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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즈비언·게이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지지한다”

장편 ‘채홍’으로 돌아온 김별아

“나는 레즈비언·게이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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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유교사회 유지하기 위한 통제수단은 성(性)
  • ● “소설 재미를 위해 역사를 뒤틀고 싶지 않아”
  • ● “역사소설? 여성작가들이 쓸 여성 이야기가 더 많아”
  • ● 소아우울증…“엄마에게 폭군처럼 굴었다”
  • ● 신경숙, 공지영? “100만 부 작가보다 1만 부 작가 100명이 더 필요”
  • ● “좋아하는 음식은 소주, 모든 음식을 안주로 먹어”
“나는 레즈비언·게이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지지한다”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레즈비언이나 게이, 트랜스젠더 같은 동성애자가 지닌 자연스러운 욕망과 사랑을 지지한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별아가 신작 ‘채홍’으로 돌아왔다. 채홍(彩虹)은 무지개란 뜻으로, 문종의 두 번째 부인 순빈 봉씨의 동성애 스캔들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 그동안 궁중 스캔들의 주인공 정도로만 회자된 순빈 봉씨에게 난(暖)이라는 이름을 주며 그녀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김별아에 따르면 ‘채홍’에 나오는 주인공 순빈 봉씨는 사랑이 죄가 된 시대에 허락받을 수 없는 욕망을 강렬하게 품었던 여인이다. 그는 엄격한 계급사회인 조선에서 유교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심하게 통제한 수단이 성(性)이라고 못 박는다.

이성애자인 작가 김별아가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눈은 따뜻하다. 그는 레즈비언이나 게이, 트랜스젠더 등이 지닌 자연스러운 욕망을 적극 지지하는 작가다. 도덕과 제도에 앞서 인간이 먼저이기 때문이란다.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가수 하리수에 대해서도, “호르몬 주사까지 맞아가며 여성으로 살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이에게 비난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작가 김별아를 2011년 12월 29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저 사랑하고 보니 사내가 아니었을 뿐입니다. 제가 사랑한 사람이 여인이었을 뿐입니다. ‘가라! 부디 다음 세상에선… 사내로 태어나라!’” -‘채홍’ 14쪽



▼ 왕이라는 태양이 빛나는 반대편에 걸리는 무지개(채홍), 그 빛에 가려진 사람들의 욕망과 사랑, 갈등, 질투 등이 곧 채홍인 거로 보이는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핵심은 무엇인가요?

“순빈 봉씨는 같은 여인을 사랑한 ‘죄 아닌 죄’로 궁에서 쫓겨났고, 사가(私家)로 돌아오자마자 오빠의 칼을 맞고 죽어요. 사실 조선실록과 야사 그 어디를 뒤져봐도 궁에서 쫓겨난 세자빈들의 인생을 적은 기록은 없죠.”

그는 세종실록의 기록에 대해 설명했다.

“성질이 투기가 많고 대를 이을 자식이 없으며, 또 궁궐 여종들에게 항상 남자를 사모하는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또 세자가 종학으로 옮겨 가 거처할 때에 몰래 시녀의 변소에 가서 벽 틈으로 엿보아 외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세종실록’ 1436년 10월 26일자

“요사이 듣건대, 봉 씨가 궁궐의 여종 소쌍이란 사람을 사랑하여 항상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니, 궁인들이 혹 서로 수군거리기를, ‘빈께서 소쌍과 항상 잠자리와 거처를 같이한다’고 하였다.” -‘세종실록’ 1436년 10월 26일자

“이 기록을 바탕으로 봉빈에게 ‘난’이란 이름을 붙여 유교와 성리학의 지배 속에 억압받던 한 여성이 지닌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 했어요. 봉빈이 동성애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문종 때문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면, 문종은 첫날밤부터 봉빈을 외면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혀요. 봉빈은 그래도 문종이 언젠가는 자신을 사랑해줄 것이라며 애타게 기다렸지만 허사였어요. 우연찮게 나인과 동성애에 빠지게 되고, 그 사실이 발각되면서 결국…. ‘채홍’은 동성애라는 소재 때문에 선정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시절에는 정혼을 뺀 나머지 모든 남녀관계는 야합 혹은 간통으로 보았죠. 사랑 그 자체가 곧 죄가 되는 시대였으니까요. 그중에서도 왕실은 특히 심했던 것 같아요. 사랑을 국법으로 처벌했으니까요. 나는 조선시대 사랑의 욕망을 억압당하다가 처벌받은 여자, 궁녀, 내시 등 ‘사랑을 거세당한 사람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내 소설에 나오는 봉빈은 엄격하게 따지면 동성애자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지아비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나인을 가까이할 수밖에요.”

▼ 이성애자인 작가가 동성애를 그리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그럼요. 처음에 동성애에 대한 묘한 심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채홍’을 쓰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주인공인 순빈 봉씨의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동성애에 대한 마음을 읽어내는 거였어요. 작가로서, 여성으로서 성에 대한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했어요. 그렇다고 소설의 재미를 위해 그 어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사랑을 거세당한 사람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 동성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레즈비언이나 게이,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라고 생각하는 트랜스젠더 등 인간이 지닌 자연스러운 욕망을 지지합니다. 도덕과 제도 이전에 인간이 먼저 아니겠어요? 동성애는 비난의 범주가 아니죠. 이성애자들이 이성에 대한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듯이, 동성애자들도 동성에 대한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니까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동성애자들은 선천적, 유전적으로 그렇게 태어나는 것 같아요. 스위스 심리학자 융(1875~1961)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개인적인 것과 종족의 역사와 목적, 욕망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요. 실재했던 과거와 가능성을 지닌 미래가 한꺼번에 인간의 현재 행동을 이끈다는 거죠. 나는 100% 이성애자도 100% 동성애자도 없다고 생각해요. 유전자에 따라서 남성이나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지, 그 어떤 다른 영향에 의해 남성 혹은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나 또한 중성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나의 과격한 행동이나 내가 쓰는 강한 글 등에서 여성성보다 남성성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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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리│시인·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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