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가르치는 교수’<br>이의용 지음/ 쌤앤파커스/ 328쪽/ 2만원
교수는 강의와 연구를 하는 전문인이다. 양쪽에 모두 비중을 둬야 하지만 강의를 등한시하는 교수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농땡이’ 교수를 압박할 별다른 방법도 없다. 이 때문에 특히 학부생들은 품질이 낮은 강의를 듣고 비싼 등록금을 내는 억울함을 당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를 자주 요구하지만 ‘강의 품질 향상’을 외치는 목소리는 거의 내지 않는다. 학부모는 더욱이 대학 사정을 잘 모른다. 그러니 개선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미국에서 최우수 강의상(賞)을 여러 번 받은 조벽 교수라는 분이 서울대 교수들에게 강의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언론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호기심이 발동해 조벽 교수의 저서 몇 권을 읽었고 그의 강의를 담은 동영상도 보았다. 수강생들의 학습 열정을 이끌어내는 명강의였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교수가 학생들을 제대로 파악해 그들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교수와 학생의 ‘소통’이 중요한 셈이다.
신간을 살피다가 ‘잘 가르치는 교수’라는 책이 눈에 띄어 조벽 교수의 얼굴을 떠올리며 집어 들었다. ‘최고의 강의를 위한 교수법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훑어보니 단지 강의 기법만 담은 책이 아니다. 교수와 수강생의 원활한 의사소통법을 강조했다. 조벽 교수의 저서와 비슷하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자. 대기업에서 27년간 몸담으며 주로 연수원 업무를 맡았다. 그때도 틈틈이 대학에 출강했다. 대기업을 떠난 후에는 중앙대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강의기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각 대학의 교수학습센터에서 마련하는 교수법 강좌에 자주 초청된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압축한 것이다.
대학의 1차 고객은 학생
저자는 한국 대학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적지 않은 교수가 스승의 역할에는 관심이 없고 논문 쓰는 데 골몰한다고 한다. 학부생들의 항의는 “연구 논문을 써서 강의에는 얼마나 활용하느냐?” “왜 학부생들의 학비로 월급을 받으면서 대학원생 지도와 논문 쓰는 데에만 힘을 쏟느냐?”로 요약된다.
학생들이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수업은 어떤 것일까. 툭하면 바쁜 일이 있다며 휴강이나 대강(代講)이 많은 수업, 발표나 팀플레이가 너무 많은 수업, 잘 안 보이고 잘 안 들리는 수업, 교수가 수업 시작 전에 앞자리 학생에게 “지난 시간 어디까지 했지?” 하고 묻는 수업, 교수의 정치적 성향을 강요하는 수업 등이다.
다시 듣고 싶은 수업 유형을 분류해보자. 한 편의 드라마처럼 치밀하게 짜여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 수업, 졸업 후에도 사회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수업, 과제가 재미있고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 창조적인 수업, 강의를 녹음이라도 해서 다시 듣고 싶은 수업 등이다.
학생들이 싫어하는 교수는 다음과 같이 조사됐다. 권위주의자, 처음 보는데도 반말로 학생을 막 대하는 교수, 시계만 바라보며 시간만 때우려는 교수, 자기 자랑만 하고 수업은 안 하는 교수, 자신이 좋은 대학 나왔다고 해서 학생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교수, 당일 수업 시작 직전에야 휴강 소식을 알려주는 교수 등이다.
존경하는 교수 유형도 눈길을 끈다. 학생들 돈 들까봐 염려해주는 교수, 인생에 대한 깊은 경험으로 조언을 해주는 교수, 세계를 보는 눈을 넓혀주고 사고를 터주는 교수, 과제를 일일이 피드백해주는 교수, 오픈북으로 시험을 치르게 하는 교수, 쉬는 시간에 매점에 함께 가서 간식도 함께 먹는 교수, 매학기 교안을 업그레이드하는 교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