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가 1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해 허위보고서를 작성하고 김 전 차관을 불법 출국금지한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선혁)는 지난해 12월 이 검사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 검사는 2018~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며 김 전 차관과 성 접대 의혹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증인들의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언론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허위 보고서는 2006~2008년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자리에 당시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참석했다는 내용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허위 보고서의 주인공이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으니 (이 검사가) 검사 생활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검사는 합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 조치시킨 일에 가담한 혐의도 있다. 불법 출국금지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19년 6월. 한 달 뒤인 같은 해 7월 이 검사는 미국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수사 대상이었던 이 검사가 돌연 연수로 해외로 떠나 버린 것.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검사의 해외연수 승인에 관여한 의혹도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
해외연수를 마친 후에는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파견을 가게 됐다. 해외 연수 뒤에는 보통 일선 검찰청에 근무하게 되는데, 이 검사는 곧바로 정부기관에 파견돼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월 춘천지검에 발령받았을 때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1월 대검 감찰위원회는 이 검사가 허위 보고서 유출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자 정직 6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검사는 관례상 수사 보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 검사는 일선 검찰청에 배치됐다.
이 검사가 곧바로 검찰을 떠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대검이 징계를 청구했으나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아직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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