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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신 3사가 역대급 할인을 시행했답니다. 해외여행이나 단기 해외 출장에서 쓰는 로밍 통신비를 깎아 준다는 내용입니다. 박운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4월 공개적으로 로밍비가 비싸다고 지적하자 통신사들이 할인에 나섰다는데요.
로밍 요금이 얼마나 비쌌기에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일단 국내 통신 3사의 데이터무제한 로밍 요금제를 보겠습니다. 1일 로밍비가 1만1000~1만6500원 사이입니다. 각종 혜택을 이용하면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해지겠죠.<표1 참조>
로밍 요금을 깎아준다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로밍 요금 인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저가 유심을 사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해외 국가 유심을 사용하면 그 나라 통신사의 최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격입니다. 로밍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통신사는 로밍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용자 수는 늘고 있습니다. 2014년 1095만 명, 2015년 1258만 명, 2016년 1371만 명, 2017년 1519만 명, 2018년 1630만 명입니다. 그런데 이용률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청 집계 단기 출국자 수 대비 로밍 이용자를 계산해 봤는데요. 2014년 로밍 이용률은 68%입니다. 거의 70%인데요. 2015년에는 65%입니다. 2016년에는 61%. 2017년은 57%, 2018년에는 56%입니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죠.<표2 참조>
통신비 부담 줄인다던 중간요금제, 통신사만 배불려
실제로 통신사들도 로밍 서비스 요금을 낮추고 있었습니다. 2016년 국회에서 로밍 서비스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2017년부터 로밍 요금을 낮췄습니다. 원래는 하루에 1만1000원이던 로밍 에그(지금의 포켓와이파이와 유사한 서비스) 대여료를 미국‧중국‧일본 5500원, 아시아권 7700원으로 낮추는 등의 프로모션을 해 왔습니다. 사실 지금의 할인 정책은 이 같은 프로모션의 연장선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통신비 인하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세우고 있습니다만 소비자 부담은 쉽사리 줄지 않습니다. 올해 3월 도입한 중간요금제도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이 중간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쓴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중간요금제 출시로 실제 국내 통신3사의 이동전화 매출 감소 효과는 1% 미만에 그칠 것이다. 약정 효과 및 실질 요금 차이를 감안하면 중간요금제 채택 비중은 신규 가입자 가운데 20% 미만으로 높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는 통신사의 이윤이 늘었습니다. 올해 2분기 3사의 합산 영업 이익은 1조2800억 원으로 전망됩니다. 1년 전보다 SKT 6%, KT 11%, LG유플러스 13% 늘어난 수치입니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신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았다는 것이 중간요금제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통신사의 매출과 이윤이 늘었죠.
이 같은 배경 때문에라도 로밍 요금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통신사들의 통 큰 양보로 통신비 부담이 줄어드는 날이 올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해 주세요.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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