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과 마라톤을 완주하고 단결을 다지는 박용선 사장(앞줄 가운데 앉은 이)
1998년 필자가 CEO로 취임한 이후 5년간 웅진코웨이개발의 매출액은 800%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모든 식구들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소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고객의 힘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식구들과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정확한 판단과 용기, 그리고 실천일 것이다. CEO는 궁사와 같다. 그는 어느 방향으로든 화살을 날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지만, 누구도 이 화살을 대신 쏘아주지 않는다. 화살을 쏜 후의 모든 결과는 전적으로 궁사의 몫이다.
판단은 CEO에게 권리이자 의무다. 최종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기도 하지만,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무기도 하다. 판단을 내린 이후에는 스스로에게 힘을 실어줄 ‘파도’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관계는 꿈을 실현시키는 가장 가치 있는 자산 가운데 하나다. 용기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석과도 같다. 판단이 서고 용기 백배했다면 주저 없이 실천해야 한다. 나폴레옹은 “민첩하고 기운차게 행동하라. ‘그렇지만’ ‘만약’ ‘글쎄’ 같은 말들을 앞세우지 말라. 그것이 승리의 제1조건이다”고 했다.
어린 시절, 1남 5녀의 귀남(貴男) 집안에서 자란 내 주변에는 언제나 관심과 사랑이 넘쳤다. 그런 내게 판단, 용기, 실천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심어준 것은 다름아닌 운동이었다. 코흘리개 때 매형에게 이끌려 접하게 된 태권도는 내 성격을 활기차고 외향적으로 바꿔놓았다. 또한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야구는 민첩한 판단력과 대담한 용기, 그리고 강한 승부욕을 요하는 운동이다. 그때 야구를 하면서 밴 근성이 지금 와서 CEO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맑고, 밝고, 붉게
‘평사원에서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요즘 내가 자주 듣는 과분한 평가다. 그래서인지 그 ‘비결’을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마다 ‘열정’이라는 한 단어를 답으로 내놓는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문학가 발자크는 “참다운 열정이란 아름다운 꽃과 같다. 그것이 피어난 땅이 메마른 곳일수록 한층 더 아름다운 것이다”고 했다. 나는 지금까지 열정 하나로 직장생활에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내 인생철학이자 경영철학은 ‘맑고, 밝고, 그리고 붉게’다. 누구든 거짓없이 대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정열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내가 CEO의 임무라고 강조하는 판단, 용기, 실천과도 무관하지 않다.
무릇 CEO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밝은 사고로 용기를 불어넣으며, 정열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성경에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맑고, 밝고, 그리고 붉게’ 중에서 ‘붉게’를 으뜸으로 꼽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기 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해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흔히 ‘프로페셔널’이라고 일컬으며, 그들처럼 되고 싶어하는 욕심을 갖고 있다. 여지껏 그런 프로페셔널치고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열정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열정적인 사람에게서는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그런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이(轉移)된다. 무기력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나까지 자신감이 없어지고 비관적으로 변한다. 반면 열정적인 사람 곁에 있으면 용기와 자신감이 샘솟는다. 나 또한 늘 열정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런 에너지를 주변 식구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그래서 “당신과 함께 있으면 즐겁고 힘이 솟는다”는 말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