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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풋사과 한 알을 넣고 너와 나누었다
항아리 속이 궁금해서 얼굴을 밀어 넣었고
내가 둘이 되었고
그렇게 시작되는 영화가 있었다
왕벚나무 꽃잎들을 한가득 집어넣었다
쉬지 않고 불어오는
꽃바람을 너와 하염없이 맞았다
결말을 훤히 알면서도 보는 이야기는
과정을 보기 위함이고
사랑을 넣는다고 배가되지 않았다
사랑이 둘이 되었다
되돌릴 수 없어 울었다
씨앗은 잎사귀를 만들고 잎은 잎을
가지는 열매를
결국 씨앗은 씨앗을 만드는
이야기 속에 너와 있었다
손목시계를 넣자 시계가 둘이 되지 않고
시간이 둘이 되었다
너와 다른 시간 속에서
항아리가 둘이 되었고
이제 온 세상이 만들어졌다
권승섭
● 2002년 경기 수원 출생
●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에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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