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들꽃 같은 배우 되고파”

‘셀러브리티’ 박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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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3-08-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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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신은 분명, 할 말 있어도 참는 성격

    • “암기 어려워” 이과 반 선택한 외고생

    • ‘오징어게임’ 시즌2까지 글로벌 인지도 쑥쑥

    박규영은 ‘셀러브리티’에 출연하며 대리만족감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박규영은 ‘셀러브리티’에 출연하며 대리만족감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배우를 마주하면 처음 본 순간부터 보통 사람과 다른 부류라고 느끼게 된다. TV 화면이나 스크린에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사람의 얼굴이 콤팩트디스크(CD) 한 장으로 가려질 만큼 자그마해서다. 그 작은 얼굴과 어우러진 이목구비의 조화도 상상 이상으로 입체적이고 아름답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로 글로벌한 관심을 받는 배우 박규영이 딱 그랬다. 무더운 오후, 서울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청바지에 기본 스타일의 재킷 하나를 걸쳤을 뿐인데도 멋스러운 분위기로 시선을 끌었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한) 패션이냐고요? 지금은 그나마 꾸민 거예요. 평소에는 운동복만 입고 다녀요(웃음).”

    ‘셀러브리티’는 인플루언서의 성공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을 밀도 있게 그린 드라마다. 6월 26일 처음 공개된 시점부터 7월 2일까지 넷플릭스가 공식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24개국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가 다수고 남아메리카의 볼리비아, 카리브해의 도미니카공화국 등과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모로코도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인기의 중심에는 박규영이 연기한 주인공 서아리가 있다.

    ‘달달’ 외운 대사의 힘

    서아리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졸 신분으로 생계 전선에 뛰어든다. 화장품 방문판매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폴로어(follower) 130만 명을 가진 인플루언서로 추앙받는다. 그러다 나락으로 곤두박질친다. 그 세계의 추악한 면을 들추는 ‘라방(라이브 방송)’ 진행자로도 변신한다. 박규영은 각각의 매력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자 작은 디테일까지 살리려 노력했다.

    “아리는 어떤 옷을 입어도 모델처럼 맵시가 나는 캐릭터여서 발레로 체형을 교정했어요. 각 단계별로 머리카락 끝의 각도를 달리해 이미지에 변화를 줬고요. 집에 있는 옷을 가져다 활용하기도 했어요.”



    외적 리얼리티에만 공들인 게 아니다. 라방에서 독백하듯 말하는 긴 호흡 대사가 앞뒤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밤낮으로 대본을 ‘달달’ 외우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셀러브리티’를 연출한 김철규 감독은 이런 그에게 “사법고시를 봐도 되겠다”는 ‘찬사’를 보냈다.

    “3단 변신 중 라방 아리가 가장 재밌었어요. 일상에서 좀처럼 하기 힘든 스타일링이었거든요. 독백 연기도 처음 하는 도전이어서 흥미로웠고요. 대사를 외우느라 애를 먹었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아요.”

    박규영에게 ‘암기’는 달가운 영역이 아니다. 부산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 10개 반 중 2개뿐인 이과 반에 들어간 것도 “암기를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아서”라고 한다. 그러던 그에게 배우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을까 의문이 들었다. 배우에게는 대사 암기가 숙명 아닌가.

    “어떤 작품을 하든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임해요. 대사를 외우는 게 쉽지 않지만 잘해 내려면 받아들여야죠. 다른 연기자나 스태프에게 누가 돼선 안 되니까요.”

    박규영은 ‘셀러브리티’에서 3단계로 변신하며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넷플릭스]

    박규영은 ‘셀러브리티’에서 3단계로 변신하며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넷플릭스]

    유명해져 얻는 것과 잃는 것

    그는 연세대 의류환경학과에 다닐 때 ‘대학내일’의 표지를 장식한 적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JYP엔터테인먼트의 배우 연습생으로 발탁돼 연기에 입문한다. 데뷔작은 2016년 같은 소속사의 아이돌 가수 조권의 ‘횡단보도’ 뮤직비디오다.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20년 김수현과 서예지가 주연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에 조연으로 출연하면서다. 이후 ‘스위트홈’ 시즌1(2020), ‘셀러브리티’ 시즌1에 이어 ‘오징어게임’ 시즌2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연거푸 캐스팅돼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애칭이 생겨났다.

    ‘셀러브리티’에서 ‘라방’ 아리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으면 먼저 유명해져라”라고 주문한다. 유명해지면 폴로어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규영도 첫 주연작인 ‘셀러브리티’ 출연 후 인스타그램 계정(lavieenbluu)의 폴로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폴로어는 최근 열흘 동안 100만 명 가까이 늘어 7월 12일 현재 235만4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시즌2가 공개되면 이민호, 박서준처럼 수천만 명대의 폴로어를 갖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은 대중의 인지도가 영향력의 척도가 된다. 그렇다고 유명해지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터. 그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사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불편한 점”이라면서 “좋은 반응은 좋게 받아들이고, 안 좋은 반응도 내가 수정하거나 보완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전혀 수용하기 힘든 반응은 흘려보낸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허세보다 진정성을, 행운보다 노력을 소중히 여기는 셀러브리티 아리가 겹쳐 보였다. 실제로 아리와 싱크로율은 어떨까.

    “일할 때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만의 기준을 가진 것은 닮은 점이라 할 수 있어요. 아리와 다른 점은 그렇게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지르지 않고 잘 참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리로 살면서 대리만족감을 크게 느꼈어요.”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된 신데렐라가 아닌 만큼 무명의 설움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물었다.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있느냐고.
    “힘든 순간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럼에도 지금은 이보다 더 감사한 직업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표현하는 것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그 속에서 덩달아 저도 힘을 받고 있거든요. 그런 사이클이 반복되는 게 참 재미있어요.”

    ‘오징어게임’ 시즌2의 무게

    박규영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한 축은 ‘오징어게임’ 시즌2로 인한 것이다. 시즌2에는 시즌1에서 열연을 펼친 이정재를 비롯해 이병헌·임시완·강하늘·박성훈·조유리·최승현 등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연기력이 쟁쟁한 배우가 대거 출연할 뿐만 아니라 시즌1의 화제성으로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탓에 제작진과 연기자 모두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최근 첫 대본 리딩 연습에 돌입했다.

    “제작진이 엄청난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어요. 그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순 없지만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거예요.”

    롤 모델은 영국 배우 캐리 멀리건이다.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적인 모습이 닮고 싶을 만큼 존경스러워서”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마음을 다잡아주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좌우명은 딱히 없다. “거창한 목표나 계획을 세우기보다 현재에 항상 충실하자”는 주의다. 이런 그가 꿈꾸는 배우상은 어떤 모습일까.

    “제가 엄청 화려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미 같은 사람은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들꽃 같은 사람이고 싶어요. 보기에 편안하고, 은은한 향기가 나며, 누구에게나 좋은 에너지를 주는 연기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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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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