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이름, 묘호 _ 임민혁 지음, 문학동네, 158쪽, 8800원
국사 공부를 할 때 생기는 의문 중 하나는 왕의 이름에 관한 것이다. 왕의 이름은 누가, 어떻게 지었을까? 왕은 생전에 이 이름을 썼을까? 그동안은 역사학자들조차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신통치 않거나 엉뚱한 답을 하기 일쑤였다. 국가의례를 공부하던 필자는 이에 대한 호기심에 관련 자료를 들춰봤다. 접근하면 할수록 드러나는 왕 이름의 실체에 희열이 느껴졌다. 이를 누가 알았으랴.
‘왕의 이름’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려면 왕의 이름이 본래 묘호(廟號)라는 걸 알아야 한다. 묘호는 사당의 이름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왕의 이름으로 친숙해진 것은 역사서의 본기에서 왕대를 표시할 때 가장 앞에 놓이고, 그 왕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널리 쓰였기 때문이다.
묘호는 하늘이 천자에게 내려주는 이름이다. 조선의 왕은 천자가 아닌 제후였으므로 중국에서 내려주는 시호에 왕자를 붙여 ‘모왕(某王)’이라 칭해야 했다. 고려 말의 충렬왕, 공민왕 등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조선의 왕과 신하들은 이를 거부하고 묘호를 올렸다. 중국에 대한 사대(事大)보다 국가와 사회질서, 왕실의 정통성 확립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종묘에 가서 조상들에게 시호를 내려줄 것을 청했다. 천명을 받은 왕은 하늘에 계신 조상에게서 묘호를 받았다.
묘호의 구체적인 제정원리는 종법(宗法)이다. 종법은 적장자가 종자(宗子)의 지위를 상속하는 제도다. 따라서 왕조를 건국한 시조는 태조라 칭하고 그를 계승하는 종자는 ‘종’이라 해야 한다. 그래야 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았다. 이것이 묘호의 권위요 왕권의 상징이었다. 조공종덕(祖功宗德)은 부수적인 원리에 지나지 않았다.
묘호는 왕의 사후, 왕의 생전의 업적을 평가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묘호 두 글자 중에서 조종(祖宗)의 앞 글자 한 자가 시호인데, 이 시호는 시법의 원리에 따라 정해졌다. 왕의 생전 업적을 선악(善惡)으로 평가한 뒤 좋고 나쁜 시호를 정해 올렸다. 이러한 묘호의 성격 때문에 당시의 왕과 신하들은 조종과 시자(諡字)를 놓고 많은 갈등을 빚었다. 임진왜란 때는 원병으로 입국한 명나라 관료 정응태가 묘호 사용을 트집 잡아 협박하면서 외교분쟁을 야기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실록 편찬을 계기로 조선총독부에서 고종과 순종의 묘호를 말살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국왕의 묘호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당시의 유교 윤리와 국가이념, 통치철학, 역사 등 인간의 사고를 종합하는 가치판단으로 빚어낸 창조물이다.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묘호 두 글자에 담긴 이런 정치적 의미와 포폄(褒貶)의 정신 때문에 조선 역대 국왕은 모두 이를 두려워했다. 시자 한 글자에 선악이 담겨 있고, 조종은 왕권의 정통성을 담보했기 때문이다. 묘호는 단순한 왕의 이름이 아니라, 두려운 역사적 존재다.
임민혁│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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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 _ 파스칼 보니파스·위베르 베드린 지음, 남윤지 옮김
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졌을 때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인 저자 파스칼 보니파스는 프랑스의 TV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북한의 행동을 ‘비이성적’이라고 보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탈피해 그는 북한이 연평도 폭격을 선택한 ‘이성적’ 판단의 배경을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또 다른 저자 위베르 베드린은 프랑스 외교부 장관 등을 역임한 국제정세 전문가. 두 저자는 국제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발단과 전개 과정,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36개 지역의 분쟁을 분석하고 미래 예측 시나리오도 정리했다. 분쟁 지역을 세계 지도에 표시한 뒤 위기의 정도를 색으로 표시해 우리를 둘러싼 여러 분쟁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책과함께, 144쪽, 1만1800원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_ 김기수 지음
최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우리가 그들에게 품었던 막연한 기대를 배반한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폭격 때 북한을 비호했고,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분쟁에서는 패권자의 면모를 노골적으로 보였으며, 서해상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 어선이 침몰하자 도리어 우리나라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 연구실장인 저자는 이러한 중국의 행동 방식을 연구하고, 그 배경을 분석한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이 패권국가가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과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뿌리 깊은 중국 콤플렉스 때문에 중국에 대해 왜곡된 분석틀을 갖고 있었음을 지적하고, 한반도의 통일과 국제관계 변화 속에서 중국이 보일 미래 행보에 대해 전망한다. 살림, 240쪽, 1만2000원
책임혁명 _ 제프리 홀렌더·빌 브린 지음, 손정숙 옮김
‘기업은 좋은 상품만 만들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낡은 것이 됐다. 제품을 고르거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준수 여부를 살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CSR은 이산화탄소 감축, 에너지 절약 등부터 경영 투명성 확립,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 명확한 기업 의식 정립 등까지 포괄하는 개념. 저자 제프리 홀렌더는 미국의 친환경 가정용품 브랜드 ‘세븐스 제너레이션’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으로, CSR에 앞장서는 ‘착한 기업’들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회사를 비롯해 나이키·이베이·파타고니아·오가닉밸리 등 여러 기업의 CSR 사례를 분석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제는 기업들이 CSR을 기업 경영과 미래 전략의 핵심 위치에 놓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도서출판프리뷰, 280쪽, 1만35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생각의 씨앗 _ 김용섭 지음, 생각의 나무, 312쪽, 1만3000원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천재의 창조력도, 예술가의 창의력도, 괴짜의 상상력도 아니다. 두루뭉술하고 복잡하고 추상적인 그 무언가, 그럴싸한 창의력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비즈니스 창의력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 창의력을 소개하고, 그것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처음부터 제목을 비즈니스 창의력을 위한 ‘생각의 씨앗’이라 정하고 책을 썼다. 이왕이면 출판사도 ‘생각의 나무’로 했다. 생각의 나무에서 생각의 씨앗을 선보인 셈이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기업이, 그리고 모든 직장인이 ‘창조’와 ‘창의력’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지대한 관심에 비해 그들의 창의력 수준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고 있다.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창의력을 무슨 유행처럼 생각하거나, 업무 기술 하나 배우듯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창의력에 방법론과 공식을 원하고, 매뉴얼로 정형화된 적용만 기대하며 창의력을 가르치고 또 배운다. 그런 식으론 늘 두루뭉술하고 모호하기 짝이 없을 수밖에 없다. 창의력과 비즈니스가 제대로 연결될 리도 만무하다.
요리에서 재료가 가장 중요하듯, 창의력에선 방법론이 아닌 생각의 씨앗이 가장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방법론에 탁월했던 사람이겠는가? 창의력에는 주사가 아니라 보약이 더 필요하다. 쉬운 공식이나 방법론을 외우는 것보다 근본적인 생각 근육을 키우고 창의력의 씨앗을 계속 뿌리는 것이 훨씬 절실하다. 우리의 머리는 이미 좋은 토양이다. 천재 아인슈타인도 머리를 다 활용하지 못할 만큼 우리 머리는 생각보다 탁월하기에, 머리 나쁘다는 핑계는 버려도 된다. 그러니 누구나 창조자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눈으로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니다. 창조적 자극과 동기 부여를 위해 흥미로운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했고, 독자를 위해 다양한 문제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비즈니스 워크숍에서 다뤘던 내용과 질문도 상당수 책에 녹아들어 있다. 많은 생각과 참여가 필요한 책이다. 예비 독자에게 부탁하건대, 이 책을 펼치기 전 반드시 펜도 함께 준비하고 밑줄을 쳐가며 읽거나 요약해가며 읽으시길.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다는 강박증은 버리길 당부한다. 세상에 중요한 것치고 쉽게 되는 것은 없다. 대신 제값 치르고 얻은 것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
위대한 창조에 요행도, 공짜도 없다. 생각의 씨앗 없이 창조의 열매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머릿속에 생각의 씨앗을 뿌려라. 그것에서 당신이 미래에 이룰 놀라운 창조와 혁신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다.
김용섭│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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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뇌다 _ 한스 J. 마르코비치·베르너 지퍼 지음, 김현정 옮김
30대 남자가 혼자 집을 보던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 법원은 ‘사형’을 기대하는 여론을 뒤로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정신 감정에서 ‘측두엽 간질과 망상장애를 앓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들끓게 만든 ‘김길태 사건’의 전말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이 선과 악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건 뇌의 신경세포 작용 때문이라고 말한다. 측두엽 간질을 앓는 사람은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자유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자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가. ‘범인은 바로 뇌다’는 이에 관해 논의하는 책이다. 심리학과 생물학을 각각 전공한 두 명의 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뇌손상과 이상 행동 간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형법 적용의 합리성 문제를 검토한다. 알마, 272쪽, 1만3000원
국가처럼 보기 _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상인 옮김
중국의 대약진 운동, 소련의 집단 농장, 브라질의 신도시 건설, 탄자니아와 모잠비크의 강제 촌락화 등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예일대 석좌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이것들은 모두 국가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도했으나 궁극적으로 실패한 정책들이다. 저자는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유토피아적 계획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논증하며, 그 원인으로 ‘하이 모더니즘’을 꼽는다. ‘하이 모더니즘’은 ‘진보한 과학 기술을 통해 사회 질서를 합리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믿음이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하고, 지역적 다양성을 간과하며, 현장이나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전통적·토착적·구체적 지식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드러날 경우 국가의 모든 ‘유토피아적인 구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에코리브로, 688쪽, 3만5000원
호모레지스탕스 _ 박경신·박주민·손익찬·양홍석·최종연·최중영·허진만 지음
“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군림했을 뿐이다. 이제 그 법을 우리 것으로 만들 때가 왔다. 법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하나다. … 우리의 도덕과 정의감을 법 위에 앉히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속 법률가인 저자들의 ‘신념’이다. 이 책에는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지는 법질서에 저항하고, 그 자리에 대신 ‘도덕과 정의감’을 ‘앉힘’으로써 세상을 바꾼 13건의 사례가 담겨 있다. 타워팰리스에서 양재천을 건너면 있는 판자촌 잔디마을 거주자 서모씨는 양재2동으로부터 전입신고를 거부당한 뒤 소송을 내 이겼다.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밝힌 뒤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 전 의원은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저자들은 ‘저항하는 인간’만이 현실을 개선하고 법체계를 전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피스토리, 239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밸런스, 열정을 완성시키다 _ 김나위, 시아퍼블리셔스, 253쪽, 1만2000원
나는 이 책을 통해 매력적으로 돋보이는 나, 열정이 이끄는 인생, 조직에서 사랑받는 팀원, 탁월한 업무성과, 아름다운 인간관계와 인맥관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나는 고객만족 경영컨설턴트, 교육훈련 전문 강사, 대학교 겸임교수, 큰나무서비스아카데미 대표로 살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13년이란 시간 동안 1500여 기업과 관공서, 대학교에 출강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일을 겪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와 이야기는 모두 내가 만났고, 겪었고, 느꼈고, 보았던 일들이다. 책 속에 나오는 이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들을 통해 나는 살아가는 방법, 성공하는 전략, 매력적인 자기 관리,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배웠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하루하루에서 실수를 줄이고 좀 더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예전에도 알고 있었다면 적어도 후회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희망으로 썼다.
“나는 이제 말하려고 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속도감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스피드의 시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영혼은 어디쯤에 있는지 되돌아보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상실한 것과 선택한 방향이 우리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말이다. 또한 우리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기 위해 먼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모두가 성공을 꿈꾸며 살지만 성공한다고 행복한 것도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행복과 성공은 조화, 밸런스다. 혼자가 아니라 나와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는 조화가 있어야 행복도 성공도 가치가 있다. 일과 사랑과 인생이 균형을 이뤄야 나 자신을 제대로 완성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완전한 나로 거듭나기 위해, 내 안의 더 강한 나를 깨우기 위해, 조금 더디더라도 올바른 길을 걷기 위해 마음의 균형을 잡는, 일의 균형을 잡는, 사랑의 균형을 잡는, 인생의 균형을 잡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더 있을까 싶다.”
조금 더디더라도 바른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며 책임이다. 이것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 안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안달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로 좋은 영향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소소한 과정의 노력은 다르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타인에 대한, 일과 사랑에 대한 밸런스가 진정한 성공을 이루게 해준다. 나는 열정을 완성하는 힘, 진정한 성공을 이루는 방법은 밸런스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김나위│큰나무서비스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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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문가의 일생 _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군사부일체’의 유교 이념이 지배한 조선에서 훈장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에 따르면 그들은 뜻밖에도 ‘춥고 배고픈 직업인’이었다. 스스로를 ‘설경(舌耕)’, 즉 ‘혀로 밭갈이하는 무리’라고 부르며 자조할 정도였다. 별자리를 읽고 ‘하늘의 메시지’를 해독해 통치와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친 천문역산가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선시대 관상감에 배속돼 있던 130여 명의 관헌 가운데 하위직들은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반면 의학 지식을 쌓은 뒤 민간에서 활동한 의사들은 실력만 있으면 단번에 미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고 큰돈도 벌 수 있었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조연으로 살아간 ‘전문직 종사자’들의 삶을 조명한 책. 광대·궁녀·목장·화원·역관·금융업자 등 다양한 직업군의 특징이 흥미롭게 묘사돼 있다. 글항아리, 384쪽, 2만3000원
맹자교양강의 _ 푸페이룽 지음, 정광훈 옮김
중국 CCTV에서 방송돼 화제를 모은 ‘맹자의 지혜’ 강의를 정리한 책. 유가 고전 ‘맹자’에 담긴 맹자의 사상을 교육, 효도, 수양, 어진 정치, 이단 등의 범주로 분류한 뒤 원전의 문장을 근거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 주제나 개념을 논할 때 ‘맹자’ 전반에서 논거를 가져와 풀이하기 때문에 그의 철학을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만대학 철학과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맹자는 ‘사람이 진실하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깨우쳐주고 독려해주는 마음속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이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선(善)’이고, 그 내용은 교육을 통해 정해진다. 교육을 받은 사람은 진실한 태도로 자신의 책임을 마주 대하고 용기 있게 그것을 실천하며 고집스레 선한 것만 택해 결국 지극한 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맹자의 ‘성선설’의 내용이다. 돌베개, 248쪽, 1만2000원
시네필 다이어리2 _ 정여울 지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철학 입문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시네필 다이어리’ 1편의 후속작이다. 2004년 ‘문학동네’를 통해 평론가로 등단한 저자는 갱스터 무비의 고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부터 ‘본 아이덴티티’ ‘매트릭스’ ‘의형제’ ‘아바타’까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8편의 영화를 분석한다. 미셸 푸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한나 아렌트, 발터 벤야민 등 저명한 철학자의 사상을 분석 틀로 삼았다. 영화 ‘본 아이덴티티’에 대한 설명을 보자. 자아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 본이 타인의 시선으로 형성된 거짓 자아를 깨고 참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은 미셸 푸코가 말한 ‘사유와 투쟁’이다. 영화 속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통해 부담스럽지 않게 철학 이론을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자음과모음, 372쪽, 1만75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훌륭한 일터 GWP _ 조미옥 지음, 넥서스BIZ, 239쪽, 1만4500원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꾼다. 세계 경제가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침몰의 끝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에 기업이 꿈꾸는 지속가능 성장의 원천 엔진은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일터의 경쟁력, 즉 구성원들의 경쟁력이다.
기업이 발전할수록 공동의 목표는 커진다. 구성원들은 조직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주체다.
이 책은 지속가능 성장을 꿈꾸는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GWP(Great Workplace) 경영은 기존의 관리(Management)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에서 관계(Relationship)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GWP는 구성원들과 상사 또는 경영진과의 관계에서 신뢰(Trust)를 다루고 있으며 구성원과 업무 사이의 관계에서 자부심(Pride)을 다룬다. 또한 구성원과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 일하는 재미(Fun)를 다룬다. 훌륭한 일터를 구현해가는 기업들은 다수의 구성원이 자신의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며 자신의 업무와 조직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구성원들 간에 배려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일하는 재미가 넘친다. 이러한 일터만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몰입과 헌신을 끌어낼 수 있으며, 자율과 창의, 그리고 도전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다.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가장 훌륭한 100대 기업은 일터의 경쟁력이 바로 기업성장의 원천 엔진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S·P 500대 기업이나 Frank Russell 3000 기업보다도 재무적 성과가 탁월한 포천 100대 기업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기업경영의 철학을 일터에서 실천하고 있다. 아무리 급여가 높고 복리후생이 잘되어 있는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관계의 질(Quality of Relationship)이 취약하면 업무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GWP 경영은 보여준다. 포천 100대 기업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일터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곳’, ‘동료 간에 관심과 배려가 넘치는 곳’, ‘회사의 방침과 정책이 직위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지켜지는 곳’, ‘생색나지 않는 일을 해도 노력을 인정해주는 공정한 일터’라고 자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하 간, 동료 간에 신뢰가 두터운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GWP 조직문화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한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GWP를 구현해가고 있으며 GWP를 구현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은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GWP 사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훌륭한 조직문화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현장 실천을 중심으로 씌어진 이 책은 신뢰경영의 터전이 되는 GWP 조직문화를 꿈꾸는 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조미옥│GWP Korea 컨설팅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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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_ 스미소니언연구소 펴냄, 허성용·허영란 옮김
현대 사회에는 산업화된 지역에 사는 부유한 소비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최첨단 기술이나 혁신적인 디자인보다 주거, 보건, 식수, 에너지 등의 문제가 더욱 절실한 이가 많다. 그러나 “세계 디자이너의 95%는 상위 10%의 부자 소비자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인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런 디자이너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90%’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을 논의하는 책.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은 ‘빈곤 퇴치, 지역사회 개발, 저소득층 삶의 질 향상’ 등을 목표로 하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과 같은 개념이다. 저자들은 물 오염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위한 휴대용 정수 장비 ‘라이프 스트로’ 등 적정 기술 발명품이 이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소개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새로운 기술’의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에딧더월드, 152쪽, 2만원
Dr.미니어처의 아는 만큼 맛있는 술 _ 김원곤 지음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문의이면서 자타공인 술 애호가인 저자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술 이야기를 풀어낸 책. 저자는 진료와 수술로 바쁜 일정 틈틈이 많은 술을 마시고, 술의 원산지를 찾아 여행을 다니며, 칵테일 마시는 장면을 찾아 수천 편의 영화를 볼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술을 즐긴다. 서울대학병원 웹진에 ‘김원곤 교수의 엔돌핀 술 이야기’라는 칼럼도 연재한다. 이 책에서 그는 이 ‘내공’을 모아 위스키, 브랜디, 증류주, 와인, 맥주, 양조주, 리큐어 등 다양한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느 나라에서 어떤 브랜드로 출시되었는지 알려준다. ‘mini bottle collector’라고 적힌 명함을 들고 다닐 정도로 미니어처 술병 수집을 좋아하는 저자가 직접 찍은 미니어처 술병 사진 300여 컷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조선Books, 243쪽, 1만2000원
가슴 따뜻한 무릎팍 박사의 인생을 살리는 무릎 이야기 _ 이수찬 지음
관절·척추 질환을 집중적으로 연구·치료해온 힘찬병원 대표원장이 저술한 책. 무릎은 우리 몸에서 체중 부하를 가장 많이 받는 관절로, 중장년이 되면 이 부위의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저자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만 1만7000여 회 실시한 경험과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일반인이 무릎 관절염에 대해 갖고 있는 궁금증을 차근차근 풀어준다. ‘관절염을 진단하는 데는 X-ray가 MRI보다 낫다’ ‘골다공증이 바로 관절염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대가 끊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등 정보의 내용이 구체적이다. 약을 먹지 않고도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는 통증의 종류, ‘획기적 치료법’을 의심해야 하는 이유, 인터넷 관절 정보의 허와 실 등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느낌이있는책, 26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