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호

세월은 물처럼 흐를 테니까

  • 입력2003-12-30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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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은 물처럼 흐를 테니까
    오늘도 아무 일이 없기를성호를 긋는 마음으로 빌었다.

    며칠 전 수도관을 매설한 골목길에오늘 또다시 파헤쳐 보도블록 공사를 한다.

    엎치락뒤치락되는 대로 사는 미친년 같다.

    누구의 피가 마르는지말라서 쭉정이가 되는지도 아랑곳없이칠하고 벗기고 덧칠하고 또 깨부수고고교 졸업식 때 과장 같다.

    나라꼴이 이래서야 뻔할 뻔잔데혈세가 수도관 터지듯 콸콸 새고 있어도방관하는 저 무관심은 도대체 몇 단인가.



    하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가는 인생이고 보면니나노 젓가락 몽댕이처럼 살다 부러지면 그만,내가 아무 일이 없기를성호를 긋는 마음으로 빌어본들 무슨 수가 있으랴.

    따지고 재고 할 것 없다오늘 울긋불긋 미친년 속옷 같은 보도블록 깔아놓고내일 또 확 벗겨버리고그 속 냄새나는 치부 얼른 또 가리면 돼.

    무슨 지랄들을 해도세월은 물처럼 흐를 테니까결국 방관자로, 공범으로 지목하는 나도벌거벗겨지는 날이 오고야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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