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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보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지인이 귀띔한 ‘정보’ 믿고 주식 투자?

진짜 정보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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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주식 투자를 맡기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소위 말하는 ‘포괄적 일임매매’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주식 투자를 맡기는 것이다. 이들이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고 그쪽 분야 전문가이니 맡겨보는 게 좋겠다. 게다가 증권사 직원이 친구이거나 친척이라면 더욱 믿어볼 만하다. 펀드는 수수료를 받아가지만, 이들은 수수료도 내라는 말을 안 하니 더욱 고맙다. 1년 후 성적표를 받아보면 필경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다.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 이렇게 맡겨두면 정기예금 수익률보다 좋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런데 만약 코스피(KOSPI) 주가지수 상품에 투자했더라도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주식 투자를 맡아준 증권사 지인이 고맙기야 하지만, 그가 수십 수백 번 주식을 회전시키느라 발생시킨 거래수수료를 내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냈을 것이다.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수익률 자체가 마이너스인데 거기에다 엄청난 거래수수료까지 부담하고 나면 ‘깡통계좌’를 찰 수도 있다. 이쯤에서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면 증권사 지인에게 무조건 맡기는 식의 투자는 위험하다. 왜냐하면 증권사는 수수료를 최대한 높여야 수익이 나고, 직원에게 거래수수료를 높이라고 압박하기 때문에 고객의 투자수익률보다는 거래수수료를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증권사 직원에게 맡기는 것은 정보에 의존해 투자하는 것보다야 덜 위험할 수 있지만, 증권사 좋은 일만 시켜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 직원이 정보에 의존해 투자하는 타입이라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참고로 포괄적 임의매매는 법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투자 방법이다.

다음으로 공신력 있는 펀드에 맡기는 것은?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중반 펀드 투자 광풍이 불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해 많은 펀드 고객이 손실을 입었다. 이와 함께 펀드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펀드 수익률은 주식시장 전체의 수익률과 함께 간다. 심지어 어떤 펀드매니저는 “시장이 모든 것을 쥐고 있다”고 말한다. 전반적인 주가지수 흐름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고급 정보’의 참뜻

내가 아는 한 선배는 자신이 펀드를 팔고 있으면서도 “왜 펀드에 투자하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차라리 주가지수(주가의 흐름에 따라 정확히 가격이 움직이는 상품으로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에 투자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특정 펀드의 수익률이 주식시장 수익률보다 높을 수 있다. 펀드를 잘 보고 골라야 하는데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냥 은행이 소개해주는 대로 가입한다. 은행 같은 펀드 판매회사가 가장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는 사실을 아는지? 그저 펀드상품을 소개해줬다는 이유로 때로는 1%가 넘는 수수료를 챙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은 투자 귀재 워런 버핏과의 점심이다. 이 점심은 매년 경매에 부치는데, 매번 10억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된다. 지난해 낙찰가는 30억 원을 웃돌았다. 버핏의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그는 “기술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기술주는 언제든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면 그 가치가 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기술을 공부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식에만 투자한다”고 말한다. 즉, 자신이 가장 잘 알고 확신할 수 있는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정보가 아니라 자신만의 직관(insight)을 통해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근래 몇 년간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을 보면, 장기적으로 제품이 잘 팔리는 기업의 주식이 올랐다. 아웃도어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아웃도어 회사의 주가가 많이 뛰었다. 경제가 어려워 인스턴트 식품 소비가 급증하자 라면이나 즉석식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가가 올랐다.

진짜 정보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원재훈

1977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공인회계사, 미국공인회계사, 세무사

이촌회계법인 근무

저서 : ‘월급전쟁’ ‘법인세법실무’


진짜 정보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물론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주변에서 들리는 고급정보는 절대 아니다. 재무제표 한번 들여다보지 않은 회사에 소중한 목돈과 퇴직금을 몽땅 투자하고 암울한 노후를 맞는 일이 없으려면 이 기본 상식을 꼭 챙겨두기 바란다. 내 귀에 들리는 고급정보는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풍문이란 걸.

신동아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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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 │회계사 wjh2000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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