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타이타닉’의 무대 캐나다 핼리팩스

110시간 만에 끝난 여정, 그 화려한 최후의 자취

  • 사진/글 이형준

    입력2007-12-06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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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타닉’의 무대 캐나다 핼리팩스

    타이타닉 호 탑승객이 구조된 뒤 입항한 핼리팩스 항구. 인양된 사망자들의 시신도 이 항구를 통해 들어왔다. 애틀랜틱 해양박물관에 전시된 타이타닉 호 모형.(작은사진)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초호화 여객선의 갑작스러운 침몰.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 타이타닉 호 침몰 사건은 이미 여러 차례 스크린에 옮겨진 바 있다. 지금도 타이타닉 호가 잠들어 있는 캐나다 동부 노바스코샤 주 핼리팩스와 그 인근에는 당시 참혹했던 현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다. 가장 근래에 만들어져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1997년작 ‘타이타닉(Titanic)’을 포함해 많은 영화가, 타이타닉 호에서 발굴한 유물과 구조된 탑승객의 서명이 남아 있는 전시장이나 인양된 시신이 묻힌 묘역 등 핼리팩스에 남아 있는 비극의 흔적을 영상에 담았다.

    1912년 3월31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항구에 위용을 드러낸 타이타닉 호는 수많은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약 세계적인 명물로 부상했다. 지금은 16만t에 달하는 호화 유람선이 오대양을 누비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유람선과 여객선을 망라해 4만6000t이 넘는 선박은 타이타닉 호가 유일했다. 1912년 4월10일 정오 사우샘프턴을 출발한 타이타닉 호는 4월14일 밤 11시40분 핼리팩스 동북쪽 뉴펀들랜드 해역을 항해하던 도중 빙산과 충돌해 겨우 110시간 만에 여정을 마감해야 했다.

    ‘타이타닉’의 무대 캐나다 핼리팩스

    북대서양을 항해하는 배들의 갈 길을 비춰주던 페기즈코브 등대.(좌) 도심과 항구를 내려다보는 핼리팩스의 올드타운 클록. 1803년 영국 왕가에서 기증한 것이다.(우)



    ‘타이타닉’의 무대 캐나다 핼리팩스

    유람선과 화물선이 정박한 낭만적인 항구도시 루넨버그. 핼리팩스 인근의 대표적인 명소다.

    캐나다 동부의 대표 관광지

    1997년작 ‘타이타닉’은 이 비극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세 명의 주인공을 내세웠다. 순수하고 다재다능한 가난한 젊은이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기울어가는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를 따라나선 17세 소녀 로즈 듀잇 뷰케이터(케이트 윈슬렛), 그리고 재벌 2세로 로즈와 약혼한 칼 헐슬리(빌리 제인)가 그들이다.



    물론 영화는 많은 부분이 세트장에서 촬영됐지만, 야외 장면의 상당부분은 핼리팩스와 인근 해안을 배경으로 촬영이 이뤄졌다. 바다를 의지해 살던 노바스코샤 주민의 삶과 역사를 엿볼 수 있는 핼리팩스 애틀랜틱 해양박물관 2층에는 타이타닉 호에 관한 다양한 자료가 보관, 전시돼 있다. 영화에도 배경으로 등장하는 박물관에는, 해저 3900m 지점에 침몰해 있는 타이타닉 호의 모습을 담은 기록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관을 중심으로 탐사과정에서 발굴한 여러 유물과 자료가 전시돼 있다.

    영화 제작에 앞서 발간된 여러 책자를 비롯해 당시 1등석 승객들이 사용한 식기, 침몰하는 순간 구조요청에 사용된 단파송신기, 탑승한 유명인사와 승무원 등에 관한 자료들은 타이타닉 호가 얼마나 호화로운 여객선이었는지를 한눈에 확인시켜준다. 특히 살아남은 이들이 직접 서명한 커다란 사인보드 앞에 서면 숙연함을 떨칠 수 없다.

    ‘타이타닉’의 무대 캐나다 핼리팩스

    타이타닉 관련 자료가 전시된 애틀랜틱 해양박물관.(좌)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타이타닉에 관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우)



    ‘타이타닉’의 무대 캐나다 핼리팩스

    침몰 현장에서 인양된 단파무전기.(좌) 타이타닉 호에 탑승했던 유명 인사들의 면면을 기록한 사인보드.(우)

    ‘타이타닉’의 무대 캐나다 핼리팩스

    타이타닉 호 레스토랑에서 사용된 식기류.

    입구에 있는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15분짜리 기록영화는 타이타닉의 위용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바다 밑 수천m를 파고들어간 특수카메라는 외관은 물론 승객들이 휴식을 취하던 객실과 밤낮으로 파티가 열리던 홀, 세 끼 최고급 요리를 제공하던 레스토랑, 좁은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며 뉴욕 도착만을 고대하던 가난한 사람들의 3등 선실까지 구석구석을 누빈다. 영화 ‘타이타닉’을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영화에 등장하는 타이타닉 호 세트가 이 다큐멘터리 필름에 담긴 바다 밑의 실제 타이타닉 호를 철저히 고증하고 탐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침몰한 여객선에서 끌어올린 유물이 진열된 전시관을 따라 이동하면 타이타닉 호가 건조된 당시 내부 광경을 담아놓은 대형 사진을 볼 수 있다. 특히 중앙 홀을 찍은 사진은 최근 건조된 호화 유람선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여객선의 상하층을 연결한 계단과 난간,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실내와 각종 액세서리는 요즈음 대서양을 횡단하며 영국과 미국을 오가는 여객선보다 더 호화롭고 세련되다.

    실제로 영화를 촬영한 곳은 타이타닉 호에 관한 자료가 보관된 핼리팩스 항구와 인근 해안, 미국 동북해안, 그리고 뉴욕이다. 배가 침몰하는 장면이나 대서양을 항해하는 장면을 촬영한 항구와 인근 해안은 영화보다 더 낭만적인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반짝이는 해변,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드넓은 공원, 유럽풍의 건축물이 늘어선 거리, 영국 왕가에서 기증한 시계탑 올드타운 클록, 난공불락의 요새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즐비하다. 핼리팩스가 동화 ‘빨간머리 앤’의 무대인 프린스에드워드 섬과 더불어 캐나다 동부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이름 높은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영화에서는 그 모습이 등장하지 않지만, 연중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핼리팩스 최고의 명소는 단연 항구다. 목조로 건축한 작은 가게와 카페, 레스토랑이 늘어선 항구지역은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나루터로 알려진 타트하우스까지 이어지는데, 그 풍광이 한 폭의 상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 영화가 촬영된 핼리팩스 항구지역에는 앙증맞은 상점과 낭만적인 카페 외에도, 자그마한 등대와 20세기 초에 건조한 탐사선 아카디아 호, 북대서양을 오가며 승객과 화물을 운반하던 화물선과 여객선을 개조한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줄줄이 자리 잡고 있어 영화 속 분위기를 맛보기에 그만이다.

    ‘타이타닉’의 무대 캐나다 핼리팩스

    타이타닉 호에 대한 기록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좌) 해양박물관의 타이타닉 호 전시실 내부.(우)

    묘비에 남은 ‘1912년 4월14일’

    ‘타이타닉’의 무대 캐나다 핼리팩스

    타이타닉 호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핼리팩스 시내의 묘지.

    항구 인근에는 1912년 4월14일 밤 11시40분 무렵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에서 탈출하다 목숨을 잃은 승객 중 일부가 잠들어 있는 묘지가 있다. 탈출승객 중 703명은 인근 해역을 항해하던 카파시아 호에 의해 구조됐지만, 그보다 더 많은 승객이 여객선과 함께 바다 밑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탈출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발견된 시신은 핼리팩스로 옮겨졌고, 그중 150여 구가 이곳 타이타닉 묘역에 잠들어 있다. 150여 기의 묘비에 기록된 사망날짜가 1912년 4월14일로 똑같아 새삼 끔찍스러운 기억을 더듬게 한다.

    동부 캐나다의 관문에 해당하는 핼리팩스는 270년이란 제법 긴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 타이타닉 관련지가 아니어도 유서 깊은 명소가 인근에 즐비하다. 캐나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을 마혼베이를 비롯해 대서양을 지나는 모든 선박의 길잡이 노릇을 하는 페기즈코브 등대, 조선업과 어업 기지이자 유럽풍 목조건축물이 보존되어 있는 루넨버그 등이 저마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매력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여·행·정·보

    인천공항에서 핼리팩스로 가려면 뉴욕이나 토론토를 경유하는 코스를 택해야 한다(양쪽 모두 15시간 내외). 핼리팩스 공항에서 주무대인 핼리팩스 항구까지는 50km 남짓으로 렌터카와 버스를 이용해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매일 문을 여는 애틀랜틱 해양박물관의 입장료는 8달러. 그 외의 영화 촬영 지역은 유람선과 범선을 이용해 관람할 수 있고, 묘지는 해양박물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캐나다는 무비자로 3개월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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