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 아닌 프러포즈를 들은 날, 설렘보다 ‘어떡하지? 모은 돈이 진짜 없는데’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2025년 결혼식 비용 총정리” “요즘 결혼식 비용 x천만 원” “서울 집값 xx억 원” 같은 뉴스와 SNS 덕에 결혼은 점점 로망이 아닌 현실적 부담이 됐다. 결혼식 비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월급으로는 평생 모아도 감당할 수 없는 집값 앞에서 전셋집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불안했다.
결혼식을 6개월 앞두고 본격적으로 신혼집을 찾기 시작했다. 가진 돈으로는 수도권 외곽도 버거웠다. 직장과 양가 부모님 댁 위치를 고려하자니 수도권을 벗어날 수도 없었다. 주변에 비싼 전셋집을 계약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저렇게까지 하지’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막상 내 차례가 되자 깨달았다. 그들은 ‘비합리적’이지 않았고, 지극히 ‘현실적’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한 블록 들어가는 데 1억…수도권 외곽도 버거워”
손에 쥔 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집은 많지 않았다. 예산 안에서 찾다 보니 계속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났다. 이대로라면 끝없이 밀려날 것만 같았다. 결국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예산을 조금 넘기지만 다른 조건은 마음에 들었던 1층 매물을 계약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 그 집을 제외하면 해당 아파트 단지에 전세 매물이 없기도 했다. 한 블록 더 중심부로 다가가는 데 1억 원이 추가로 들었다.계약 당일 집주인을 마주한 우리 부부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집주인은 우리보다 두 살 어린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그는 이미 세 채의 집을 소유했고, 전세와 월세로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씁쓸했다. ‘이 사람은 어떻게 나보다 어리면서 집을 세 채나 갖고 있지?’ ‘나는 그동안 뭘 하며 살아온 걸까?’ 당황과 자책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1층에 집을 구했지만 지하 6층쯤으로 가라앉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계약을 마친 우리는 집주인과 함께 집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사장님도 집 오랜만에 방문하시죠?”
“아 네, 언제 봤는지 기억도 잘 안 나네요.”
8억~9억 원을 호가하는 집의 상태가 궁금하지도 않았을까. 집 상태를 살펴본 우리 부부는 ‘언제 해야 할까’ 고민하던 말을 집주인에게 조심스레 꺼냈다.
“TV를 벽에 걸고 싶은데, 타공해도 될까요?”
짧은 정적 후, 그는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안도감과 서글픔이 교차했다. 내 공간이라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집.

7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추계 웨덱스 웨딩 박람회’에서 예비 부부들이 전시된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오만가지 감정을 겪으며 결혼식을 마친 지금, 집주인에게 허락받아 벽에 걸어둔 TV 앞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또 다른 집주인에게 “타공해도 될까요”라고 물을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더는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느껴지고, 부모님에 대한 작은 원망 섞인 감정을 느끼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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