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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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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성공하려면 학교 그만둬야 해요”
  • ● 기획사에서 공문 보내면 조퇴·결석해도 ‘현장학습’
  • ● 활동기간 68개월, 이동거리 지구 6바퀴 반
  • ● 정산서는 마이너스 … “그 많던 게 다 경비로 빠졌다”
“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키워준 게 누군데 배신이냐”(기획사) vs “일한 만큼 정당하게 대접받고 싶다”(연예인)

인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에 이어 ‘카라’까지 소속사와 법률 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두 그룹의 송사는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은 시점에, 계약 내용과 수익 분배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멤버 다섯 명이 2대 3으로 갈라져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꼭 닮았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아이돌 가수들이 데뷔 전 긴 연습 기간을 거쳐야 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앞으로도 이런 분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연습생 시스템이 ‘신(新)한류’를 일군 일등공신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동방신기’의 다섯 멤버는 손가락 끝까지 맞추는 치밀한 군무를 추면서도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선보인다. ‘카라’가 일본에서 눈길을 끈 것도 늘씬한 몸매의 다섯 미녀가 일사불란하게 엉덩이춤을 추며 라이브를 소화한 덕분이었다. 일본 아이돌이 결코 흉내 내지 못하는 이 경지 뒤에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킨 기획사와, 혹독한 연습을 통해 스타의 자리에 올라선 연예인이 있다.

“예전에는 ‘지나가다 우연히’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데뷔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1세대 아이돌인 ‘핑클’의 성유리만 해도 학교 사생대회에 갔다가 기획사 관계자를 만나 가수가 됐죠. 요즘엔 상상도 못할 얘기입니다. 대형 기획사 공개 오디션 때마다 지원자가 수천 명씩 몰려들잖아요.”

1990년대 중반부터 대형 연예 기획사의 매니저로 일하다 최근 독립한 제작자 A씨는 “오디션에 합격한 뒤 연습생까지 거쳐 데뷔하는 과정이 워낙 힘들기 때문에 요새는 연예인 되는 걸 ‘연예고시 본다’고 한다”고 했다.



A씨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케이블 채널 m.net이 주최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 134만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만 봐도 우리나라에 스타를 꿈꾸는 이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연예계 데뷔를 원하는 이들이 오디션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 ‘별을 꿈꾸는 아이들’은 회원 수가 7만800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기획사 오디션을 통과하기 위해 보컬 학원·댄스 학원 등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의 1차 목표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등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는 것. 실력이 있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JYP에 따르면 가수 임정희조차 공개 오디션에서 두 번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받아 세 번째 도전에서 합격했단다. YG의 여성 아이돌 그룹 2NE1 멤버 씨엘은 오디션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YG 사무실 앞에서 양현석 대표가 나올 때까지 한없이 기다렸다. 며칠간 기다리다 직접 데모테이프를 전달한 끝에 연습생으로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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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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