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현 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정운현 페이스북]
정운현 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의 이 한마디가 대선 정국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팀’을 강조하던 더불어민주당에 정 전 단장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가 ‘무늬 뿐인 원팀’의 균열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당신 한 사람의 분노 유발로 열 사람을 결집시키고 있다. 오히려 고맙다”고 비꼬았다.
이낙연의 경쟁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을 막으려고 경쟁관계에 놓인 윤석열 후보 지지로 돌아선 정 전 단장의 선택은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정치판에서 적의 적은 동지일 수 있음을 일깨웠다.
대구고와 경북대 도서관학과(현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정 전 단장은 1984년부터 중앙일보에서 조사기자로 근무했고, 1994년부터는 사내 부설 현대사연구소로 옮겨 중앙일보에 현대사 관련 기사를 썼다. 이후 1998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로 이직했고, 특집기획팀 차장을 거쳐 2002년부터 2005년 4월까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국장을 지냈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에 관심을 쏟아 온 그는 1995년 서울역, 한국은행, 서울시청, 서대문형무소, 대법원 등 서울에 산재해 있는 일제의 유산을 기록한 책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를 펴냈다.
1997년에는 국내외 호외 1500점을 수집해 ‘호외, 백 년의 기억들’을 발간했다. 인터넷이 발달한 현재는 국민 누구나 실시간으로 손쉽게 새 소식(뉴스)을 접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대형사건이 터질 때면 신문사들이 호외를 발행해 소식을 신속하게 전했다. 그의 호외 수집과 연구는 2000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으로 이어졌다. 석사 논문 제목은 ‘한국 신문 호외의 기원과 발달에 관한 연구’다.
‘호외, 백 년의 기억들’ 출간 이후 20여 년이 지난 2018년에는 초판 발행 이후 20여 년간 새로 발간된 호외를 추가해 개정판 ‘호외로 읽는 한국 현대사’를 펴냈다. ‘호외로 읽는 한국 현대사’는 1876년 강화도조약부터 2018년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까지 총 86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다.
1999년에는 반민족 친일행위자 40명의 친일행적을 기록한 책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를 펴냈다. 이 책은 그가 대한매일 기자로 재직하며 신문에 연재한 ‘친일의 군상’을 기초로 한 것으로 친일파 후손들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등 한국 근현대사 연구에 천착한 그는 2005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출범에 맞춰 대변인, 사무처장으로 재직했다.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안중근家 사람들’ ‘3‧1 혁명을 이끈 민족대표 33인’ 등 그가 펴낸 책 상당수가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태터앤미디어와 다모아 대표이사를 지냈고, 국민TV 보도편성담당 상임이사와 팩트TV 보도국장, 앵커를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11월 이낙연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공직에 몸을 실었다. 이 총리 퇴임 이후 한동안 야인으로 지낸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으로 활약했다.
페이스북에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 △자연인을 꿈꾸는 자유인.
‘괴물 대통령보다 식물 대통령이 낫다’는 자유인 정운현의 외마디 외침은 20대 대선 최종 선택을 앞둔 유권자의 표심에 얼마만한 파문을 일으킬까, 또 그 파장은 어디까지 미칠까. 대한민국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의 3월 9일 선택에 따라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 정운현은 그가 꿈꾸는 대로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도 있으며 윤석열 정부의 일원으로 일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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