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호

“서울 집값 뉴스에 오늘도 서울에 집 사야 하나 고민”

[Special Report② | 아! 부동산…2030은 왜 분노하는가] 지방 거주 만족하지만 현실은…

  • 지방 거주 청년 이모(33) 씨

    입력2025-11-3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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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의 한 전통시장 모습. 동아DB

    전북의 한 전통시장 모습. 동아DB

    나는 지방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1990년대생 청년이다. 일정 기간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직업 특성상 한 지역에 정착하긴 어렵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여러 도시를 경험하며 살아가고, 지방에 거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는 해가 갈수록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만 성공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지방에서 일하며 인식의 벽을 체감할 때마다, 정말 서울로 가야만 ‘성공한 삶’인지 끝없이 스스로 되묻게 된다.

    지방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퇴근 길이 덜 막히고, 월세 부담도 적으며, 주말이면 근처 어디든 나가서 여유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의 만족감과 별개로 현실적 불안은 마음속에서 계속 자란다. 불안의 근원은 서울과 지방의 자산 형성 속도의 격차며, 구체적으론 부동산 측면에 있다.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는 내 연봉 상승률보다 훨씬 빠르다. 특히 서울 부동산 가격은 몇 년 새 나의 경제적 위치를 한참 뒤로 밀어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급등한 집값은 나 같은 지방 청년들에게 ‘벼락거지’라는 단어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당시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서울 부동산의 희소성이 높아졌고, 자금 여력이 있는 계층은 적극적으로 수도권 부동산을 매입했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더 벌어졌고, 지방 부동산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됐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각종 부동산대책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중심은 서울이다. 지방 도시의 주거정책은 대체로 인구 유출 방지나 노후 주거 개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울로 이사해야만 성공?

    올해 초부터 뉴스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를 볼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빚을 내 지금이라도 서울 아파트에 도전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형편에 맞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부딪혔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갈등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부동산정책 중심이 서울 집값 억제에만 맞춰지면서 지방은 관심에서 멀어졌고, 청년층은 자산 격차의 골짜기에 방치됐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쏠림은 심화됐고, 지방은 부동산시장은 물론 지역 경제의 활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지방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늘도 고민한다. 지방에서 사는 삶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정책 구조 속에서 지방에 남는다는 것은 스스로 기회를 포기하는 선택처럼 느껴지고, 자발적으로 도태되기를 선택한 것처럼 여겨진다. 청년들이 서울 진입을 유일한 답으로 여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 지방에서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서울의 집값을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삶의 질과 기회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주거정책의 방향이어야 한다. 



    사회는 여전히 서울에 삶의 기회가 많다고 말한다. 직장 선배들도, 친구들도, 부동산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서울 진입을 강조한다. 지방의 집을 사더라도 결국에는 자산 측면에서 서울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도 따라붙는다. 오늘도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서울로 이사해야만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인지 되묻는다.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곧 있을 인사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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