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부동산 구조조정 진행 中
국내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하락을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가격 하락, 거래 감소, 재고 적체 등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초과수요 시장으로 ‘부동산 불패’라 여겨지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3년 넘게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 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미분양 주택도 3만 호가 넘어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큰 폭의 집값 하락을 경험했던 주요 선진국들은 비로소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4년 정도 지속된 집값 하락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리 부동산 시장이 선진국의 주택 경기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는 것은 가계 부채와 과잉공급 시장의 구조조정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구조의 변화 등이 겹치면서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더해져 가뜩이나 위축된 수요를 더욱 억누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 때문일까.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 새 정책만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부동산’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리스크’다( 참조).
2013년 경제운용 방향을 보면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3.0%보다 낮은 2.3%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현재의 경기둔화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저성장으로 진입하는 구조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경제 회복이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생안정 측면에서도 주택 정책은 ‘서민’ 위주의 ‘맞춤형 복지’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종합해보면 부동산을 거시경제의 리스크로 인식하고, 정책적 측면에서 연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이 가장 먼저 나온 이유는 바로 우리 경제의 ‘리스크 관리’와 시장이 갖는 기대감에 있었다.
4·1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특기할 점은 ‘공급조절’을 첫 번째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30년 동안의 부동산 관련 대책에서 공급조절, 그것도 공급을 축소하는 정책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경기가 과열됐을 때나 침체됐을 때나 항상 ‘공급확대’대책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는 과감하게 공급조절을 제시했고, 수요 진작책 역시 새로운 공급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과잉공급 해소를 겨냥했다. 즉, 투자 목적의 주택 수요보다는 실제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 지원에 수요 진작 대책의 초점을 맞췄다. 과거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 할 때 여유 있는 계층의 부동산 구매를 자극했던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하우스 푸어나 렌트 푸어 대책이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것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경기 부양보다는 과도한 가격 하락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착륙에 무게가 실렸음을 보여준다.
4·1 대책, 공급조절에 초점
늘 그랬듯이 시장은 대책이 발표되자 마자 그 효과를 평가하는 데 분주했다. 과연 4·1 대책은 어떤 효과를 나타내고 있을까.
이번 대책 발표 직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서울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였다. 4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온 서울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4월 들어 가격과 거래가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과거 같았으면 이렇게 시작된 강남의 주택가격 상승이 주변지역으로 확대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회복세를 보이던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5월 말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엔 강남발 훈풍이 주변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책의 적용대상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대책의 효과가 이미 끝났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