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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성 논란으로 스트레스 받은 선조의 귀울림 증상

정통성 논란으로 스트레스 받은 선조의 귀울림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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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성 논란으로 스트레스 받은 선조의 귀울림 증상
선조가 귀울림(耳鳴) 증상을 호소했다는 것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 대목이다. 선조 28년 8월8일 두통, 귀울림 증세를 처음 호소했고 29년 5월11일에도 “왼쪽 귀가 심하게 울리고 들리지도 않으므로 침을 맞지 않으면 낫지 않을 듯하여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37년 5월14일에는 귓가에 마비증이 와서 형방패독산을 복용하고 증세가 완화되었다고 돼 있으며 39년에도 귀울림 증세로 고통을 호소한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면 선조가 앓은 이명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명은 사실 보통 사람에게도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피로가 누적되거나 수면 부족일 때 이명과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은 몸을 잠시 쉬게 하면 금방 낫는다. 그러나 피로, 수면부족이 만성화되고 심신의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이면 몸을 쉬게 하는 것만으로는 스트레스를 처리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이명, 현기증이 만성화한다.

심신의 스트레스가 이명이나 현기증을 어떻게 일으키는지 그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하게 해명되어 있지 않지만 만성적인 이명과 현기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상태를 심리테스트 등으로 살펴보면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우리의 몸은 교감신경계를 긴장시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태세로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밤길에 갑자기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라면 교감신경계가 긴장되고 얼굴의 혈관은 수축돼 안색이 파랗게 되고 심장은 두근거리며 입은 바짝 마르고 피부에는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자극의 원인이 제거되면 긴장상태는 해소되고 교감신경계의 긴장 역시 이완된다.

그러면 일이나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같은 ‘지속형 스트레스’는 어떠할까. 이런 경우 교감신경은 쭉 긴장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는 몸이 몇 개라도 견디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 몸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부교감신경계 쪽으로 스위치가 바뀌도록 되어 있다. 대뇌피질부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해 대뇌변연계에서 교감신경계를 긴장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브레이크 작용을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아주 강하거나 너무 장시간 지속되면 대뇌피질의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고 자율신경이 점점 피로해져서 스위치의 교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고 특별한 원인이 없이 신체에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식의 스트레스와 관계 있는 질환으로는 두통, 어깨결림, 소화성궤양, 만성위염, 고혈압증, 자율신경실조증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병들은 선조실록의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일단 소화불량 증상은 선조가 청년시절부터 자주 겪은 질환이었다. 실록에는 ‘선조 7년 1월7일 상이 자주 체한다 하여 의관이 진찰했다’는 기록을 필두로 ‘양위진식탕과 가미응신산, 생마죽, 생맥산 등의 위장약을 여러 번 처방했다’는 기록이 종종 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선조 7년 1월10일의 기록이다.



“유희춘이 비위를 조리하는 법과 식료단자를 써서 아뢰다.”

유희춘이 누구인가. 바로 허준의 평생 후원자이자 허준의 진료를 받은 호남 유림의 거목이다. 선비로 대표되는 유의(儒醫)들이 상당한 한의학적 소양을 가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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