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화성궤도탐사선에 잡힌 화성에 물이 흘렀던 흔적. 먼 옛날 화성의 생물체가 지구에 유입됐던 것은 아닐까.
다윈은 그 질문의 방향을 과학 쪽으로 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종의 기원’에서 모든 생물이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썼다. 소심한 편이던 그는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지인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암모니아와 인산염과 빛, 열, 전기 등이 있는 따뜻한 작은 연못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최초의 생명체가 무생물로부터 생겨났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최초의 생명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생물은 무생물과 비교해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 대사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유지하고, 닮은 점과 다른 점을 고루 지닌 자손을 낳고, 환경에 적응한다. 더 나아가 자신에게 맞게 환경을 변화시키는 등의 복잡한 특성을 지녔다. 이런 생물이 무생물로부터 생겨났다고?
그 어려운 문제를 풀 실마리를 처음 제공한 것은 밀러-우레이의 실험이었다.
초기 지구엔 누가 살았나?
1953년 미국 시카고대 해럴드 우레이 교수의 지도를 받는 대학원생이던 스탠리 밀러는 생명이 아직 없던 초기 지구에서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위와 아래에 플라스크를 하나씩 놓고 두 개의 관으로 양쪽을 연결했다. 아래쪽 플라스크에는 물을 넣었다. 그것이 지구의 바다였다. 위쪽 플라스크에는 여러 가지 기체를 넣었다. 지구의 대기였다.
밀러는 원시 지구의 대기가 어떠했는지 추정한 러시아 과학자 오파린을 비롯한 과학자들의 견해를 받아들여 위쪽 플라스크에 메탄, 암모니아, 수소를 넣었다. 그리고 아래쪽 플라스크를 가열하면 관을 따라 수증기가 올라가서 위쪽 플라스크로 들어가도록 돼 있었다. 위쪽 플라스크에는 전극을 달아 전기 방전이 일어나도록 했다. 전기 방전은 번개였다.
밀러는 아래쪽 플라스크를 가열해 수증기를 순환시키면서, 위쪽 플라스크에 계속 전기 방전을 일으켰다. 그러자 기체들끼리 반응하기 시작했다. 반응으로 생긴 산물은 관을 따라 내려와서 냉각된 다음 아래쪽 플라스크로 들어갔다. 바다와 대기 사이에 물질 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하루가 지나자 바다가 분홍색을 띠기 시작했고 일주일이 지나자 짙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밀러는 짙은 색으로 변한 바닷물을 꺼내어 성분을 분석했다. 거기에는 세포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 20종류 중 11가지가 들어 있었고, 유전물질인 핵산의 전구물질이라고 할 만한 것도 있었다. 즉 생물의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생명의 원료인 유기물질이 생성된 것이다.
밀러의 실험은 생명체 자체가 아니라 간단한 유기물질을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생명체가 초기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였다. 너무나 놀라운 의미가 함축돼 있었기에 과학자들은 처음에 그의 실험 결과를 믿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논문은 머지않아 유명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렸다.
밀러-우레이 실험은 문제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단순하면서도 산뜻했으니까. 게다가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화학자인 레슬리 오겔은 1969년 호주에 떨어진 머친슨 운석이 우연찮게 그 실험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했다고 말한다. 그 운석을 분석해보니 아미노산의 종류와 비율이 밀러의 실험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