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거리던 호텔 로비 저 멀리 커다란 선글라스를 쓴 그녀가 등장했다. 시간이 정지한 듯 좌중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밝은 시선과 시원한 미소가 눈길을 붙잡았다. 그녀의 표정 속엔 두 개의 얼굴이 있었다. ‘소녀’와 ‘여왕’. 미래에 빠져 있는 소녀는 당찼지만 여왕은 외로워 보였다.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한성주는 꿈을 현실로 끌어당기려 싸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았다. 정원이 내다보이는 넓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봄 햇살이 그녀의 어깨 위에 부서져 내렸다.
■ 장소협찬· 스튜디오 그레이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동아 201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