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지역의 일상식인 ‘후무스’. 재료가 병아리콩이다.[게티이미지]
외국 음식을 먹고 살이 잔뜩 오른 내게 엄마는 ‘초콩’을 만들어 먹이셨다. 이름처럼 작고 새까만 쥐눈이콩을 식초에 절여 만드는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한때 많이들 만들어 먹었다. 식후에 한 숟가락씩 먹으라고 내놓으셨는데 시큼한 게 맛도 식감도 영 별로였다. 요즘에도 ‘초콩’을 만들어 먹는 이들이 꽤 있는데 다이어트보다는 소화를 돕거나 모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가 많다. 체중 감량이나 식습관 개선용으로는 다른 콩이 더 각광 받는 중이다.
살캉살캉한 슈퍼푸드 ‘렌틸콩’
삶은 렌틸콩은 각종 요리에 얹는 토핑 재료로 잘 어울린다. [게티이미지]
렌틸콩은 아주 작은 렌즈처럼 생겨서 렌즈콩으로도 불리며 갈색, 노란색, 녹색, 주황색 등으로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구할 수 있는 렌즈콩은 갈색의 마른 콩이다. 바싹 말라 있어 아무데나 두어도 전혀 상할 염려가 없는데 불리지 않고 요리해도 금방 익어 편리하다. 구수함 속에 은은하게 단맛이 배어 있고, 익히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불리지 않고 쌀과 함께 안쳐 밥을 지으면 부드럽게 익어 그대로 먹기 좋다.
살캉살캉하게 삶아 샐러드로 만들면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커다란 그릇에 삶은 렌틸콩 그리고 그보다 조금 크게 썬 양파(적양파면 더 맛있다), 파프리카, 오이를 담고 오일 드레싱을 끼얹어 골고루 버무려 맛이 들게 잠깐 두었다가 먹는다. 탄수화물이 아쉽다면 감자, 고구마, 단호박을 굽거나 쪄서 한두 조각 곁들인다. 반대로 채소가 더 먹고 싶다면 가지, 애호박(주키니), 버섯 등을 구워서 곁들인다. 이외에도 당근, 셀러리, 찐 감자나 옥수수 알, 쿠스쿠스, 다른 종류의 콩을 삶아 같이 섞어도 잘 어울린다. 오일 드레싱은 오일, 소금, 식초로 간단하게 만들어도 되지만 식초는 조금, 오렌지즙을 넉넉히 섞으면 감칠맛과 향이 월등히 좋아진다.
삶은 렌틸콩은 수프, 카레, 볶음 요리에 토핑으로 올려도 아주 잘 어울린다. 조금 더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하룻밤 동안 물에 담가 불린 렌틸콩을 180℃ 오븐에 넣고 바삭바삭하도록 굽는다. 이것을 그대로 과자처럼 집어 먹어도 되며, 여러 요리에 뿌려 내면 바삭함과 고소함을 더할 수 있다. 마른 과일이나 견과류와 섞어 우유나 요거트에 타 먹으면 시리얼을 대신할 수 있다.
오동통한 구수함 ‘병아리콩’
병아리콩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게티이미지]
지중해 지역의 일상식인 ‘후무스’의 재료가 바로 병아리콩이다. 삶은 콩에 오일, 소금, 마늘, 허브, 향신재료, 콩 삶은 물을 넣고 걸쭉하게 갈아 그 자체로 즐기거나 빵에 발라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 후무스를 빼더라도 삶은 병아리콩을 맛있게 먹는 법은 수없이 많다. 통째로 카레에 넣으면 모양은 물론 식감을 좋게 하는데 짜장소스와도 무척 잘 어울린다. 짜장에 넣을 때는 국수보다는 밥과 곁들이자. 밥 양을 줄이는데 아주 도움이 된다. 짭짤한 베이컨을 바삭하게 구운 다음, 삶은 병아리콩과 곁들여 먹으면 빵이 없어도 섭섭지 않은 한 끼가 된다. 이때 콩을 대강 으깨 베이컨과 한 입에 넣고 씹는 맛도 꼭 즐겨보자. 대강 으깬 콩은 매시트포테이토처럼 구운 생선이나 고기와도 잘 어울려 곁들임 요리로 쓰기에 유용하다. 아무 간을 하지 않아도 고소함이 좋으나 소금 살짝 혹은 버터 한 조각, 생크림 두어 큰술 넣고 부드럽게 맛을 내도 된다. 마지막으로 삶은 달걀, 으깬 병아리콩, 작게 썬 사과, 건포도(건 크랜베리 등), 마요네즈 듬뿍, 머스터드 조금 넣어 샐러드를 만들면 고소하면서 산뜻한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