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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름 석자가 최대경쟁력

안철수 연구소

CEO 이름 석자가 최대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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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 하는 얘기마다 곧바로 진실이 돼버리는, 이렇게 무서운(?) CEO와 회사 이미지가 형성된 배경은 무엇일까.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안정적인 의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벤처기업을 차렸다는 것, 술수와 작전이 난무하는 벤처업계에서 묵묵히 정직하게 승부하는 안철수식 원칙의 승리 등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과연 안철수 사장은 알려진 그대로의 사람일까. 이미지 홍보가 너무 잘돼 실제보다 커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안철수연구소는 홍보 잘하는 기업, 안철수 사장은 홍보 마인드가 탁월한 CEO로 소문나 있다. 때문에 안사장의 좋은 이미지는 상당 부분 뛰어난 홍보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안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안사장의 이미지에 어느 정도 거품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90%는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10년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흔치 않은 사람”이라고도 한다. 결국 ‘영혼이 있는 승부’를 계속해온 안사장의 지난날들이 쌓여 지금의 CEO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안사장은 “누군가가 말했듯 한 사람은 평생 속일 수 있고, 많은 사람은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평생 속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이제 10년이 다 돼가는데 그 동안 자신에 대한 평가가 변함이 없었다면 진실로 믿어줘도 무방하지 않으냐는 얘기다.

기자들 “가장 성실한 취재원”



안사장의 사람됨을 보여주는 여러 사례가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건 늘 깍듯하게 대하고 진지하게 얘기한다는 점이다. 필자 역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수많은 취재원을 만나봤지만 안사장처럼 명함을 건네는 사람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조용히 문을 밀고 들어오더니 두 발을 모으고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두 손으로 명함을 건네는 품이, 마치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가 인사할 때 저랬을까 싶을 정도로 깍듯했다.

안사장은 또 인터뷰할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들에도 늘 성의껏 대답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이런 모습은 “잘 나가는 벤처기업 사장이 됐어도 사람은 변치 않았다”는 평판으로, 다시 “믿을만한 사람”이란 판단으로 연결되었다.

안사장이 아직 손수 운전을 한다는 사실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안연구소의 기관투자가인 LG벤처투자 김영준 사장은 “안사장에게 6개월 동안 비서를 두라고 얘기한 끝에 안사장이 마지못해 따랐다”며 “그러나 운전기사를 두라는 얘기는 절대 안 듣고 있다”고 밝혔다. 김사장은 “CEO는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그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 순간적으로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다. 안사장이 병원에 가는 것은 안연구소가 병원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기사는 꼭 필요하다”고 직접 운전을 말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안사장은 “앞으로도 운전은 내가 직접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직원들이 동료의식을 느낄 수 있는 CEO가 돼야 하는데 자기만 좋은 차에 운전사까지 둔다면 (직원들을) 볼 면목이 없다”는 것이다.

돈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도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다. 예정된 코스닥 최고갑부인 안사장은 아직도 자기 집이 없다. 지난해 이전에 살던 집을 팔아 유상증자 대금으로 쓴 후 지금껏 전세를 살고 하고 있다. 안사장은 “돈이 없다”고 얘기했다. “모든 재산은 지분으로만 존재하고, 또 지분을 팔 생각이 없어 현금화하기도 어려우며 따라서 집 살 돈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안사장의 이런 모습은 절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모든 ‘알려짐’에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 9월11일 5시 수서역에 위치한 안철수연구소 회의실에 10여 명의 기자가 모였다. 안철수연구소의 정기 기자간담회가 있는 날. 두 달에 한 번씩 안연구소와 안연구소의 두세 개 관계사 대표들이 나와 기자들에게 사업 진행 정도를 보고하고 얘기를 나누는 자리다. 이 자리에 안사장은 빠지는 법이 거의 없다. 간담회를 끝낸 후 저녁식사와 영화 ‘무사’를 관람하는 자리에도 안사장은 동행했다. 물론 내내 기자들과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면서였다.

벤처기업이 이처럼 정기간담회를 통해 기자들에게 회사 상황을 알리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안연구소는 벤처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을 통틀어 이런 정기간담회를 가장 열심히 하는 기업 중 하나다. 게다가 1분을 쪼개가며 쓰는 CEO, 특히 안사장만큼 이름이 나 있는 CEO가 이렇게 열심히 정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직접 회사 상황을 설명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게다가 저녁시간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행사를 치르는 것과 달리 저녁시간 모임은 길어진다. 그만큼 CEO가 투자해야 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이뿐 아니다. 안사장은 웬만해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 CEO로도 유명하다.

안사장에게 “원래 인터뷰하는 걸 좋아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안사장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러나 기자를 만나는 일은 한 회사의 CEO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상 한번 책임이라고 생각한 일은 완벽하게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열심히 만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안연구소와 안사장이 홍보에 꽤 열심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연구소 홍보 담당자는 “대표로서 결정해야 할 것이 많은데 인터뷰 등 홍보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8월 초에 출간된 ‘영혼이 있는 승부’ 역시 기막힌 타이밍을 자랑하는 홍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코스닥 등록을 앞둔 시점에 맞춰 책을 냈으니 당연히 고주가 형성에 도움이 됐으리라는 시선. 이에 대해 안사장은 “지난해 초 김영사에서 책을 내자고 제의했지만 시간이 없다고 계속 거절했다. 그러나 출판사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 동안 써놓은 것만 정리해도 되겠다 싶어 승낙했다. 원래는 지난해 말에 낼 생각이었는데 막상 정리하다 보니 새로 써야 할 부분이 많아 늦어졌다. 등록 후 책을 내면 오히려 모양새가 이상할 것 같아 등록 전에 내기 위해 서둘렀다”고 배경을 밝혔다.

실제 모습이건, 홍보로 부풀린 모습이건 ‘도덕경영의 대명사, 대표 벤처주자’로 꼽히다 보니 안사장의 짐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자칫 자신의 이름값에 반하는 얘기가 나올까 봐 스스로 많은 조심하는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 2세와 이재웅 다음 사장 등 잘 나가는 벤처기업가 20명이 모여 각각 2억원씩 내 만든 회사가 있다. 벤처컨설팅과 투자를 한다고 표방한 V소사이어티. 지난해 V소사이어티 설립 당시 V소사이어티 이형승 사장은 주주 구성을 설명하면서 19명의 이름만 댔다. 나머지 한 명의 주주에 관해서는 “본인이 이름이 알려지기를 꺼려한다”는 이유로 끝내 밝히지 않았다. “재벌 2세와 대표 벤처기업가들의 모임에 주주로 참여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좋지 않게 비칠 수 있으니 절대 이름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는 다름아닌 안철수 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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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 매경 이코노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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