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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층? 55층 2棟? 서울시 vs 현대차 GBC 설계 놓고 ‘끝장 승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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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4-06-2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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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점 재협상” vs “협상 대상 아냐”

    • 현대차, 10조5500억 원 주고 땅 사며… “한국의 아우토슈타트 만들겠다”

    • 감사원 “서울시가 현대차에 2300억 원 혜택 줬다”

    • 싸움 장기화 가능성 有

    • 랜드마크 원하는 서울시, 실리 취하고 싶은 현대차 同牀異夢

    5월 20일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건축 변경안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조감도. 높이 242m 55층 타워 2개동과 문화·편의시설 등이 갖춰질 저층부 4개동 등 총 6개동으로 조성된다. [현대차그룹]

    5월 20일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건축 변경안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조감도. 높이 242m 55층 타워 2개동과 문화·편의시설 등이 갖춰질 저층부 4개동 등 총 6개동으로 조성된다. [현대차그룹]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그룹 통합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원안이던 105층 건물을 55층 건물 2개로 바꾸겠다며 설계변경 의사를 밝혔고, 서울시는 “불가하다”며 설계변경을 원한다면 원점부터 재협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105층 건물을 짓는 조건으로 공공기여금 할인 등 혜택을 받은 만큼 원안대로 진행하길 바란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55층 2개로 변경해도 공공기여 수준엔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용도를 바꾸는 게 아니라 디자인만 수정하는 것이기에 설계변경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다툼의 이면엔 맞물린 양측의 이해관계가 있다. 서울시는 시의 자산이 될 ‘랜드마크’를 원하고, 현대차그룹은 비용 절감을 바란다.

    싸움은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시는 건축허가 취소 가능성까지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현대차그룹 역시 강남 지역 오피스텔 임대 및 본사 리모델링을 단행하며 준비 태세를 갖췄다. 업계에선 “각자 수천 억~수조 원대 이익이 걸려 있는 만큼 쉽사리 협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악 투자처” 말 나왔는데도…

    2014년 9월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한전 부지 낙찰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2014년 9월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한전 부지 낙찰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분쟁의 발단은 2014년 생겼다. 이해 9월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낙찰에 성공해서다. 정몽구 당시 회장(현 명예회장)의 숙원이던 ‘통합 신사옥 및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푸는 데 첫발을 뗀 순간이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2000년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현재 본사인 서초구 양재동으로 이전한 후 그룹 규모에 걸맞은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던 차였다. 2006년 양재동 본사에 동관을 신축하고, 성수동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에 110층 규모의 GBC 건립을 추진했으나 서울시의 초고층 규제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현대차그룹에 매물로 나온 한국전력 부지는 ‘기회의 땅’이나 마찬가지였다. 총력전을 벌였다. 수차례 입장문을 내며 부지에 대한 갈망을 내비쳤고, ‘돈’으로 그 절실함을 증명했다. 감정가 3조3346억 원 부지에 현대차그룹이 써낸 입찰가는 10조5500억 원. 예상 낙찰가 4조~5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파격적 액수였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경쟁자 삼성전자를 꺾고 한전 부지를 손에 넣었다.

    막대한 낙찰가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컨설팅업체는 “최소 2조 원가량 적자가 나는 ‘최악의 투자처’”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공간적 한계로 인해 글로벌 업체들과 브랜드가치 경쟁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며 “브랜드가치 향상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는 현대차그룹에 GBC는 매우 절박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아우토슈타트(독일의 자동차 테마파크) 만들겠다. 10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한전 부지에 서울 소재 30개 그룹 계열사 통합사옥은 물론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문화 클러스터 등이 포함된 GBC를 만들어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삼겠다”고도 했다. 투자에도 성공했다. 현재 부동산업계에서 이 부지는 최소 2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2016년까지 GBC를 완공하려 했지만 상황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경제 환경 변화, 세부 조항 조율 등으로 인해 2019년 11월이 돼서야 서울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고, 2020년 5월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하며 공사가 지연됐고, 현재까지 굴토 공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기여 더 해야” vs “할 만큼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해 통합사옥 건립을 추진했지만 공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진은 2020년 5월 6일 해당 부지 전경. [뉴스1]

    현대차그룹은 201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해 통합사옥 건립을 추진했지만 공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진은 2020년 5월 6일 해당 부지 전경. [뉴스1]

    문제는 사업 기간이 길어지며 코로나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공사비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특히 초고층 건물을 짓는 데엔 비용이 더 들기에 현대차그룹으로선 부담이 더 커졌다. 원안대로라면 GBC 높이는 569m다. 건물 높이가 260m 이상이 되면 군 레이더가 일부 차단돼 표적을 탐지하지 못할 수 있기에 레이더 설치·관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올해 2월 GBC 층고를 105층이 아닌 55층(242m)으로 낮춰 짓겠다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설계 변경으로 현대차가 절감하는 비용은 최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자 먼저 서울시의회에서 반발이 나왔다. 4월 29일 열린 서울시의회 회의에서 임만균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부지의 표준 공시지가가 2017년 1㎡당 3350만 원에서 올해 1㎡당 7565만 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며 “사업 기간이 길어지며 계획이 크게 변경된 만큼, 8년 전 산정한 기부채납 규모가 적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5층 랜드마크 건축을 전제로 현대차 측에 여러 혜택을 준 만큼 기부채납 규모를 다시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서울시는 현대차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면서 당시 토지 가격을 기준으로 기부채납 규모를 1조7491억 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공사가 지연되며 공공기여 이행도 늦어졌고, 이에 현대차로부터 받은 기부채납을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등에 투입하려던 서울시의 계획도 꼬였다. 또 서울시는 105층 건물을 짓는 조건으로 3종 주거지를 일반상업지로 세 단계 종상향해 용적률 상한선을 800%로 대폭 높여줬다. 이에 따른 기부채납액도 할인해 줬다. 2017년 5월 감사원은 이에 대해 “시설과 부지의 소유권을 이전할 때만 공공기여로 인정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현대차에 2300억 원 상당의 특혜를 준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5월 1일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의 설계변경안을 반려했다. 반려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랜드마크 건축 계획을 취소하면서도, 이와 연동된 기부채납액을 바꿀 의지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105층 랜드마크의 상징성을 고려해 공공기여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를 당시 기준 대비 완화해 제공한 바 있다”며 “랜드마크 계획을 취소하면서도 이를 재논의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가 지연된 데다 당초 약속한 랜드마크를 철회하면서도 현대차그룹이 받은 혜택을 시민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라며 “공사비 절감액 일부는 공공기여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도 물러서지 않았다. 5월 20일 GBC 변경안을 토대로 한 조감도를 공개하며 서울시의 조속한 인허가 절차를 촉구했다. 사실상 재협상 없이, 변경안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조감도엔 55층 높이 건물 2개 동 상층부에 전망대와 고급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름도 ‘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서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로 변경했다.

    현대차그룹은 재협상이 필요 없다는 태도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건물 용도를 바꾸는 게 아니라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라며 “변경안에도 기존 공공기여 규모와 맞먹는 전망대, 전시·컨벤션, 공연장 등 조성 계획이 포함돼 있다. 단순 높이가 아닌 조망 요소, 운영 콘텐츠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전망대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담하기로 한 공공기여액 1조7491억 원도 물가상승을 반영하면 현재 기준으론 2조1000억 원을 웃돌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툼 장기화 양상, 논란 분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에 짓기로 했던 105층 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올해 2월 현대차그룹이 변경안을 제시하기 이전 설계안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에 짓기로 했던 105층 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올해 2월 현대차그룹이 변경안을 제시하기 이전 설계안이다.

    어느 한쪽도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서 갈등은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 양측 모두 ‘강수’를 뒀다. 5월 말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에 협상에 참여할 명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이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55층으로 GBC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 지침에 따르면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일로부터 5년 이내에 착공 등 가시적 사업 추진이 이뤄지지 않거나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서울시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GBC 관련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은 2019년 6월 27일 고시돼 만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GBC 관련 건축허가는 취소된다.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됐던 사업지 용도도 기존 제3종 주거지로 돌아간다. 현대차그룹이 부지를 쓰려면 원점부터 서울시와 다시 조건을 설정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그리 되면 현대차그룹이 지불해야 할 공공기여금 규모가 1조 원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입주 공간을 확보한 만큼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엔 서울 강남구 오피스 타이거318 스케일타워 빌딩에 제네시스사업본부와 글로벌 관리사업본부 등 주요 사업본부를 입주시켰다. 향후 10년간 현대차 직원 2000여 명이 향후 상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재동 본사 사옥의 부분 리모델링도 본격화해 3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위한 가림막 설치 등에 들어갔다. 또 5월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위워크 타워 12개 층을 임차해 그룹의 일부 직원들이 입주를 마쳤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GBC 준공 지연과는 연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갈등에 대해 업계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GBC 인근 부동산업계 관계자 A씨는 “현대차그룹이 105층으로 건물을 짓겠다고 약속해서 혜택을 받았다면 응당 그리해야 할 일이다. 지키지 않는다면 거짓말을 한 셈”이라며 “잠실 롯데타워를 통해 인근 상권과 부동산이 발달했고, 시민들에게도 즐거움이 된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로선 당연히 ‘랜드마크’를 원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씨도 “혜택을 받아놓고 일방적으로 계획을 바꾸겠다면 누가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이나”라며 “그 금싸라기 부지를 사놓고 놀리는 것도 너무 아깝다. 빨리 협상에 임해서 멋진 랜드마크가 생기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 분야 애널리스트 C씨는 “현대차그룹으로선 실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3위에서 2위, 1위를 바라보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선 기술, 설비 투자에 투자하는 것이 더 절실한 일일 것이다. 설계변경으로 조 단위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다소 비판을 받더라도 강행할 수 있다고 본다. 양측 모두 수천 억~수조 원의 비용이 걸린 만큼 협상이 쉽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시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해 원안을 강제하는 것이라면 서울시도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건축업계 관계자 D씨는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에 건물 건립을 어떻게 지으라고 강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도 “현대차그룹이 짓고 싶은 대로 건물을 짓고, 서울시에 돈을 더 지급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측 모두 자기 주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합의점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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