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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오브리옹 vs 오퍼스원

484년 농익은 보르도 최고 와인 VS 캘리포니아 고급와인의 젊은 선구자

샤토 오브리옹 vs 오퍼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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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고급와인 시대를 연 오퍼스원은 보르도 와인을 벤치마킹했다. 그 결과 보르도 와인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브리옹과 많은 유사성을 갖는다. 30년 짧은 역사가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프랑스의 우아함이 담긴 오브리옹과 미국의 힘이 느껴지는 오퍼스원의 닮은 점, 다른 점을 살펴보자.
샤토 오브리옹 vs 오퍼스원

오퍼스원 와이너리.

보르도의 샤토 오브리옹과 캘리포니아의 오퍼스원은 라이벌이라 할 만하다. 둘 다 해당 지역을 대표할 정도의 높은 품질을 자랑하고 있으며 스타일 면에서도 유사하다. 오브리옹은 유서 깊고 화려한 역사를 지닌 반면, 오퍼스원은 짧은 역사에도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 와인의 역할 모델이 되어 고품질 와인 생산의 봇물을 이루었다.

오브리옹의 특별한 맛은 파리에서 미국대사로 활동한 토머스 제퍼슨 미국 제3대 대통령을 매혹시켰을 정도다. 고증으로 밝혀진 미국 최초의 와인 애호가 제퍼슨의 영향으로 이후 미국 상류사회에 오브리옹이 유행했을 것이다. 한편 제퍼슨이 오브리옹을 방문한 지 200여 년 지난 1999년, 오퍼스원 20주년 기념식에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축하 엽서가 도착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샤토 오브리옹 vs 오퍼스원

오브리옹(좌) 오퍼스원(우)

샤토 오브리옹은 보르도 와인 중에 가장 오래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대서양 건너에 있는 오퍼스원은 캘리포니아 고급와인의 효시라는 점에서 두 와인은 선구자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캘리포니아는 품종선택, 양조방법, 숙성방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보르도를 참고했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등을 주된 품종으로 삼았고, 이들을 혼합해 최적의 맛을 선보이려고 했다. 또한 프랑스산 오크통을 수입해 ‘캘리포니아에서 만든 보르도 와인’으로 포장해 출시했다. 특히 보르도 스타일을 강조하기 위해 아상블라주(assemblage·여러 품종을 혼합하는 블렌딩 기법)를 적극 활용했는데, 미국에서는 이를 메리티지라고 따로 호칭함으로써 미국화했다. 이러한 경향은 캘리포니아 와인산업 성장에 큰 동력을 제공, 캘리포니아가 보르도를 위협하는 와인산지로 성장하도록 이끌었다.

최고 와인의 세대교체

오브리옹과 오퍼스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자. 우선 둘 다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이다. 오브리옹은 1855년 나폴레옹 3세가 부여한 최상위 등급 1등급에 선정됐다. 그전까지 나폴레옹 3세는 메독 지역의 샤토들로만 품평회를 했는데, 메독의 남부에 있는 오브리옹의 품평회 참가를 막기 어려웠다. 워낙 유명한 와인이었기 때문이다. 오브리옹은 1959년에 실시된 지역 등급 심사에서도 1등급으로 선정됐다. 해당 지역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1등급으로 선정된 샤토는 오브리옹이 유일하다. 오퍼스원은 오브리옹과 좀 다르다. 등급 심사가 아예 없다. 오퍼스원은 오브리옹 같은 영예의 등급을 받지는 않았지만, 첫 출시 당시 가격이나 현재의 유통가격 그리고 미국인들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볼 때 명실상부 미국 최고급 와인의 선구자다.



두 양조장의 소유체계도 좀 다르다. 샤토 오브리옹은 다섯 개의 1등급 샤토 중에서 미국과의 관련성이 가장 높다. 과거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으며, 현재 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한편 오퍼스원은 프랑스와 미국의 합작품이다. 하지만 둘 다 이미 사람의 한계를 넘어섰다. 주인이 바뀌거나 경영자가 바뀌어도 품질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

오브리옹은 수백 년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온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물론 19세기 말 필록세라(포도나무뿌리진디)로 인해 포도밭의 대부분이 망실돼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오일쇼크 때는 유통시장의 기능이 마비된 데다 설상가상 빈티지까지 좋지 않아 와인 판매에서 절대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경영자들의 지혜로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 오퍼스원 역시 창업자 필립 드 로쉴드 남작과 로버트 몬다비 이후 세대교체가 원활히 이루어졌다.

최고의 와인으로 인정받는 로마네 콩티의 공동 소유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오베르 드 빌렌은 자신은 그저 한 시대를 책임지는 청지기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세대마다 책임자들이 이러한 자세로 포도원 경영을 맡는다면 와인의 명맥이 이어짐은 물론이고 세월이 지날수록 전통과 품질이 반석 위에 세운 집처럼 견고해질 것이다. 당대에 세계 최고의 와인 반열에 오른 안젤로 가야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탈리아의 대표 와인이지만, 향후 세대교체가 잘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실수는 전혀 없고, 빈티지의 특성이 투명하게 반영된 와인을 만드는 수준으로 올라서야 명실상부한 ‘그랑 크뤼(Grand Cru·최고급 와인)’가 될 수 있다. 비욘디 산티의 미래 역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현재의 오너 프랑코 비욘디 산티는 여든을 훌쩍 넘겼지만 노익장을 과시하며 양조장을 돌본다. 그의 집념과 노력이 다음 세대로도 잘 이어질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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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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