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1만1000명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송하는 ‘정기구독’ 인기몰이

워킹맘, hy 온라인몰 프레딧에 반하다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4-07-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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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당일배송 대신 틈새 공략

    • 프레시 매니저 ‘방문판매’로 구축한 물류망

    • 재고 관리·배송·고객 대응 가능 1인 풀필먼트

    hy 프레시 매니저가 냉장 카트 ‘코코’로 물류를 배송하고 있다. [hy]

    hy 프레시 매니저가 냉장 카트 ‘코코’로 물류를 배송하고 있다. [hy]

    1인 가구 한소라(28) 씨는 얼마 전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친숙한 프레시 매니저를 발견했다. 프레시 매니저의 손에는 유산균 음료가 아닌 식료품이 담긴 봉투 여러 개가 들려 있었다. ‘요즘은 야쿠르트만 파는 게 아닌가 보네’ 하며 시선을 거두고 잠시 후 부모님 집 문 앞에 봉투를 놓고 가는 프레시 매니저와 눈이 마주쳤다. 봉투에는 사골곰탕육수, 설렁탕, 곰탕 등 밀키트를 비롯해 두부와 달걀이 담겨 있었다. ‘신선식품도 배달해 주네’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오니, 때마침 어머니가 한 씨 손에 들린 봉투를 보고 반가워했다. 어머니는 제품을 꺼내며 한 씨에게 “10년간 봐온 프레시 매니저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달해 주니 안심된다”라고 말했다.

    워킹맘 사이에서 한창 뜨는 브랜드

    2022년 9월 오픈한 24시간 운영하는 무인 매장 ‘프레딧’. [hy]

    2022년 9월 오픈한 24시간 운영하는 무인 매장 ‘프레딧’. [hy]

    한 씨는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서야 hy(옛 한국야쿠르트)가 2020년 자사 온라인몰을 ‘프레딧’으로 개편하고 자사 상품은 물론 타사 위탁 상품도 판매하며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품목을 정해진 시간에 직접 전달해 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씨는 “해당 지역을 오랫동안 담당해 온 프레시 매니저가 직접 배송해 준다는 점이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배송 서비스와 차별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hy는 대한민국 발효유 역사를 창조한 유제품 제조업체다. 유산균 음료인 야쿠르트를 내놓고 있으며 이외에도 우유, 건강음료, 건강기능식품 등도 판매한다. 유제품은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같은 전통적 유통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구축한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서 1대 1 대인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방식 덕에 생소하던 발효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1971년 창립 때부터 사명은 줄곧 한국야쿠르트였으나 2021년 3월 29일 지금의 이름인 hy로 변경했다. 식음료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종합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hy 측은 “현재 회사의 경영 방향은 온라인 플랫폼 ‘프레딧’을 통한 채널 다양화다. 기존 자사 제품뿐 아니라 타사 매입 제품을 통해 프레시 매니저가 취급하는 품목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과거 경영 방향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hy의 프레딧은 요즘 워킹맘 사이에서 한창 뜨는 브랜드다. 살림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면 프레딧 정기구독을 이용한다거나 야간안심 배송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판매 실적도 좋다. 프레딧의 전체 회원 수는 2023년 말 기준 1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거래액도 같은 기간 55% 증가한 1700억 원을 기록하며 목표 거래액 1500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유료인 프레딧 멤버십 가입자 수도 2023년 10월 기준 4만 명을 넘어섰다. 2021년 말 약 4000명 수준이던 프레딧 멤버십 이용자는 2년 새 10배가량 급증하면서 서비스 론칭 당시 목표이던 3만 명을 훌쩍 넘겼다. 정통 유통기업들이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을 앞세워 치열한 배송 경쟁을 펼치는 와중에 정기구독을 특화한 채널로 입지를 굳힌 것이다.



    안심·신선·무료 배송이 강점

    hy 프레딧의 흥행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로 꼽을 것은 전국 영업점 500여 곳에서 활동하는 1만1000여 명의 프레시 매니저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 제품을 전달하고 정보를 알려주며 판매하는 ‘방문판매’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촘촘한 자체 물류망 구축이다. 안심·신선·무료 배송’이 강점인 이 유통망은 프레딧의 성공을 뒷받침한다. 프레시 매니저 관할 아래 책임 구역제로 운영돼 오배송 문제를 줄이는 것은 물론 여성 배송 조직인 만큼 여성 고객들이 늦은 시간에도 안심하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지정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냉장카트를 통해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직접 무료로 전달하니 제품의 신선도는 물론 품질까지 우수하다.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한 안심배송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프레시 매니저의 또 다른 경쟁력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같은 지역을 오랫동안 관리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고객이 자택이나 사무실에 머무르는 시간이나 동선을 파악하는 등 50년간 쌓은 배송 노하우가 상당하다. 더군다나 프레시 매니저는 단순히 도매점에서 소매점으로 제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직접 배달이 가능한 라스트마일(last mile·유통산업에서 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 조직이다. 재고 관리는 물론 배송, 고객 대응이 가능한 ‘1인 풀필먼트(fulfillment·물류업체가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고 포장한 뒤 배송까지 마치는 방식) 센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셈이다.

    프레시 매니저가 1인 풀필먼트 센터 역할을 해내는 배경에는 혁신을 향한 hy의 끊임없는 시도가 있다. 지난 50년간 hy의 전달 용구는 물론 방식, 시스템이 개발돼 왔다. 대표 사례가 탑승형 냉장전동카트 ‘코코(COCO)’다. 프레시 매니저가 타고 다니는 코코는 영어 ‘콜드 앤드 쿨(Cold&Cool)’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신선한 음식료를 바로 공급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프레시 매니저는 초창기 휴대용 경량 아이스박스와 손수레 등을 이용해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했지만 2007년부터 손수레 바퀴에 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한 전동카트를 이용해 오고 있다. 이 전동카트가 코코의 원조다.

    야쿠르트 600개 적재 가능한 냉장 용량

    hy가 2023년 9월 충남 논산시에 준공한 hy 물류센터. [hy]

    hy가 2023년 9월 충남 논산시에 준공한 hy 물류센터. [hy]

    올해로 도입 12년차를 맞은 코코는 3세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코코3.0의 냉장 용량은 260L로, 직전 모델(220L) 대비 약 20% 증가했다. 야쿠르트 라이트 기준 600개가량 적재할 수 있는 용량이다. 안전성도 크게 높였다. 추돌방지센서, 조향보조장치 등이 추가 탑재됐고, 동절기 프레시 매니저의 활동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손잡이 부분에 열선 기능도 들어 있다. hy는 약 1500억 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기존 카트 1만여 대를 신형 모델로 전량 교체할 계획이다.

    hy가 정기구독으로 배송 시장의 틈새 공략에 성공한 비결로 과감한 물류센터 투자도 꼽을 수 있다. 2023년 완공된 논산 물류센터는 hy가 정기구독을 포함한 배송 서비스를 중점 신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했다. 2022년 5월 첫 삽을 떠서 1년 5개월 만에 완공됐다. 총 투자금액은 550억 원이다. 논산 물류센터는 약 4만4863m2(1만3571평) 부지에 연면적 약 2만7471m2(8310평) 규모의 3층 건물로 조성됐다. 연간 최대 처리 가능 수량은 2000만 건이다. 저장부터 출고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최신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냉장 저장 창고를 구축해 상온부터 신선 물류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주문이 접수되면 논산물류소와 신갈물류소에서 보관하던 상품을 포장 상태로 출고하며 전국에 소재한 지역 영업점 500곳으로 옮긴다. 이후 프레시 매니저가 영업점에서 물량을 챙겨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구조로 배송된다.

    hy가 꿈꾸는 미래는 프레시 매니저를 기반으로 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hy 홍보팀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발효유를 도입하고 이를 커피, 화장품 등으로 확장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구독경제 커머스 시장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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