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송이버섯’을 채취하는 김형훈 씨.
해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전국 팔도의 산을 누비고 다닌다는 김형훈(55) 씨.
“24년 전부터 제 건강을 지켜준 꽃을 찾고 있어요.”
깊은 산속에서 피는 한 떨기 꽃이 건강을 지킨 비결이다? 과연 그 신비한 꽃의 정체는 무엇일까.
조경업자로 일하며 댐 건설, 문화재 보수 공사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김씨는 24년 전 어느 날 극심한 복통을 느꼈다. 통증이 너무 심해 제대로 누울 수조차 없었다. 밤마다 뒤척이며 잠을 설치다 새우잠을 자기 일쑤였다. 식사를 하고 나면 토하는 게 다반사.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바늘로 쑤시는 것처럼 죽을 만큼 아팠어요. 서른한 살에 꿈도 잃고 건강도 잃고, 모든 걸 잃었죠.”
아내의 소원 ‘웨딩드레스’

“정말 저세상 가는 줄 알았어요. 죽기 전에 아내 소원 한번 들어주고 싶었죠.”
김씨는 어린 나이에 시집와 결혼식도 제대로 못 올린 아내에게 웨딩드레스 한번 입혀주고 싶어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체력이 현저히 떨어져 더는 일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막 걷기 시작한 딸과 아내를 데리고 미련 없이 도시를 떠나 산속에 터를 잡았다.
‘신기한 버섯’의 정체

처음 보는 생김새에 독버섯은 아닐까 잠시 주저하던 김씨. 큰 병을 앓고 난 후여서 그런지 아파서 죽으나 잘못 먹어서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사나이’로서의 감을 믿어보기로 하고 과감하게 입에 넣은 순간, 강렬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다행히 김씨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개운하고 가뿐한 느낌이 들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온 김씨는 이 신기한 버섯의 정체가 궁금했다. 당시 농업 관련 기관에서 일하던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이 버섯이 한국에도 있느냐”고 되물었다. 요즘 일본에서 한참 연구 중이라는 이 버섯의 정체는 항암 성분을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진 ‘꽃송이버섯’이었다.
“지금이야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24년 전만 해도 꽃송이버섯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버섯이었어요. 아마 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했을걸요?”

꽃송이버섯은 주로 나무의 뿌리 주변이나 죽은 줄기, 그루터기 등에서 자란다. 흰빛을 띠는 꽃송이버섯을 말리면 진한 갈색으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