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호

‘4월 이야기’, 도쿄의 벚꽃

아련히 코끝 스치는 풋사랑의 향기

  • 사진/글 이형준

    입력2007-04-12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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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이야기’, 도쿄의 벚꽃

    영화의 주요 무대인 구니다치 도심 풍경. 4월을 맞아 벚꽃이 만발했다.

    이와이 지 감독이 전하는 봄 향기 가득한 사랑의 메시지 ‘4월 이야기’. 고교시절 짝사랑하던 선배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학에 입학한 한 여학생이 마침내 그 선배와 만나는 꿈을 이룬다는 평범한 스토리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젊은 날의 풋풋한 추억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은 수작(秀作)이다. 오직 자신의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싶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기억의 한 토막. 1998년에 촬영된 ‘4월 이야기’의 도쿄는 그 아련한 이미지를 빚어내는 완벽한 공간으로 쓰였다.

    영화는 홋카이도 아사히가와 역에서 시작된다. 가족의 환송을 받으며 열차에 오른 주인공 니레노 우즈키(마쓰 다카코 분)가 도착한 도쿄에는 아름다운 벚꽃이 한창이다. 신주쿠 고엔을 필두로 고이시카와 고라쿠엔, 리쿠기엔, 무코지마 백화원 등 4월의 도쿄는 어느 곳을 방문해도 만발한 벚꽃을 만날 수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으뜸은 사쿠라신마치(櫻新町)다. 이름부터 ‘새로운 벚꽃동네’라는 뜻인 이곳에서 영화는 주인공 우즈키가 이웃과 대화를 나누는 등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다.

    실제로 촬영이 진행된 곳은 일본체육대학 앞 교차로와 근처의 NTT 사원아파트다. 영화 서두에 등장하는 벚꽃이 휘날리는 신작로와 교차로의 모습은 지금도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서, 해마다 봄이면 영화 속 정경을 그리워하는 여성들이 자주 찾는다. 우즈키가 생활하는 곳으로 설정된 NTT사원아파트는 20여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영화를 촬영한 곳은 서남쪽 끝에 있는 3층짜리 아파트다. 영화가 촬영된 207호에는 지금은 NTT에 근무하는 사원가족이 보금자리를 꾸몄다. 아파트 또한 영화 촬영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 역시 그 정취는 4월에 찾아야 제격이다.

    ‘4월 이야기’, 도쿄의 벚꽃

    구니다치 도심의 히토쓰바시 대학 주변. 벚꽃 만발한 통행로를 따라 자전거들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다.



    ‘4월 이야기’, 도쿄의 벚꽃

    구니다치 기차역 선로 주변에서는 ‘4월 이야기’ 이외에도 많은 영화가 촬영되었다.(좌) 튤립과 아담한 역사(驛舍)가 어우러진 구니다치 역.(우)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꽃잎



    ‘4월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대부분의 관객은 우즈키가 자전거를 타고 벚꽃 가득한 거리를 달리던 장면과 가슴에 담아둔 사랑의 대상과 만나는 장면을 꼽을 것이다.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은 도쿄 외곽에 위치한 구니다치(國立)시와 지바(千葉)시다.

    특히 구니다치 역에서 히토쓰바시 대학 인근 육교 사이의 2㎞ 남짓한 신작로는 자동차, 자전거, 보행자 전용도로가 따로 개설되어 있는데, 그 풍경이 영화 속 장면과 똑같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나란히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육교 위에서 바라본 구니다치 시내 전경은 한 장의 그림엽서다.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펼쳐진 벚꽃 가로수와 신작로를 따라 서 있는 수많은 자전거,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꽃잎,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주택가, 자전거를 타고 서둘러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시민과 학생들…. 시선에 잡히는 모든 것이 정겹게 느껴지는 구니다치의 풍경이다.

    영화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영화관과 서점, 비 내리는 장면은 지바시 마쿠하리베이타운 지역에서 찍었다. 어두운 영화관,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야마자키 선배가 근무하던 서점, 비를 피해 건물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장면을 촬영한 곳은 영화와는 달리 실제로는 반경 100m 안에 밀집해 있다. 야마자키가 근무하던 무사시노 서점은 전체 면적이 40~50평인 평범한 서점이어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계산대에 다가가 ‘4월 이야기’를 촬영한 곳이 맞는지 물으니, 옆에 서 있던 젊은이가 신이 난 듯 답한다.

    ‘4월 이야기’, 도쿄의 벚꽃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사시노 대학의 신학기 정경.(좌) 사쿠라신마치의 NTT 사원아파트 입구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곳이다.(우)



    ‘4월 이야기’, 도쿄의 벚꽃

    주인공 우즈키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던 구니다치 거리의 육교.(좌) 야마자키 선배가 주인공에게 책을 건네던 장면 그대로인 서점 내부.(우)

    가슴속의 한 자락 향수

    지배인은 애초에는 이웃에 살며 시간제로 일했다고 한다. 주인은 서점을 대형문고의 체인점으로 만들고 싶어했지만 매출과 규모가 작아 그럴 수 없었다. 그러다가 촬영지를 물색하던 이와이 지 감독이 이 서점의 빨간 사다리에 반해 촬영을 결정했고, 이후 마니아들 사이에서 ‘4월 이야기의 그 서점’으로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고 한다. 지금은 주인이 바라던 대로 대형문고의 체인점이 되었고 당시 아르바이트 점원은 지배인으로 진급했다.

    도쿄의 위성도시에 있는 무사시노 대학도 영화의 주요 무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등장한 장면은 교정 일부일 뿐 얼마 되지 않는다. 더욱이 무사시노 대학은 설립될 때부터 지금까지 여자대학이므로 영화의 설정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섞여 입학식과 클럽 활동을 하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는 무사시노 대학이 아니라 도치기(?木) 현에 있는 하쿠오우 대학이다.

    영화 ‘4월 이야기’는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평범한 이야기를 벚꽃이 피어나는 봄의 이미지와 엮어 다룬 낭만적인 영화다. 이런 평범한 주제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가슴속에 잠재하는 젊은 날의 추억이 뭉게뭉게 향수를 피워냈기 때문이리라. 4월의 도쿄는 그 향수에 가장 어울리는 정서를 담고 있는 도시다.

    ‘4월 이야기’, 도쿄의 벚꽃

    ‘4월 이야기’ 사진집. 인기가 매우 높아 현지에서도 구입하기가 어렵다.(좌) 영화에 등장하는 서점. 실제로는 지바시 마쿠하라베이타운에 있다.(우)

    여행정보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까지는 1시간20분, 하네다에서는 20분이 소요된다. 도쿄 시내의 사쿠라신마치는 시부야에서 지하철을 타고 10분이면 간다. 위성도시인 구니다치시는 도쿄 신주쿠에서 주오센을 이용해 35분, 마쿠하라베이타운은 도쿄 역에서 JR게오센을 이용해 30분이면 갈 수 있다. 일본은 3개월 동안 비자 없이 여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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