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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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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창악집성 _ 하응백 지음, 휴먼앤북스, 1116쪽, 7만원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창악집성(唱樂集成)’은 제목이 뜻하는 그대로 가창되는 우리 국악 소리 가사를 모아놓은 책이다. 모아서 분류하고 가사의 뜻이 어렵거나 애매한 것은 모두 주석을 달았다. 즉 국악 사설의 백과사전식 주해서다. 판소리를 제외하고 현행 전문 국악인들에 의해 가창되는 거의 모든 사설을 모아 해설을 단 책이다. 그렇다보니 111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됐다.

이 책의 집필은 아주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했다. 2006년 가을 우연히 평안도의 ‘수심가’ 한 자락을 들었는데 그 가사의 내용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여러 책을 찾다가 그 가사의 출전이 조선 중기 여성시인 이옥봉의 ‘몽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흥미를 갖고 차근차근 여러 가사를 살펴보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황해도와 평안도 민요인 이른바 서도소리를 체계적으로 해설해놓은 책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좀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민족 문화니 콘텐츠의 중요성이니 하면서도 정작 우리 소리의 정확한 가사를 수집하지 못하고 해설도 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일은 고전문학 혹은 문학평론을 하는 사람, 즉 문학을 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나 어찌된 일인지 그동안 방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았으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 학교에 매어 있지 않아 형식적인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니 짬짬이 시간을 내어 해보자 해서, 2년에 걸쳐 서도소리의 수집과 해설을 마쳤다. 그랬더니 주위의 국악인들이 가야금병창이나 경기소리 같은 것도 쉽게 해설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그래, 이왕 한 것, 하는 김에 전부 하자, 해서 경기소리, 남도소리, 동부소리, 단가, 가야금병창, 불가, 송서 등을 차례로 추가했다. 판소리는 이미 연구가 잘돼 있어 제외했다. 그러다보니 5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책이 나오고 나서 몇몇 독자가 연락을 해왔다. 가령 평안도 ‘긴아리’의 가사 중에 “언두앗 창대에 무릿달 뜨면, 참외가 익지요 왔다 가소래”라는 것이 있다. 이 가사 중 ‘언두앗’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어느덧’이라는 부사가 아닐까 싶어 그렇게 해설해놓았더니, 평안도가 고향이라는 독자분이 제보하기를 ‘언두앗’은 평안도 방언으로 ‘원두막’이라는 것이다. 그분이 어릴 때 어머니가 “언두앗에 가서 참외 따 와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귀에 쟁쟁하다고 했다. 내가 틀린 것이다. 하지만 그분은 영원히 사라질 뻔한 것을 환기해주어 고맙다고도 했다. 그 외에도 강원도, 경상도 등에서 그런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 그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재판을 낼 때 다 수정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앞으로 이 책을 텍스트로 해 ‘창악집성 오디오북’을 내고 싶다. 최고의 소리와 정확한 가사와 해설이 어우러진 민족 문화의 한 진경(珍景)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하응백 | 문학평론가,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

New Books

행복해지는 법 _ 김진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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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교양국 PD 출신의 독립PD인 저자는 2010년 여름,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와 함께 서울시민 1024명을 대상으로 행복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4.2%는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저자는 이후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유명 행복 연구가들을 인터뷰해 행복에 대한 이론과 논리를 세우고, 수많은 시민을 만나며 그들의 삶 속에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았다.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내용을 정리한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불안의 실체를 해부해봐야 한다. 정말 그 돈이 있어야 미래가 행복할까? 남이 하는 말이나 사회적 잣대는 잠시 접어두자.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내 마음이 진짜 바라는 것에 귀를 기울여보자”고 말한다. 리더스북, 272쪽, 1만3000원

관중과 공자 _ 강신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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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후 여러 대중 아카데미에서 철학을 강의하며 명성을 얻었다. 평소 “제자백가의 사유야말로 철학의 시작이자 미래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던 저자는 이 책에서 당대의 출중한 정치가였던 관중과 생애 동안 끝내 인정받지 못했으나 이후 동양 철학의 시조로 재평가된 공자의 삶을 비교한다. 저자에 따르면 관중은 단순한 정치가가 아니라 급변하는 정국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민생에 대한 현실주의 철학을 실천한 정치철학자였다. 반면 공자는 불운하고 시대착오적인 사상가였다고 한다. 저자는 공자의 철학이 관중의 성공에 대한 선망과 정치적 좌절의 결과로 완성됐으며, 그 결과 관중으로부터 심대한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부제는 ‘패자의 등장과 철학자의 탄생’이다. 사계절, 302쪽, 1만5000원

칼라로 만나는 1954년 KOREA _ 클리포드 스트로버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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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직후인 1953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부산에서 근무한 미군 클리포드 스트로버스가 촬영한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이 담긴 사진집. 저자는 2010년 6월, 자신의 옛 근무지를 둘러보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가 ‘부산타워’ 측에 그동안 소장해온 500여 장의 사진을 기증했다. 그가 거리 정찰과 주말여행을 다니면서 틈틈이 촬영한 당시 한국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다르지만 따뜻하고 정겹다. 초가집이 줄지어 늘어선 골목길에서 개량 한복 차림의 여자 아이들이 뛰어놀고, 갓을 쓴 노인들은 긴 곰방대를 든 채 카메라를 바라본다. 저자는 “암울한 전후 상황에서도 부산 시민이 보여준 활기 넘치는 에너지와 지치지 않는 근성은 참으로 놀라웠다. 그런 난관을 꿋꿋이 헤쳐나가는 부산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촬영 이유를 밝혔다. 두모, 205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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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송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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