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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생활문화 이끄는 박용선 웅진코웨이 사장

“물 팔아 번 돈, 물 지키는 데 써야죠”

친환경 생활문화 이끄는 박용선 웅진코웨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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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끗한 물, 맑은 공기는 누구나 바라는 생활환경이다. 그러나 오염된 환경은 좀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덕분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공기청정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업계 선두주자. 오염된 물을 거르고, 탁한 공기를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환경보호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친환경 생활문화 이끄는 박용선 웅진코웨이 사장
8월12일 박용선(朴龍善·48) 웅진코웨이 사장을 만났을 때 기자의 목은 평소보다 1.5배쯤 길어져 있었을 것이다. 박 사장을 만나기로 한 날은 8월8일 오후였다. 그것이 11일 오전으로 한 차례 미뤄졌고, 다시 사정이 생겨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으니 이튿날로 옮기자는 연락이 왔다. 지난 5월, 웅진코웨이와 웅진코웨이개발을 웅진코웨이로 합병하고, 전사 총괄경영을 맡게 된 박 사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박 사장은 웅진코웨이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 주인공이다. 그는 1998년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 소비자에게 빌려준 정수기를 관리하는 ‘코디(‘Coway Lady’의 줄임말)’를 고안했고, ‘렌털 마케팅’을 진두지휘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소비자의 형편을 감안, 고급 정수기를 매달 일정액을 내고 빌려 사용하도록 한 것. 성공 포인트는 깔끔하고 세련된 용모의 서비스 요원, 코디의 등장이었다. 친절한 코디가 각 가정을 방문해 정수기 필터를 교환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는 금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회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박 사장 취임 첫해 8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회사는 성장을 거듭, 지난해엔 82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수기에서 비데, 연수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한 덕분이기도 했다. 웅진코웨이개발을 합병한 올해 매출 목표는 1조2000억원, 경상이익 목표는 1050억원. 3년 뒤엔 매출을 2조2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웅진코웨이는 환경과 밀접한 기업이다.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높아져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는 커지고 있지만, 주위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이럴수록 ‘웰빙’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적어도 내 집에서는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시고 싶은 욕구, 웅진코웨이는 그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렌털 서비스는 친환경 경영



오염된 환경 덕분에 수익이 올랐다는 세간의 시선 때문에 웅진코웨이는 친환경 경영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았고,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공장 설계와 생산 공정, 그리고 폐수 처리에서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그 결과 1996년 업계 최초로 국제 환경경영체제 인증 규격 ISO14001을 획득했다. 또 물 사업해서 번 돈, 맑은 물 보호에 쓴다는 취지로 ‘맑은 물 사랑 캠페인’을 펼치며 지역 하천 살리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웅진코웨이의 렌털 서비스 자체가 친환경 경영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기업 대부분은 제품의 생산에만 주력할 뿐, 제품이 팔린 뒤 폐기될 때까지 발생하는 환경오염에는 관심 없다. 그러나 웅진코웨이는 제품 출시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 생산에 주력한 웅진코웨이와 판매·유통·서비스망을 갖춘 웅진코웨이개발을 합병한 회사 대표가 된 지 4개월 됐는데요. 웅진코웨이는 어떤 기업으로 알려지길 바랍니까.

“지난 5월 회사를 합병했더니, 어느 일간지에서 웅진코웨이가 삼성, LG, 대우에 이어 가전업계 4위가 됐다고 하더군요. 홍보 담당자에게 ‘우리가 왜 가전업체냐’고 호통을 쳤어요. 뒤늦게 가전제품 시장에 뛰어들어봤자 1등을 할 수 없는데, 왜 승부를 걸겠습니까. 업계 4위가 자랑도 아니고요. 우리 제품이 전기를 사용하다 보니 가전제품으로 보이지만, 웅진코웨이는 고객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소비자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생활환경기업’으로 불리면 좋겠어요.”

-웅진코웨이는 좋지 않은 환경 덕분에 수익을 얻는 기업이라고 봐야겠군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가 저로서는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수시로 딜레마에 빠져요. 4, 5월에 황사가 오지 않습니까. 우리는 황사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만들었으니 공기청정기가 잘 팔리려면 황사가 아주 세게 와야 합니다. 그런데 올 봄에 황사가 좀 약했어요. 그러면 공기청정기 장사엔 문제가 있죠. ‘모든 세상 물이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가 회사의 모토지만 세상 물이 깨끗하면 정수기가 필요없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환경이 나빠지기를 바라겠습니까?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저도 우리 환경이 맑고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가정에서라도 깨끗한 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하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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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 사진·지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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