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편 생산자물가는 2010년 3분기에 다소 안정세를 보이다가 4분기에 급등세로 전환되어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5.3%까지 상승했다. 특히 농림수산품 가격이 4분기에 줄곧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상승하는 등 생산자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물가도 원자재 가격과 중간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2010년 12월 들어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전년 동월 대비 12.7% 상승했다. 특히 12월 농림수산품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30.8% 오르는 등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도했는데, 이 기간에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5% 상승해 중간재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유동성의 투기자금化
이렇듯 물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주요 원인으로는 우선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들 수 있다. 원자재 값의 상승이 국내 수입물가 상승과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대폭 하락했던 원유, 구리, 철광석 등 국제 광산물 가격이 2010년 하반기 들어 급등세를 보였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확대되어 국제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린 것이다. 2010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연간 4.6% 수준인 반면, 신흥국은 중국(10.0%), 인도(8.4%), 브라질(7.5%), ASEAN 5개국(6.7%) 등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고성장세를 유지했고, 그에 따라 원자재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두바이유는 2011년 1월14일 기준으로 배럴당 93.2달러를 기록해 예상치인 80달러대를 초과하며 급상승했다. 이밖에 지난 1년간 금(19.0%), 은(51.8%), 철광석(34.8%), 전기동(27.9%) 등의 가격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2011년 1월14일 기준, 자료: Korea PDS).
중국 등 주요 원자재 수입국들이 원자재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국제 원자재의 수급이 불안해진 것도 광산물 가격 상승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0년 중국의 전년 대비 석유소비량 증가율은 10.5%로 추산되는데 이는 세계 석유소비량 증가율인 2.9%를 크게 상회하는 숫자다. 이에 따라 2010년 세계 석유소비 증가에 대한 중국 기여율은 35.7%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석유소비 증가가 국제유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자료: IEA, MODS).
국제 농산물 가격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유엔 산하 국제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식품가격지수는 2010년 하반기에 급등세를 보이며 상반기에 비해 무려 3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제 농산물 시장의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주요 곡물수출국들이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대두, 밀, 옥수수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또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들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인구가 폭증하면서 식용이나 사료용으로 쓰이는 곡물의 수요도 증가세에 있다(자료: USDA, PSD Online). 게다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원유의 대체재에 해당하는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등의 주원료로 쓰이는 옥수수, 콩기름, 유채유 등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자료: OECD-FAO Agricultural Outlook 2010). 한마디로 전세계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불안한 상황이라는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