이 올랐다는 세간의 시선 때문에 웅진코웨이는 친환경 경영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았고,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공장 설계와 생산 공정, 그리고 폐수 처리에서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그 결과 1996년 업계 최초로 국제 환경경영체제 인증 규격 ISO14001을 획득했다. 또 물 사업해서 번 돈, 맑은 물 보호에 쓴다는 취지로 ‘맑은 물 사랑 캠페인’을 펼치며 지역 하천 살리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웅진코웨이의 렌털 서비스 자체가 친환경 경영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기업 대부분은 제품의 생산에만 주력할 뿐, 제품이 팔린 뒤 폐기될 때까지 발생하는 환경오염에는 관심 없다. 그러나 웅진코웨이는 제품 출시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 생산에 주력한 웅진코웨이와 판매·유통·서비스망을 갖춘 웅진코웨이개발을 합병한 회사 대표가 된 지 4개월 됐는데요. 웅진코웨이는 어떤 기업으로 알려지길 바랍니까.

    “지난 5월 회사를 합병했더니, 어느 일간지에서 웅진코웨이가 삼성, LG, 대우에 이어 가전업계 4위가 됐다고 하더군요. 홍보 담당자에게 ‘우리가 왜 가전업체냐’고 호통을 쳤어요. 뒤늦게 가전제품 시장에 뛰어들어봤자 1등을 할 수 없는데, 왜 승부를 걸겠습니까. 업계 4위가 자랑도 아니고요. 우리 제품이 전기를 사용하다 보니 가전제품으로 보이지만, 웅진코웨이는 고객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소비자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생활환경기업’으로 불리면 좋겠어요.”

    -웅진코웨이는 좋지 않은 환경 덕분에 수익을 얻는 기업이라고 봐야겠군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가 저로서는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수시로 딜레마에 빠져요. 4, 5월에 황사가 오지 않습니까. 우리는 황사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만들었으니 공기청정기가 잘 팔리려면 황사가 아주 세게 와야 합니다. 그런데 올 봄에 황사가 좀 약했어요. 그러면 공기청정기 장사엔 문제가 있죠. ‘모든 세상 물이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가 회사의 모토지만 세상 물이 깨끗하면 정수기가 필요없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환경이 나빠지기를 바라겠습니까?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저도 우리 환경이 맑고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가정에서라도 깨끗한 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하려는 거죠.”

    -맑고 깨끗한 환경을 원한다고 하면서 제품의 생산과정이 친환경적이지 않으면 비난받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제가 환경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부끄럽지 않은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는 점은 자부할 수 있어요. 1996년에 국제 환경경영체제 인증규격 ISO14001을 획득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어요. 2002년 준공한 경기도 포천 비데 공장은 젖거나 찢어지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종이박스를 쓰지 않아요. 대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플라스틱 박스를 사용합니다. 비데 테스트할 때 쓰는 물은 생활용수로 재활용합니다. 하루 평균 재활용하는 물의 양이 3.6t이니까, 연간 864t의 물을 절약하는 것이죠.

    직원 스스로도 깨끗한 환경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충남 공주에 정수기 공장이 있어요. 공장 부근에 유구천이 있는데, 우리 직원들이 이 하천 살리기 운동을 합니다. ‘하천 살리기를 하려면 중랑천 같은 큰 하천을 대상으로 해야지, 충청도에 있는 작은, 그것도 1급수에 가까운 깨끗한 하천이냐’고 하시는 분이 더러 있어요. 맞는 얘기죠. 그러나 내 고장 환경엔 신경 쓰지 않으면서 남 눈에 띄는 환경운동을 한다면 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겠죠? 유구천을 시작으로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안양천에 갈대 10여 만 그루 심어

    웅진코웨이는 2003년 10월, 전 직원이 유구천 주변의 오물 줍는 일을 시작했다. 이젠 매월 두 차례 정기적으로 유구천 청소에 참여한다. 지난해는 한국자연보존협회와 연계해 1년 동안 유구천 생태계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충청남도 환경보전대상 동상을 수상했다. ‘내가 일하는 환경부터 깨끗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유구천 지키기 운동은 최근 ‘맑은 물 사랑 캠페인’이라는 이름의 수도권 하천 살리기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서울 금천구청과 ‘안양천 갈대 식재 협약’을 맺고, 안양천 살리기에도 나섰다. 지난 5월말 직원과 고객 가족, 그리고 금천구청 직원, 안양천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회원 등 300여 명이 경기도 광명시 철산교 주변 안양천 일대에 1만포트의 갈대를 심었고, 7월까지 모두 4만8000포트의 갈대를 심었다(1포트는 갈대 3∼4그루 묶음).

    박용선 사장은 “갈대는 오염물질의 흡수와 제거 능력이 탁월한 수생 식물이라 하천 주변에 심으면 하천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5급수(12ppm)에서 3급수(6ppm)로 개선된다”며 “이렇게 되면 4∼5종의 새로운 어류가 자라며 철새가 찾아오는 ‘생태계 복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먹는 물에 대한 서민의 고민을 해결해준 기업으로 평가받습니다. 한편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깨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것 참,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수도당국과 한판 붙으면 안 되는데…허허. 수돗물을 그냥 먹어도 좋다고 하지만 실제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이 있을까요? 전 지금껏 정수처리장에서 나온 원수가 나쁘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수돗물이 배관을 타고, 물탱크에 보관됐다가 가정의 수도꼭지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정수기를 써야 한다는 거죠.

    수돗물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가 여럿 있습니다. 한번은 감사원에서 정수기를 여러 대 주문했다가 취소한 적이 있어요. 이유를 알아보니까 정수기를 설치하면 수돗물을 못 믿는다는 얘긴데, 다른 정부기관에서 그랬다면 감사 나가야 할 일을 감사원에서 먼저 할 수 없다는 거죠. 담당자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주문을 취소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몇 달 뒤 TV 뉴스를 보니 정부종합청사에서 여직원이 생수통 나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어요. 기자가 그 사실을 감추고 관련 부서장에게 어떤 물을 먹고 있냐고 물으니 수돗물을 먹고 있다고 대답하는 거예요. 생수를 먹고 있다는 증거를 다 촬영해놓았는데 말이죠.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담배나 술 광고 규제가 심하지만 정수기 광고도 심의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먹는 물’과 ‘마시는 물’에 차이가 있나요? 그런데 정수기 광고에는 ‘먹는 물’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고, ‘마시는 물’이라고만 해야 합니다. ‘마시는 물’은 컵에 따라 마시는 물이고, ‘먹는 물’은 밥 짓고, 반찬 만드는 것까지,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합니다. 정수기 사용 범위와 보급이 너무 확대되면 정수기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으니 광고할 때 표현을 자제하라는 것이 관계당국의 설명이죠.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발상의 전환=성공의 지름길

    -웅진코웨이는 광고 덕을 톡톡히 본 회사 아닌가요? ‘깐깐한 물’ ‘닦지 말고 씻으세요’ 같은 히트 문구도 있고요.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고가의 비데가 일반 가정용품으로 전환되고, 보급량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웅진코웨이 광고가 한몫 한 것 같은데요.

    “몇 년 전만 해도 비데는 부유층이 쓰는 용품, 없어도 되고, 있으면 좋은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광고기획사도 어떻게 하면 비데를 고급스럽고 우아하고 세련되게 포장할까 고민하더라고요. 모델도 최고급을 등장시키는 걸로 말이죠. 그런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월 2만몇천원 내고 사용하는 건데, 그걸 갖고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수십만원짜리 고급 제품, 그것도 이제까지 사용하지 않고도 잘 살았던 물건을 돈 많은 사람은 한 번 써보라는 식으로 풀어선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접근을 완전히 달리 해보자, 가볍게 나가자고 했죠. 이게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어요.

    친환경 생활문화 이끄는 박용선 웅진코웨이 사장

    고객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겠다는 의미의 ‘또또사랑’을 경영이념으로 하는 웅진코웨이 박용선 사장은 앞으로 좀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환경운동에 동참할 계획이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로 성장한 회사지만 개인적으로 비데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직접 비데를 생산한 게 벌써 20여 년 전입니다. 그동안 여러 회사에서 비데를 생산했지만 판매량은 극히 적었죠. 비데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벌어진 재미난 일도 많습니다. 비데에서 손 닦은 사람, 세수한 사람, 심지어 비데에서 나오는 물을 마신 사람까지 있었으니까요. 웅진코웨이는 2002년에 ‘룰루비데’를 처음 출시했는데 한 달 만에 지난 20여 년간 국내에서 판매된 비데 수만큼 팔았습니다. 한 달에 2만 대 이상 팔고 있으니까요. 우리 화장실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국민 건강에도 도움을 줬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음식물 처리기도 출시했죠?

    “올해 초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젖은 음식물 쓰레기의 직접 매립이 금지됐습니다. 그에 맞춰 음식물 처리기를 출시한 거죠. 발효되거나 국물이 있는 음식이 많은 음식문화 특성상 국물을 하수구에 그대로 내려 보내면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됩니다. 건더기를 처리하는 것도 골치 아프고요. 몇 해 전부터 음식 쓰레기를 미생물로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선 음식물을 압축, 분쇄, 건조시켜 양을 10분의 1로 줄이는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아직 보완할 점이 많아요. 과일처럼 당분이 많은 음식물이 분쇄기에 들러붙는 문제를 개선해야 하고, 집집마다 다른 개수대 하수구 규격도 감안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꾸준히 보완해서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뿐 아니라 업소용 음식물 처리기까지 내놓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면 웅진코웨이가 환경으로 장사하는 회사라는 오명을 벗고 사회에 공헌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회계사 지망생이 구원투수로

    박 사장은 솔직하고 화통한 사람이다. 환경재단에서 친환경기업으로 소개해도 좋다고 추천할 정도면 기업에서 추진하는 일을 조목조목 자랑스럽게 늘어놓아도 되련만, 그는 퍽 쑥스러워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속내를 드러내는가 하면, 부족한 점을 조곤조곤 설명하고 인정했다.

    그는 홍익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영어회화 테이프를 판매하는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에 입사했다. 지인의 권유로 취직했지만, 원래는 회계사가 되고 싶었다. 마침 경리부로 발령이 나, 처음 몇 달 동안 마음 편히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갔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동남아를 순방하고 돌아와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잘못됐다”고 지적하자 헤임인터내셜에서 판매하는 영어회화 테이프가 엄청나게 팔리기 시작한 것. 과외금지령이 선포되면서 일은 더욱 많아졌다.

    그뒤 그는 방문판매본부장, 웅진미디어 관리 이사, 그룹 종합감사실장을 거쳐 1998년 2월 웅진코웨이개발 대표로 발령이 났다. 마흔한 살의 젊은 나이에 대표가 되자 주위에선 윤석금 웅진 회장과 인척관계라는 소문도 돌았다. 사실무근이다. 정작 기뻐해야 할 박 사장은 사실 그렇지 못했다. 그는 ‘좌천’으로 받아들였다. 정수기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웅진코웨이개발은 당시 규모가 매우 작았고, 더구나 외환위기 직후라 회사 사정이 말이 아니었던 것. 그는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값비싼 정수기를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렌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제가 렌털 사업을 처음 시작한 건 아니에요. 1990년대 초반에 이미 렌털을 시도했거든요. 윤석금 회장께서 ‘정수기의 생명은 물을 걸러주는 필터이고,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만 수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쳐 바로 접었습니다. 그러다 1997년 11월에 IMF 체제에 들어서니까 회사 내부적으로 ‘집에 있는 정수기도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고가의 정수기가 팔리겠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다시 한번 렌털 서비스에 도전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가 대표이사를 맡은 거죠.”

    1990년대 초반 실패했던 렌털 제도가 1998년 정수기시장을 이끄는 독보적인 사업방식으로 자리잡은 데는 박 사장이 낸 아이디어의 힘이 크다. ‘아줌마’ 이미지가 강한 주부사원을 세련된 이미지로 바꾼 서비스 요원 ‘코디’는 이영애, 김정은 같은 톱모델을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세계 3대 명품’ 만들 터

    웅진코웨이는 방문판매업계의 선구자로 부르는 윤석금 회장의 출판사가 모태지만, 일찍이 환경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내실을 다졌다. 1993년 설립된 연구소는 수질과 공기 오염도를 파악하고, 정화하는 데 주력했다. 1996년엔 환경부로부터 먹는 물 수질검사기관으로 선정됐다. 2002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KOLAS(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 공인시험기관(물/화학분야 75개 항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연구소의 검사 결과는 국제적으로 효력을 갖는다.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은 서울대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웅진코웨이와 서울대는 지난 6월 ‘웅진 R&D 센터(가칭)’ 설립을 위한 약정을 체결했다. 웅진코웨이는 185억원의 발전 기금을 출연하고, 15년간 해마다 5억원씩, 모두 75억원을 연구비로 지원한다. 서울대는 웅진코웨이와 함께 20년 동안 연구동을 운영하면서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대가 SK, LG 등의 기업과 산학연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조성 중인 서울대 연구공원에 2007년, 3000여 평 규모의 R&D 센터가 건립되면 웅진코웨이는 서울과 인천에 분산된 자사 연구소도 통합 이전할 계획이다.

    -서울대 R&D센터 투자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물, 공기, 건강과 관련된 환경 기술 분야, 새로운 가전 아이템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2007년까지 세계에 내놓아도 될 만한 명품 세 가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요. 간혹 왜 정수기나 공기청정기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있는데, 그건 정수기에 대해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 필터는 중국 수질에 맞지 않습니다. 공기청정기도 환경에 따라 필터 방식이 달라져야 하죠.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의 물과 공기 등 환경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합니다. 앞으로의 연구방향은 이미 출시된 제품을 조금씩 개선하는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세계시장에 통용될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맞춰질 것입니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박용선 사장은 “웅진코웨이가 기업의 모양새를 갖춘 건 불과 몇 년 안 된다”고 했다. 렌털사업이 기반이어서 실제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물 사업으로 번 돈을 물 보호하는 데 써야 한다’는 생각을 실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오래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지만, 번듯한 사회공헌활동을 해보지 못했다고 박 사장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 작업장 주변 하천 청소를 시작했는데, 그마저 사전지식 없이 하다 보니 오히려 폐를 끼치고 말았다. 직원 50여 명과 함께 하천을 청소하면서 지저분해 보이는 비닐을 죄다 뜯어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제방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것이었다. 망신을 톡톡히 당했지만 덕분에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얼마 전 안양천 갈대 식재 행사 때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그때 경험 때문이다.

    웅진코웨이의 친환경 경영은 조금 덜 익은 상태다. 그러나 실수를 감추지 않고, 배우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박용선 사장의 자세에서 앞으로 우리 가정뿐 아니라 환경 또한 덕을 볼 날이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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