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호

양기 보강해주는 ‘春雨水’

  • 김경동연합한의원장 한의학 박사 www.xclinic.co.kr

    입력2005-02-24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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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기 보강해주는 ‘春雨水’
    봄비 내리는 어느 날, 한 남자가 애인의 남편이 야근하는 틈을 타 그 집에서 원 없는 하룻밤을 보냈다.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큰일났구나 싶어 앞뒤 따질 것도 없이 벌거벗은 채 창문으로 달아나 달리기 시작했다. 벗은 모습이 창피했지만 그녀의 남편에게 붙잡혀 맞아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뛰는데 마침 조깅을 하던 친구와 마주쳤다. 다 벗은 채 뛰는 남자를 본 친구가 인사를 건넸다. “넌 매일 그렇게 다 벗고 조깅하니?” 그러자 남자 왈. “이게 내 새로운 취미야. 피아노를 많이 쳤더니 이젠 싫증이 나더라고.” 그 말에 남자의 아랫도리를 슬쩍 훔쳐보며 친구가 또 물었다. “근데 콘돔은 왜 끼고 뛰냐?” 친구의 물음에 남자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오늘 아침에 비가 왔거든.”

    늦겨울에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자주 내린다. 재미있게도 음력 정월에 있는 입춘 다음 절기가 우수(雨水)다. 우수는 태양의 황경이 330도에 왔을 때로, 24절기의 두 번째이며, 글자 그대로 ‘빗물’이란 뜻이다.

    물은 예로부터 해, 돌, 구름, 거북, 사슴, 학, 영지, 대나무, 소나무와 함께 십장생이라 하여 귀중히 여겼다. 인체도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기에 수분의 결핍은 여러 가지 질병을 초래한다. 인간은 물만으로도 3개월을 지탱할 수 있으며, 식물은 물만으로도 잘 성장한다. 자연요법으로 저명한 이상구 박사도 건강법의 기본원칙으로 좋은 물을 권장한다.

    특히 자연생수엔 용존산소가 많으며, 마그네슘, 칼슘, 철, 라듐, 요오드, 인산염, 초산염 등이 함유되어 있다. 체내의 독소를 씻어내고 탁한 혈액을 맑게 하며, 미네랄을 공급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주므로 자연히 머리가 맑아지고 정력이 증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물에는 어떤 게 있을까. 뜻밖에도 우수 때의 빗물이 그중 하나다. 옛말에 ‘우수에는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했다. 이 무렵이면 따뜻한 기운이 돌아서 날씨가 풀리고 초목들의 새싹이 싹튼다. 그런데 우수 때 내리는 빗물이 양기를 돕는 보약이 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놀랄 것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우수뿐 아니라 음력 정월에 내리는 빗물을 ‘춘우수(春雨水)’라고 하여 양기를 돕는다고 했다. 특히 음력 정월에 처음으로 내리는 빗물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했다. 춘우수를 그릇에 받아 거기에 약을 달여 먹으면 양기가 위로 오른다 했고, 임신이 잘 안 되는 부부가 각기 한 잔씩 마시고 성생활을 하면 임신하게 된다고 했다.

    춘우수는 경제가 어려운 요즘 가장 경제적인 강정 처방이라고 하겠으나, 도시에서는 공해가 심해 빗물이 깨끗하지 않고 심지어는 산성비까지 내린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높은 나무 꼭대기의 구멍에 고인 빗물을 ‘반천하수’라고 했는데, 이는 장상군이 편작에게 마시게 했다는 상지(上池)의 물로, 이 물을 마시면 늙지 않고 몸이 윤택해지고 머리털이 희어지지 않으며 정수(精髓)를 보충하여 정력을 돋운다고 했다.

    큰 조개껍데기를 달빛에 비추어 받은 빗물을 ‘방제수’라고 하는데, 눈이 맑아지고 마음을 안정시켜 성신경쇠약에 좋다. 신라의 도선국사와 변강쇠가 기력회복을 위해 마셨다는 고로쇠나무 수액도 우수 때 봄비가 내린 이후에 채취한다.

    자연에 봄이 오듯 인체에도 양기가 필요한데, 양기가 부족하면 봄이 되면서 더욱 피로하고 식은땀이 나며, 의욕도 없고 정력이 감퇴된다. 그래서 봄에는 양기(陽氣)를 보강하는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팔보회춘탕이나 녹용대보탕, 신기환, 파극환 등의 보양약도 춘우수를 받아서 달이면 더욱 효과가 좋다. 이번 정월엔 깨끗한 빗물을 받아서 음식을 해먹어보자. 보약을 먹지 않아도 저절로 힘이 불끈불끈 솟아올라 초나라 회왕처럼 무산지몽(巫山之夢)의 황홀한 밤을 보낼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가수 채은옥의 ‘빗물’이란 노래에 “조용히 비가 내리네…이렇게 비가 내리면 그 사람 생각이 나네…”라는 가사가 있고, 가수 이은하의 ‘봄비’에서는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라고 했다.

    왜 비가 내리면 이성이 생각나고, 떠난 사람은 왜 봄비를 맞으며 돌아올까. 혹 발기부전으로 떠난 사람이 봄비 덕에 양기가 보충되고 성기능이 회복되어 돌아온 것은 아닐까.

    비 오는 주말에 온천이나 하려고 마누라더러 물 좋은 곳을 알아두라고 했더니, 저녁에 전화가 왔다.

    “당신이야? 여기 XX나이트클럽인데 마치고 이리로 와. 여기가 강남에서 물이 제일 좋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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