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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아이디어에서 혁신 낳는기업의 비밀

픽사(Pixar) 화장실이 광장에 있는 까닭은?

엉뚱한 아이디어에서 혁신 낳는기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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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엉뚱한 아이디어에서 혁신 낳는기업의 비밀

픽사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큰 성공을 거둔 ‘토이스토리’ 주인공 버즈 라이트이어.

픽사(Pixar) 직원들을 교육하는 픽사대학 건물에는 라틴어로 ‘Alienus Non Diutius(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개인의 창의성 향상과 협업을 통해 집단 창의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픽사의 철학이 담겨 있다. 픽사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에 뛰어들어 ‘토이스토리’ 시리즈 등 사람들의 상상 하나하나를 영화로 만들어냈다. 사명(社名) 픽사도 컴퓨터의 화소를 의미하는 픽셀(Pixel)과 예술(Art)의 합성어다.

픽사의 주고객은 어린이다. ‘몬스터주식회사’에 나오는 “요즘 아이들은 예전처럼 겁먹지 않아(Kids don′t get scared like they used to)”라는 몬스터들의 대사는 픽사의 고민을 대변한다. 나날이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어린이들을 사로잡으려면 이를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픽사에서는 창의력 넘쳐나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250명이 팀을 이뤄 4~5년에 걸쳐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버즈 라이트이어가 도약을 준비할 때마다 외치는 ‘토이스토리’의 명대사 “무한을 뛰어넘어, 비상!(To infinity and beyond!)”처럼 창의성의 비상을 늘 추구하는 것이다.

창의의 구성요소인 전문성(knowledge)과 기술(skills)이 조직 전체에 흐르게 하기 위해 픽사는 ‘두뇌위원회’라는 프로세스를 뒀다. 8명의 감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제작팀이 도움을 요청할 때면 언제든 위원들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준다. 이후 제작팀은 위원회의 조언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회의 조언을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팀 스스로 문제해결 방식을 결정함으로써 창의성을 보호받는 것이다.

창의적인 기업들은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가인 동시에 다방면에 흥미와 지식을 갖고 있는 ‘T자형 인재’를 선호한다. T자형 인재는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을 충분하게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분야에서 주는 신선한 자극을 받아들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활용하기 때문이다. 픽사대학은 미술,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등과 관련한 수백 종류의 강좌를 제공한다. 모든 직원은 적어도 일주일에 4시간 이상 데생, 조각, 연기,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110개 코스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교육 받아야 한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생쥐 이야기를 그린 ‘라타투이(Ratatouille)’에서 주인공 래미가 “두 가지 맛을 섞으면 특별한 새 맛이 창조된다(Combine one flavor with another, and something new is created)”라고 했듯이 픽사 직원들은 다른 분야와의 만남을 통해 꾸준히 창의에 대한 자극을 받는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2008)에 따르면 픽사의 본사 건물은 광장을 기준으로 좌우의 사무실이 마주 보고 있다. 각각 이성과 감성을 조절하는 좌뇌 및 우뇌와 같이 좌측 사무실에는 기술 분야, 우측 사무실에는 예술 분야가 자리한다. 이 둘이 만나는 중앙광장은 픽사의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곳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가 1999년 픽사 본사를 지을 때 가장 신경을 쓴 것이 이 중앙광장이라고 한다. 픽사에서 일하는 다양한 예술가, 기술자, 과학자 등이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도 언제든 쉽게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잡스는 회의실, 카페테리아, 화장실 등 주요 시설을 모두 중앙광장에 배치했다. 그러니 직원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우연한 만남을 자주 가질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중앙까지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에 대해 불평했지만, 잡스의 의도대로 중앙광장에서 맺어진 인맥과 대화 등을 통해 예상치 못한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탄생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픽사를 세계 최고의 창의 집단으로 만들어주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Rough, Rapid, Right

이번에는 최근 20년간 350개의 디자인상을 휩쓴 세계 최고의 디자인 컨설팅회사 IDEO를 들여다보자.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보통 기업들은 그것과 관련한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한다. 그리고 ‘다른 기업은 어떻게 하는가’ ‘관련 케이스는 있는가’ ‘과연 성공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초기엔 거칠기도 하고 다소 엉뚱하기도 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의 아이디어가 의사결정이라는 명목 아래 비판과 우려 속에서 사장되기 일쑤다. 형식이 혁신을 가로막는 셈이다. 그러나 IDEO의 CEO 팀 브라운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프로토타입(prototype)부터 만들라”고 말한다.

프로토타입과 관련해 IDEO는 Rough(대략적인), Rapid(신속한), Right(올바른)라는 3R 원칙을 갖고 있다. 모든 것을 완성할 필요 없이 의도한 부분만을 대략적으로, 올바르고, 신속하게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면 더 많은 아이디어가 생기기 마련이다.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동료와 고객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프로토타입을 수정해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처음 거칠었던 프로토타입은 고객의 니즈(needs)에 가까운 제품으로 수렴된다. 애플 최초의 컴퓨터 마우스도 IDEO의 프로토타입에서 나왔다. IDEO의 한 디자이너가 방취제 뚜껑을 플라스틱 버터 용기 밑바닥에 붙여본 것이다. 이 프로토타입은 오늘날 PC용 마우스의 원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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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아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limjeeah@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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