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호

연내 상장 케이뱅크, 업비트 덕에 흥했으나…

  •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bell.co.kr

    입력2022-03-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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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호화폐 덕 본 게 부메랑 될 수도

    • 2023년 계획 앞당겨 연내 IPO

    • “보수적으로 잡아도 기업가치 8조 원”

    • 업비트 의존도 높아 vs 주주 구성 다양

    2017년 4월 한국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정식 출범했다(위). 케이뱅크는 2020년 업비트와의 제휴를 디딤돌로 본격적 성장 가도에 올랐다. [케이뱅크, 뉴스원]

    2017년 4월 한국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정식 출범했다(위). 케이뱅크는 2020년 업비트와의 제휴를 디딤돌로 본격적 성장 가도에 올랐다. [케이뱅크, 뉴스원]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향한 닻을 올렸다.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당초 2023년 상장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겼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내친김에 IPO까지 추진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모양새다.

    은행은 결국 자본력 싸움이다.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 조달이 필수다. IPO를 서두르는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지난해 토스뱅크의 출범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삼국지 시대’가 열렸다. 따라오는 토스뱅크를 따돌리고 앞서가는 카카오뱅크도 따라잡아야 한다. 카카오뱅크와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금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에 유리하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걸림돌도 많다. 이제 막 흑자로 돌아섰을 뿐인데 너무 조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수익구조 역시 아직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제휴 관계인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케이뱅크에 ‘양날의 검’이다. 케이뱅크는 사실상 업비트 덕에 컸지만, 업비트 탓에 흔들릴 수도 있다.

    앞당겨진 상장 일정, 왜 지금일까

    케이뱅크는 한국 인터넷전문은행 중 카카오뱅크에 이어 두 번째로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케이뱅크의 역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역사다. 2015년 6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 인가 절차가 시작됐고, 같은 해 11월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두 곳이 심사에 합격했다. 6개월 뒤인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정식 출범했다. 2002년 폐업한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은행이다.

    안팎의 기대를 받으며 화려하게 출범했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곧 자본 부족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면서 출범 1년 만에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KT의 유상증자를 받지 못하며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간 이어졌다. 카카오뱅크와의 운명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는 동안 케이뱅크는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추격에 나선 건 2020년부터다. 대출 영업을 재개하고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를 맺으면서 반격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서호성 행장을 세 번째 행장으로 맞으며 심기일전했고 대규모 자본 확충도 이뤄졌다. 특히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하며 상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케이뱅크는 2020년 1054억 원 순손실을 냈으나 지난해 224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드라마틱한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고객이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외형 성장이 흑자 전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케이뱅크 고객 수는 2020년 말 219만 명에서 지난해 말 717만 명으로 5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수신(예적금) 잔액은 같은 기간 3조7500억 원에서 11조3200억 원으로, 여신(대출)은 2조9900억 원에서 7조9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한층 안정적으로 정상궤도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객 수 증가에 기여한 업비트와 제휴가 이어지는 데다 금리 인상 시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로선 수익구조를 증명했을 때 서둘러 IPO에 나서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흑자 규모가 크지 않지만 손익에 연연하기보다는 사업모델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인정받은 지금의 여세를 이어가겠다는 분위기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익 규모는 IPO 과정에서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또 금융 당국이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IPO를 추진하는 게 유리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동일 규제 동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디지털 플랫폼과 금융회사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빅테크의 영업행위 규제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초 취임한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임원 출신으로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케이뱅크]

    지난해 초 취임한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임원 출신으로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케이뱅크]

    6조~10조 원, 몸값 놓고 동상이몽

    시장의 관심은 케이뱅크의 몸값에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한 뒤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케이뱅크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전망은 엇갈린다.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6조 원대에서 최대 10조 원대로 간극 역시 크다. 비교 대상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워낙 극과 극의 행보를 보여온 데다 성장성과 안전성 중 어디에 가치를 두고 평가하느냐에 따라서도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발행사나 주관사 측에서는 케이뱅크의 상장 이후 기업가치를 PBR(주가순자산비율) 6~7배를 적용한 10조 원대까지 거론하고 있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적용한 PBR은 7.3배다. 카카오뱅크는 IPO 당시 외국계 핀테크를 피어그룹으로 선정해 몸값을 높였다.

    PBR 7.3배를 적용해 케이뱅크의 몸값을 산정하면 12조 원을 훌쩍 넘는다. 현재 케이뱅크의 장외 시가총액은 8조 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아직 상장하기 전인데도 PBR 5배에 가까운 몸값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8월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케이뱅크의 몸값이 최소 8조 원을 넘어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KT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KT 주가에 케이뱅크 가치가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잡아도 8조 원”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최근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는 점은 케이뱅크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가 상장을 서두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카카오뱅크의 성공적 증시 입성이 꼽힌다. 케이뱅크로선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상장해 후광효과를 누리는 편이 유리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상장했다. 한때 시가총액이 40조 원을 넘어서며 국내 금융주 대장 자리에 올랐으나 최근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다시 전통 금융주에 대장주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현재 PBR은 4배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시장 지위도 낮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직전과 비교했을 때 케이뱅크는 고객 수는 물론 수신과 여신 잔액에서도 격차가 크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고객 수가 중요한데 케이뱅크 고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17만 명으로 지난해 상장 전 카카오뱅크 고객 수 1650만 명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성 자체를 놓고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기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흑자 규모 소폭, 시기상조 우려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흑자를 낸 뒤 2년 반이 지나서야 증시에 입성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들어 겨우 흑자를 달성했다. 흑자를 내자마자 바로 상장 절차를 밟기 시작하는 셈인데 사업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다소 조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본업 경쟁력이 충분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업비트는 케이뱅크에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다. 업비트를 통해 지난해 상당한 외형 확대를 이뤘지만 그만큼 업비트 의존도가 높아졌다. 케이뱅크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서 77%의 점유율을 보유한 업비트를 통해 상당 부분의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부터 업비트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데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며 고객 유입이 크게 늘었다.

    가상화폐 시장은 워낙 변동성이 크다.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 역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업비트가 케이뱅크뿐 아니라 다른 은행과 제휴를 확대한다면 수신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최근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매각에 참여해 1% 지분을 확보했다.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내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국내 증시 역시 걸림돌이다. 다만 일러도 하반기, 늦으면 내년 상반기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금 당장의 시장 분위기는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상장 때까지 업비트 효과로 크게 늘어난 고객 수를 잘 유지하면서 수익원을 새로 발굴하는 게 케이뱅크가 당면한 최대 과제로 보인다. 기존 대형 은행과 달리 케이뱅크를 주거래은행으로 활용하는 고객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단점만 안고 있는 건 아니다. 주주 구성이 다양하고 여러 관계사를 보유했다는 사실은 카카오뱅크보다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케이뱅크 주주사는 28곳에 달한다. 특히 BC카드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금융회사 외에도 GS리테일,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등 유통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주주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KT가 금융사들과 협업을 늘리는 점도 긍정적이다. KT는 지난해 뱅크샐러드와 웹케시에 지분 투자를 했고, 신한금융지주와 4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다. 주주사 및 관계사를 통해 상품이나 사업 단위에서 협업 가능성이 다방면으로 열려 있는 셈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외형 확대와 사업 경쟁력 증명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총력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개인사업자 대출 출시 등을 통해 여신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화된 신용평가모형 구축을 통해 중저신용대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올해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확실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직원들을 향해 강조했다.

    케이뱅크를 이끄는 서호성 행장은 케이뱅크의 세 번째 행장이다. 출범 직후부터 다사다난했던 만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벌써 세 번째 행장을 맞았다. 서 행장은 경력 대부분을 카드사와 증권사 등에서 쌓은 금융 전문가다.

    특히 비(非)KT 출신 인사라는 점도 눈에 띈다. 그간 케이뱅크의 행장은 모두 KT 출신이던 만큼 금융업 이해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 행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카네기멜론대학교 MBA(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카드·현대차증권·푸본현대생명 등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전략 및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 뒤 한국타이어로 이동해 해외 마케팅 및 전략 총괄을 담당하다 지난해 초 케이뱅크 행장으로 선임됐다.

    서호성 행장은 2월 취임 1년을 맞았다. 지난해 흑자 전환이라는 숙원을 이뤘다면 취임 2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IPO라는 한층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성공적 IPO는 인터넷전문은행 삼국지 시대에서 저만치 앞서가는 카카오뱅크를 추격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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