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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마존’ 꿈꾸는 온라인 거물

와우북 합병한 예스24 이강인 사장

‘한국의 아마존’ 꿈꾸는 온라인 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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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2, 3위 업체들이 턱밑까지 쫓아오면 어쩝니까.

“하하, 걱정없습니다. 저희와 2, 3위 업체들의 격차는 이미 상당히 벌어져 있어요. 2위 기업을 인수했기 때문에 자만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저희의 상대가 못됩니다. 콘텐츠만 해도 우리가 선점한 것을 그들이 뒤따르거나 모방하고 있어요. 네티즌들도 그걸 잘 알죠. 인터넷 업계에선 선점효과가 대단히 큽니다. 선점해서 1위에 오르면 좀체 아성을 내주지 않지요.”

-종로서적이 부도를 냈습니다. 아무래도 이 얘기를 먼저 꺼내야겠네요.

“제가 77학번인데, 제 또래에게 종로서적은 많은 추억이 서린 곳이에요. 그런 곳이 문을 닫았으니 안타까운 일이죠. 서점업계에선 종로서적의 부도 원인을 경영상의 문제와 온라인 서점의 공격 두 가지로 보는 것 같아요. 경영 면에서는 강성 노조와 가족 간의 불화도 문제가 됐지만, 가장 큰 원인은 좁은 면적의 5층짜리 서점이라는 핸디캡이었습니다. 쾌적한 단일 매장에서 책을 고르려는 게 독자들의 바람이고, 영풍문고나 교보문고 같은 경쟁업체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종로서적은 5층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이 있었지요.

온라인 서점의 공격이 위협 요소가 됐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온라인 서점은 책값을 깎아줍니다. 값도 싸고, 시내까지 책을 사러 가는 번거로움도 없으니 많은 독자가 인터넷 서점을 선호할 수밖에요.”



-오프라인 서점은 다 위기라는 얘긴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은 책을 직접 보면서 고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게다가 책을 손에 쥐려면 며칠씩 기다려야 하고요. 하지만 오프라인이라도 영세서점은 버티기 힘들 겁니다. 한때 6000여 개에 달했던 서점이 벌써 절반으로 줄었어요. 결국은 50평 이상의 중·대형 매장이나 체인점만 남게 될 겁니다. 미국도 그렇게 됐지요.”

-오프라인 서점도 온라인 서점처럼 책값을 깎아주면 될 것 아닙니까.

“그건 불가능합니다. 오프라인 서점은 책을 정가에 팔아도 10% 정도 이익을 볼까 말까예요. 저희는 15∼20% 정도 할인해 팔아도 그 정도 마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과 교보문고를 비교해보세요. 교보문고는 서울 한복판의 금싸리기 땅에서 매장을 운영합니다. 저희는 모든 걸 컴퓨터가 알아서 해주지만 오프라인 서점은 인건비도 만만치 않지요.

게다가 그간 기존 서점들은 출판사측에 어음을 결제할 때도 ‘위탁판매’라고 해서 책이 팔리는 만큼만 해줬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은 현금으로 책을 구입합니다. 그러니 훨씬 싼값에 책을 가져올 수 있죠. 이런 차이 때문에 저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예스24가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의 2.5배에 이르는 1300억원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죠.”

“가을부터 흑자 낼 것”

그러나 인터넷 서점들은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흑자를 낼 시점에 이르렀지만, 지나친 할인경쟁 탓에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인터넷 서점이 출범했을 무렵에는 오프라인 서점과 경쟁을 하기 위해 15∼20% 정도 할인판매를 했다. 이 정도만 유지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온라인 서점 후발주자들은 30∼40%, 일부 품목에서는 50%까지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계속했다.

선점효과가 큰 인터넷 업계에선 선발주자가 일단 이름값(name value)을 얻으면 후발주자들이 좀체 따라잡기 어렵다. 그래서 후발주자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할인판매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게 이강인 사장의 설명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을 때는 적자가 나도 어느 정도의 시장점유율만 확보하면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흑자를 못내면 추가 투자 유치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몇몇 업체 외엔 문을 닫게 되리라는 것. 그래서 예스24는 이제 ‘딴죽걸기식 할인’에는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사장은 “할인폭이 18%선에서만 유지됐어도 지금까지 상당한 흑자를 올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할인폭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다보니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올 가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을 자신한다. 그 이유는 그가 최근 단행한 와우북 합병과 맞물려 있다.

“합병하자는 얘기는 와우북 쪽에서 나왔어요. 저희는 거의 다 개인투자자인데 비해 와우북은 기관투자가들이 대주주예요. 1대 주주는 KTB죠. 그런데 기관투자가들은 1위 업체가 아니면 좀체 베팅하지 않습니다. 2, 3위 업체에겐 투자를 해도 조건이 좋지 않죠. 지금까지는 와우북에게 예스24를 잡아보라고 돈을 대줬지만 실패하자 다른 길을 찾게 된 겁니다.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저희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와우북이 3, 4위 업체와 합병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경쟁업체들이 크면 안된다는 뜻입니까.

“그분들에게는 안된 얘기지만, 사실 저희에게 후발주자들은 눈엣가시입니다. 예스24는 4년 전 가장 먼저 온라인 서점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갖은 고생을 다한 끝에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이제나 돈 좀 만져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뒤늦게 나타난 온라인 서점들이 예스24를 이기려고 출혈경쟁을 일삼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지요. 그렇지만 저희는 다 계산하고 있어요. 출혈경쟁을 하면 한 달에 몇억씩 깨지기 때문에 신규 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후발주자들을 만나 출혈경쟁을 자제하자고 제의하진 않았습니까.

“도무지 말이 안 통합니다. 그분들 처지에선 굶어죽으나 맞아죽으나 마찬가지일 테니 사생결단식으로 나오는 겁니다. 어차피 저희와 같은 조건에서 싸우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거든요. 그러니 가격경쟁으로 나올 수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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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석 < CEO 전문 리포터 > jis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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