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임병헌 무소속 후보가 당선이 유력해진 10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스1]
1953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임 당선인은 대구 계성고와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행시 23회인 임 당선인은 1980년 대구시 사무관으로 시작, 총무국장, 교통국장, 남구 부구청장,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대구 남구청장에 당선해 내리 3선을 했다. 경력 란에 대구라는 글자가 모두 들어가 있는 ‘토박이’다.
남구 표심은 이번 선거에서 임 당선인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됐다. 그는 중구에서 6723표를 얻는데 그쳐 권 후보(1만2027표)는 물론 백 후보(1만666표), 도 후보(9751표)에게도 크게 밀렸다. 대신 남구에서 2만5314표를 득표해 권 후보(1만8817표), 백 후보(1만7108표), 도 후보(1만6912표)를 압도했다. 선거인 수에서 중구(6만5850명)보다 남구(12만9622명)가 두 배 가량 많다는 점도 그에게 유리한 발판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의 무공천 방침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득이 됐다. 이번 선거는 곽상도 전 의원이 대장동 의혹에 휘말려 의원직을 사퇴한 탓에 열렸다. 국민의힘은 ‘귀책 사유’를 언급하며 후보를 내지 않았고, 임 당선인을 비롯해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출마한 이들이 많았다. 후보가 난립하자 3선 구청장 출신으로 고정 지지표가 있는 임 당선인에게 유리한 선거 환경이 조성됐다.
지역 밀착도가 높은 임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중·남구의 정치 지형이 바뀔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등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은 중·남구에 주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곽상도 전 의원), 국토해양부 차관(김희국 전 의원) 출신 등 거물급 인재들을 공천해왔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예비후보까지 등록했다가 논란 끝에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25년 동안 계속된 전략공천 즉 낙하산 공천은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됐을 뿐”이라며 “25년 동안 중·남구의 발전을 가로막은 가장 큰 적폐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당선인은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운동화 구청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2년간 구청장직으로 일하는 동안 구두와 양복보다는 운동화와 점퍼 차림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붙은 별명이다. 특히 그는 운동화를 신고 오전 일찍 집을 나서 주민들과 아침식사를 한 뒤 구청으로 출근한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 당선인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운동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운동화 구청장’이 ‘운동화 국회의원’으로 승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