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세라티 본사.
교육과 예술의 도시인 볼로냐에서 자동차 도시인 모데나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었다. 기자를 태운 폭스바겐은 줄곧 시속 180㎞대를 유지했다. 커브 구간이 별로 없어서인지 고속주행임에도 요동이 거의 없었다.
모데나는 볼로냐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또한 세계적인 의류·섬유시장이자 패션의 도시인 밀라노에서는 남쪽으로 1시간 반 가량 달리면 닿는다. 모데나는 도로와 철도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다. 밀라노-볼로냐 고속도로와 브레너 고속도로가 교차하며 밀라노-로마 철도노선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 명차인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생산지에 걸맞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한때 페라리와 함께 세계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던 마세라티는 1997년 페라리 그룹에 합병된 이후 회사 이름이 페라리 마세라티로 바뀌었다. 페라리 그룹 총수인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Montezemolo)씨가 마세라티 사장을 겸하고 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한 지붕 두 가정과 비슷하다. 본사와 공장도 이웃해 있다. 마세라티의 본사는 모데나에, 페라리는 모데나 인근 마라넬로에 자리잡고 있다. 또 두 회사 모두 모데나와 마라넬로에 각각 1개씩 공장을 갖고 있다. 다만 마세라티는 모데나 공장에서, 페라리는 마라넬로 공장에서 주요 작업을 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처럼 마세라티와 페라리는 형제 자동차다. 일부 생산공정의 경우 공동으로 작업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각각의 상표를 내세워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마세라티사는 공장과 생산라인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차의 종류와 기능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페라리는 오로지 경주용 차만 생산하며 고급 구매층을 겨냥한 만큼 대중성은 약하다. 반면 마세라티는 경주용에 세단의 성격을 가미한 차가 주종을 이룬다. 따라서 대중성 면에서 페라리에 앞선다. 페라리가 3억~4억원대인 데 비해 마세라티가 2억원 안팎인 것은 이런 차이에서 비롯한다. 이탈리아의 생활과 문화를 소개하는 잡지 ‘스타일’의 마케팅 담당인 알렉스(Alex)의 의견대로라면 페라리는 젊은층이, 마세라티는 장년층이 선호한다.
마세라티는 페라리나 다른 승용차들과 달리 시장에 내놓고 파는 차가 아니다. 고객의 주문이 있어야 생산에 들어가는 맞춤주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당연히 마세라티에는 대량생산이나 대량판매 개념이 없다. 오직 특별제작과 한정판매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모든 작업공정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므로 마세라티에서는 자동화시스템이라는 개념이 낯설다. 그러면서도 기능과 성능 면에서 마세라티는 최고급차 반열에 올라 있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 장인정신과 최첨단 기술력의 완벽한 결합, 그리고 철저한 맞춤주문 제작, 이것이 바로 마세라티 애호가들의 자부심이다.
고객 주문으로만 생산

마세라티에서 생산되는 차종.
공장 견학에 앞서 쇼룸(show room)으로 향했다. 대외업무 책임자인 안드레아 치타디니(Andrea Cittadini)씨가 기자 일행을 맞았다. 안내는 조르조 마니카르디(Giorgio Manicardi)씨가 맡았다. 1966년 마세라티에 입사해 30여년간 수출파트에서 일했다는 그는 지금은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마세라티와 협력하고 있다.
쇼룸에 들어서자 푸른빛이 감도는 거대한 탄소봉이 방문객의 머리를 휘어감는다.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케 하는 뒤틀린 타원형이다. 탄소봉 위에 마세라티에서 생산하는 차들이 웅크리고 있다. 흡사 사랑하는 순간의 여인처럼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입김을 내뿜으며. 그 고혹적인 자태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