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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버린 씨앗이 화성에 생명을 잉태한다?

지구가 버린 씨앗이 화성에 생명을 잉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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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명체는 외계에서?

지구가 버린 씨앗이 화성에 생명을 잉태한다?

1953년 스탠리 밀러가 전기방전을 이용해 아미노산을 합성한 실험장치. 원시 지구를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밀러의 실험 이후에 과학자들은 기체의 종류와 비율을 달리하면서 비슷한 실험을 해보았다. 밀러가 조성한 대기는 화학적으로 환원성 대기라고 하는데, 과학자들은 환원성 대기에서는 아미노산이 쉽게 생성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정반대 특성을 지닌 산화성 대기에서는 아미노산이 전혀 생성되지 않거나 아주 소량만 생성됐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유전물질인 핵산의 기본 단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생물의 두 가지 주요 성분인 단백질과 핵산의 원료가 초기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는 고무적인 결과가 나온 셈이었다. 게다가 우주 공간에도 그런 물질들이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과학자들은 실험의 전제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밀러는 원시 대기가 암모니아와 메탄처럼 쉽게 반응하는 기체들을 섞은 형태라고 보았다.

그런데 초기 지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원시 대기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초기 지구는 불안정한 상태였고 우주로부터 혜성과 유성의 세례를 받는 일도 잦았으니, 암모니아와 메탄 같은 반응성이 강한 기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반응성이 약한 이산화탄소와 질소가 원시 대기의 주성분이라고 추정했다. 그렇다면 초기 지구는 밀러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세계인 셈이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대안 가설을 제시하는 과학자들이 나타났다. 생명이 지구에서 출현한 것이 아니라 외계에서 왔다는 이른바 범종설(汎種說)이다.

범종설은 사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낙사고라스로부터 이어지는 오래된 가설이다. 그는 우주에 아주 작은 씨앗이 무수히 흩어져 있으며, 그것들이 조합해 생명을 비롯한 만물을 낳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그 견해는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됐지만, 그 가설을 부활하려는 시도가 어쩌다가 한 번씩 일었다.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의 구조를 밝힌 프랜시스 크릭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1973년 레슬리 오겔과 함께 어떤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에서 DNA를 담은 일종의 씨앗을 지구로 보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DNA가 지구에서 진화를 거듭하면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외계 문명의 씨앗이 지구를 생명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든 셈이다. 물론 크릭과 오겔은 그 외계 문명은 무생물에서 생성되는 과정을 거쳐 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크릭과 오겔의 주장은 다소 장난기가 어린 듯했기에 과학자들은 그들의 견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누가 외계 생명체를 지구로?

하지만 분광 분석법 등을 통해 우주 공간을 살펴보고 우주 먼지와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분석한 결과, 우주에 아미노산 같은 생명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 풍부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범종설은 새롭게 힘을 얻었다. 굳이 외계 문명이 파종을 하지 않았더라도, 지구가 형성될 때인 약 45억년 전부터 생명이 탄생한 시기라고 여겨지는 약 35억년 전까지, 10억년 동안 지구에 떨어진 그런 물질들의 양을 더하면 엄청날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 지구의 대기 조건이 아미노산 같은 물질을 생성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도 생명의 원료 물질들은 운석과 우주 먼지를 통해 계속 지구로 유입돼 많아졌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생명이 출현할 유기물로 가득한 이른바 ‘원시 수프(primordial soup)’가 생겼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아예 생명체 자체가 우주에서 왔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그들은 최근 들어 급속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행성학, 우주론, 우주생물학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논거로 제시한다.

1990년대부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해외 화제에 오르곤 하는 화성에서 온 운석들이 한 예다. 1984년 남극대륙에서 발견된 ALH84001이라는 운석이 있다. 이 운석은 약 1500만년 전에 화성에서 떨어져 나와 약 1만3000년 전에 지구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1500만년을 우주에서 떠돈 셈이다. 1996년 미국 항공우주국의 데이비드 매케이 연구진은 이 운석에 지구의 세균과 아주 흡사하게 생긴 생명체 화석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것이 정말로 생명체 화석인지를 놓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지만, 아직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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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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