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어떤 방법보다 효율적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시장기구를 근간으로 이것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면 된다. 그러나 그 방법도 시장경제를 저해해 본말이 전도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
시장에 대한 간섭은 시장의 기능을 살리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 경제상황점검회의(2004. 5. 17).
개인만이 아니다. 사회나 국가가 하는 일에도 실패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다만 사회나 국가는 어떤 일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중지를 모으고, 실천에 옮기는 단계에선 최선을 다함으로써 실패를 줄여야 할 공적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사회나 국가가 하는 일이 잘못됐을 때 국민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사정은 악화일로에 있다. 성장률은 둔화되고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물가는 뛰고 실업은 증가하고 있다. 조만간 형편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성공의 어머니’인가, 실패인가.
이처럼 걱정이 태산 같은데 느닷없이 ‘시장경제’니 ‘반(反)시장경제’니 하는 말이 오가는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인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논쟁이 우리나라에서만 대서특필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정이 난 사회주의, 공산주의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망상이다. 더구나 국민의 행복을 담보로 몇몇 소수의 생각을 실험해보겠다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여타의 다른 주의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은 역사가 입증한다. 기실 우리나라에도 내놓고 사회주의, 공산주의 하자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반자본주의, 반시장경제라는 말이 들리는 것은 정부, 여당 일각에서 사유재산권 침해, 가격통제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저해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사회주의적 경제운동을 통해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다.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고 오아시스라고 우기는 것과 유사하다. 신기루는 실체에 접하기 전까지는 꼭 진짜 같다는 데 문제가 있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신기루를 좇아가다 막상 그곳에 도달해서야 허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괴롭고 안타깝겠는가. 그런 까닭에 한번도 사막을 건너본 적이 없는 사람, 한번도 신기루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이끄는 대상(隊商)의 고생길이 연상되는 지금이다.
자유와 간섭의 조화
자본주의 경제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는 사유재산제가 확립되었느냐 하는 것이고, 둘째가 시장제도가 중심을 이루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기준이 도전받는다면 자본주의는 성립되기 어렵다. 이 중 사유재산제는 이해하기 쉬운 것이니 일단 제쳐두고 시장제도가 중심을 이룬다는 말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자본주의 경제에는 어떠한 형태가 됐든 경쟁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배분기능과 동기(動機)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배분기능은 현재 시장에서 성립된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자에게 재화와 용역을 배분하며, 현존하는 가격으로 지불할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없는 자를 희소한 자원의 분배로부터 제외시킨다. 동기적 기능은 가격상승이 제품생산에 의한 이윤의 획득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원을 가진 새로운 생산자를 이 업종에 유인하거나 기존의 생산자에게 보다 많은 자원의 사용을 유도한다.
이처럼 시장제도는 한편으로는 기회, 성숙의 원천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효율을 강조한 결과 불확실성, 개인적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즉 자유로운 행동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반면 경제적 간섭에 대한 동기도 부여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역사는 시장경제를 주축으로 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측면과 그에 따르는 제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각종 제도와 규제의 부과라는 측면이 공존해왔다. 자본주의는 처음부터 자유와 간섭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을 내포하고 있으며,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경제정책 기조가 달라진다. 이러한 경향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간섭도 어디까지나 시장기능을 저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기능을 살리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장이 달성하지 못하는 문제, 다시 말하면 규모의 경제, 외부 효과의 존재에 따른 문제, 공공재의 문제, 독과점의 문제, 소득분배의 문제 등도 시장 실패를 치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개입은 시장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장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많은 경제학자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나 출자총액제한제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오해의 빌미를 제공했다.
둘째, 자본주의가 내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시장기구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장기구에 의해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 또는 시장기구가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
셋째, 자본주의가 다른 체제와 구별되는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가 사유재산제도의 확립이므로 자본주의가 갖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사유재산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사유재산에 근거한 자유로운 행동은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위해서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다.
넷째, 시장기구가 안고 있는 문제, 즉 시장 실패에 관해서는 각각의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다만 이때 야기될지도 모르는 정부의 실패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자본주의를 발전시키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각국은 자신이 처한 실정에 맞게 각기 다른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됐다 해서 그것이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이러한 합의를 염두에 두고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처해 있는 문제점을 한번 짚어보기로 하자.
親시장과 反시장 사이
참여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으로,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시장경제를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6월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전략보고회’에서 마무리 강평을 통해 “나는 반기업적 대통령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은 대통령 혼자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지지와 양해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집단간의 의견과 이해관계의 대립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반기업적이다’라는 항간의 추측은 틀린 것이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아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강평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 국민 중에는 대통령의 친기업적 자세를 지지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며, 집단간에도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시장질서의 확립을 강조하고, 친기업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다는 뜻을 거듭 천명하고 있는 데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시장경제가 유지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동안 여당이 반시장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혹을 갖고 지켜본 사람이 상당수라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급기야는 경제정책의 책임자인 이헌재 부총리까지도 “요즈음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그런 식으로 뒷다리를 잡아가지고 시장경제가 되겠나”라며 집권층내 일부 의견이 반시장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집권여당이나 정부의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반대한다. 나는 반시장적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이 부총리를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이 현 정권이 반시장적이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一葉落天下知秋’
가족들이 먹을 국을 정성껏 끓이는 아낙은 냄비 뚜껑을 자주 열었다 닫았다 하는 법이 없다. 그저 국자로 떠올린 국물을 한번 맛보기만 하면 국에 넣은 고기가 잘 익었는지, 두부를 넣어야 할지, 소금을 더 넣어야 할지, 고춧가루를 더 뿌려야 할지를 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지혜를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잖은 선비들은 이런 지혜를 두고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오는 것을 안다(一葉落天下知秋)’고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 정권이 추진하고, 또 추진하려고 하는 정책 한두 가지를 놓고 정부, 여당의 생각이나 정책의 방향 전체를 가늠할 수는 없다. 특히 정권 일각에서 흘러나온 한두 마디 말을 근거로 정부, 여당이 반시장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분명 지나친 감이 있다. 그러나 논란의 와중에서 정부, 여당 인사들이 그렇지 않다고 거듭 변명하는 데도 그렇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고 우려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 여당의 입장에선 앞서 설명했듯이 경제운용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추진하면서 그동안 누적되어온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했을 뿐인데 반시장적이라거나 심지어는 ‘좌파적 정권’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어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노동정책, 재벌정책, 부동산대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시장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기업가와 경제학자, 그리고 일반국민에 이르기까지 정부, 여당의 정책 기조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 여당은 이러한 오해가 잘못된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충실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오해를 잠재우고 정책의 기조가 시장친화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보여주기 위해 정부, 여당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될까.
아파트 원가공개는 하지 말아야
우선 정부, 여당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책방향이 불확실한 것이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라든가 출자총액제한제 등도 정부의 시장경제 추진 의지에 대한 오해의 빌미를 제공했다. 따라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책은 발표도, 실시도 하지 말아야 한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제도의 실시가 가져다줄 효과에 비해 이로 인해 파생될 비용이 너무 큰 제도인 만큼 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열린우리당과 건설교통부 간에 합의된 주요사항을 보면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아파트는 분양원가 주요항목 공개와 원가연동제를 병행하고 민영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분양가 자율화, 원가 비공개 등으로 시장기능에 일임하도록 되어 있다.
원가공개든 원가연동제든 이러한 제도에는 아파트 수급 및 가격 결정을 시장기능에 일임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만약 표준원가를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다면 아파트 건설에서 민간기업이나 국영기업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모든 주택사업을 공기업으로 흡수하더라도 조금도 비효율적이지 않다는 역설이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공공택지의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든지 저소득층에 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분양원가 공개와는 별도로 다른 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시장기능을 활성화하면서도 특혜를 방지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다. 1977년부터 1999년 분양가 완전자율화를 이루기까지 경험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원가연동제로 인한 부작용이 그걸 잘 말해준다.
높은 분양가가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이 아니라 높은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다. 따라서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해서 아파트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은 적으며, 오히려 시장기능에 역행하는 정책시행에 따르는 부작용, 즉 주택품질 저하, 공급위축, 청약과열, 원가계산에 따르는 문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아파트 문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대상인 ‘시장 실패’의 예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반시장적 정책이 정부, 여당의 정책 기조에 대한 오해를 초래하면 민간투자가 위축되어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정부와 민간기업 간의 신뢰가 손상되는 데 따른 후유증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어떤 다른 방법보다 효율적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시장기구를 근간으로 이것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하고, 시장 실패처럼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따로 해결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도 시장경제를 저해하여 본말이 전도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에게 맡겨라
아직 선진국 수준의 소득을 달성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계속 성장해야 하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투자가 이뤄지고 성장이 지속되어야만 저소득층의 생활이 나아지게 된다. 이외의 어떤 방법도 지속적인 소득향상을 가져다줄 수 없다. 그런데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면 투자에 따르는 위험도 그만큼 커져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00년 이후 우리 경제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경제회복은 기적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활동, 생산활동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 민간주도 투자가 활발해지려면 기업과 정부 간의 신뢰가 관건이다. 시장경제는 시장에 참여하는 많은 생산자, 공급자, 그리고 수요자, 소비자 간에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재정경제부 장관인 이헌재 부총리가 “하반기부터 토지규제와 기업투자를 막는 규제를 풀어나가겠다” “노사관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대응해 나가겠다”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그 바탕은 시장인 만큼 시장을 믿고 제대로 작동되도록 힘을 합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은 경제성장을 위해 매우 긍정적이다.
경제운용은 자율, 경쟁,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원리에 의거하고 그 성과 또한 시장에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소외·탈락 계층에 대한 나눔과 배려를 확충함으로써 사회통합을 통한 정치안정,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달성을 이룩하겠다는 ‘따뜻한 시장경제론’은 문제의 핵심을 바로 본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구체적이고 실천이 뒷받침된 정책집행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을 조정하면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정책의 수립·조정·집행자로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부총리로 임명했다면 그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경제운용에 대한 권한을 주고, 잘못된 경우에 책임을 묻는 것이 인재활용의 방법이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자유로운 활동이 성장의 원천
피터 드러커 교수는 기업가 정신의 네 가지 함정 중 하나로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며, ‘이 단계에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그런 일을 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가 바른 질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회사’를 ‘국가’라는 말로 바꾸어 생각해본다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고 싶은 일을 무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될 일을 능력껏 하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개인의 자유야말로 최종적 목표다. 그러나 몇백만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은 갖가지 마찰을 낳게 되므로 이것이 협력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조정은 개인의 자발적 협력에 따르는 것이 좋으며 이를 보충하는 것이 자유경쟁 기업경제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교수는 전체주의를 경계하면서 예를 들어 복지국가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모든 정책을 하나하나 들춰보면 결코 전체주의적인 것도 집단주의적인 것도 아니지만, 그들이 누적됨으로써 전체주의적 체제를 출현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두 교수 모두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강조했으며, 이를 가장 잘 반영하는 제도가 시장경제라는 것을 강조했다. 시장경제를 제외한 어떤 것도 아무리 포장을 잘한들 자유로운 활동에 제약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글로벌화가 진척되면 될수록 기업은 더 이상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전세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므로 정부는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최선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고용을 늘리고 소득을 증대시키는 첩경임을 알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기업주의, 그리고 경제력을 키워나가야만 한다. 무엇보다 ‘이미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상식에 근거해 경제운용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