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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리엔 철저하면서 자기 몸엔 무식한 당신을 위해

자동차 관리엔 철저하면서 자기 몸엔 무식한 당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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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리엔 철저하면서 자기 몸엔 무식한 당신을 위해

몸 관리법을 상세하게 소개한 ‘남자의 몸’과 ‘내몸 사용설명서’.

지난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첫날 400m 결승전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호들갑을 떨며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한 장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승을 확인한 박 선수가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는데, 아시안게임 때는 볼 수 없던 잘 발달된 팔과 가슴 근육이 드러났다. ‘바로 저 근육에서 폭발적인 힘이 나왔구나.’ 다른 사진을 더 찾아보며 연신 “와” 하고 감탄하자, 곁에서 남편이 한마디 던진다. “아줌마 같은 소리 좀 그만하지.”

남편은 전에도 그랬다. 영화 ‘트로이’를 보며 브래드 피트의 단단한 허벅지 근육에 정신 팔린 내게 여지없이 “아줌마스럽다”고 핀잔을 줬다. 아르마니 모델이자 뭇 여성 스타가 한번 사귀어보고 싶어하는 섹시남 호아킨 코르테스의 플라멩코 공연 때는 한층 더 심술을 부렸다. “무용수로서는 다리가 좀 짧다”라거나 “생각보다 몸매는 별로”라며 트집을 잡았다. 내가 보기엔 요즘 말로 ‘완소남’인데 말이다. 얄미운 생각에 나도 한마디했다. “당신 몸이나 한번 보고 그런 말을 하지 그래?”

어느덧 남편의 몸무게는 일급비밀이 됐다. 어쩌다 저울에 올라갈 때도 식구들 눈에 안 띄려고 애쓴다. 1년에 평균 1kg씩 착실히 찌운 결과 한때(고교 시절 이야기니 내 눈으로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잘록했다는 허리는 간 데 없이 밋밋하다 못해 두꺼워졌으며, 이제는 밥 한 공기만 들어가도 배가 볼록 나온다. 이제 그도 완연한 중년에 접어든 게다. 얼마 전부터 노안(老眼)이 온 것 같다며 돋보기 타령까지 시작했다. 몇 년 지나면 우리도 아트 히스터 부부처럼 대화할지 모른다.

남편 : 중년이 되면 오르가슴도 짧아지게 마련이야.

아내 : (능글맞게 웃으며) 더 짧아지면 얼마나 더 짧아질 수 있을라고?



어어, 내 몸이 왜 이러시나?

캐나다 의사 아트 히스터는 딱 내 남편 같은 사내들을 위해 ‘남자의 몸’(동아일보사, 원래 ‘자신만만 4050건강법’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을 전면 개정했다)을 썼다. 이 책은 ‘사내들이 나잇살 먹으면 어떻게 구겨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샤워하면서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하수관이 막힐까봐 걱정하던 것은 옛말. 이제는 머리숱이 퇴각에 퇴각을 거듭해 뒤통수에 배수진을 치고 임시 참호처럼 달랑 붙어 있으며, 대신 코털처럼 원치 않는 부위의 털은 쑥쑥 고개를 내민다. 다중 초점 렌즈를 껴도 거리를 잘 조절하지 못해 책이나 신문 위에 앉아 있는 것이 글자인지 파리인지 분간이 안 되고, 허리선은 아래로 아래로 처지다 못해 무르팍까지 내려갈 기세이며, 영화를 보러 가거나 비행기를 탈 때는 전립선 걱정 때문에 음료수 마시는 일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가? 이쯤 되면 빼도 박도 못할 늙다리가 된 거다.

자, 아트 히스터가 신세타령이나 하자고 이 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적은 분명하다. 40세 이상의 남자에게 20년 뒤를 내다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여자가 아닌 중년 남자에 방점이 찍혔냐 이 말이다.

여자는 월경전 증후군, 임신, 분만, 산후 후유증, 폐경 같은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증상이 빠르다. 반면 남자는 자신의 몸에 대해 무지하다. 건강하게 태어나고 그 뒤 사고를 당하거나 만성 질환에 걸리지만 않으면 마흔 고개까지는 무난하기 때문에, 하룻밤 새 두어 차례 오줌 누러 일어나야 할 나이가 될 때까지 자신의 신체기능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자연히 건강에 대해 관심이 멀어지고, 더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행여 건강을 염려해서 담배를 끊는다, 술을 끊는다고 하면 “그래? 그렇게 오래 살아서 뭐하게?”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그러다 갑자기 한꺼번에 위와 같은 변화를 겪고 당황한다. “어어, 내 몸이 왜 이러시나?”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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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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