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중국과의 FTA는 한국이 체결한 다른 FTA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중국경제의 운용체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모델이 아니다. 한중 분업구조가 수교 후 근 20년간 굳건히 정착했고, 중국 내 한국기업의 제조법인들이 제3국 시장개척에 필수적 생산거점으로 기능하면서 우리 기업의 대중 노출도(exposure)가 상당히 높다. 이 같은 두 가지 특징은 중국과의 FTA 협상이 그 과정에서 이익의 균형을 찾기가 매우 어려우며, 협정이 발효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도 매우 클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교역의존도는 매우 높고,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중 교역은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면에서도 여러 가지 특징과 변화를 보여준다. 첫째, 양국 간 무역구조가 점점 더 보완적으로 바뀌고 있다. 두 나라의 무역구조가 보완적이라는 것은 한 나라의 주요 수출품이 상대국에서도 중요한 수입품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예컨대, 한국의 총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이 매우 높은데, 중국의 총수입에서도 자동차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면 한국과 중국은 자동차라는 상품에 대해 서로 보완적인 무역구조를 갖는다. 이런 상품이 많아질수록 두 나라 무역구조의 보완성은 점점 더 높아진다.
한국과 중국의 서로에 대한 무역보완성은 양국 간 교역이 본격화된 19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높아져왔으며, 2000년대 중반 이후 그 속도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증대되고 있다. 이처럼 상호 무역보완성이 높다는 것은 교역 확대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FTA 등을 통해 관세 장벽을 낮출 경우 교역 확대 효과가 클 것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중국 제조업의 부상은 동북아 3개국의 국제 분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 한중일 3국 교역의 기본 구조는 중국이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중간재와 자본재를 수입해 가공한 후, 이를 역외로 수출하는 방식이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 대규모 무역적자를, 나머지 전 세계 국가들에 대해서는 무역흑자를 기록해왔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낮아질 경우 동아시아 역내외의 이런 비대칭성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 기업들은 제조업 역량 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교우위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이점이 적지 않음은 분명하다. 양국 간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기존 FTA를 통해 얻은 서비스 경쟁력 향상 효과를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시장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중 FTA 협상 개시에 앞서 고려할 점이 적지 않다. 이미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아진 상황에 두 나라 간 경제적 분업구조, 경제체제의 차이, 협상 주도력 격차 등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많다.
일반적인 FTA의 경제적 효과는 관세인하를 통한 가격인하가 시장을 키우고, 이것이 생산 및 소득증가로 이어지며 발생한다. 관세인하 폭이 클수록 가격인하 효과가 커지고, 따라서 최종적인 소득증가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의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 즉 품목별 수출 비중을 가중치로 사용해 계산한 관세율은 각 6.0%, 3.9%로 낮은 편이다. 한국이 중국보다 더 높은 것은 농산물 등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품목의 수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