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 특징 숙지해야 수십 년 뒤 다른 결과
ISA를 연금계좌에 포함시키는 이유
나이, 상황 따라 계좌 활용 달리하라
‘저축 IRP’와 ‘퇴직 IRP’, 나눠서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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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직장인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계좌들은 미미한 차이가 있을 뿐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은행계좌는 예금, 적금 그리고 대출 거래를 하기 위해, 증권계좌는 주식이나 펀드를 매매하기 위해 이용한다. 1980~90년대에는 기본 금리만 10%에 달하는 ‘재형저축(재산형성저축)’이, 지난 20년 가까이는 ‘청약 3종 세트(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라 불리던 청약 전용 계좌가 인기를 끌었는데 이런 상품들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워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연금계좌는 다르다. 각각이 가진 개별적 특징이 있고, 이 특징을 정확히 숙지하고 제대로 활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수십 년 뒤 전혀 다른 결과에 이르게 된다.
① ISA: 투자도 하고 세금도 아끼는 만능 통장
금융회사에서는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를 연금계좌로 분류하지 않으나 필자는 반드시 연금계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ISA를 이름 그대로 풀어 쓰면 ‘개인저축계좌’이고 목돈을 모으기 위해 최적화된 계좌이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출시된 후 만 10년을 넘은 ISA는 출시 초기에는 인기가 없어 사장되는 듯하다가 2021년 주식거래 기능이 추가되면서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6월 말 기준으로 631만 명의 가입자가 40조 원 이상을 운용할 정도로 급성장해 ‘국민 계좌’로 불린다. ISA의 특징은 ‘세제 혜택’이 핵심이다. 비과세 한도까지는 수익금에 대해 세금이 없고,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수익금에 대해서도 일반 세율보다 낮은 9.9%의 세율로 분리 과세된다. 일반적으로 금융투자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에 대해서는 15.4%의 세율이 적용되니 꽤 큰 혜택이다.이외에도 손실과 수익을 상계해 주는 ‘손익 통산’의 혜택이 있다. 이를테면 A에 투자해서 100만 원의 수익이 났고, B에 투자해서 100만 원의 손실이 났다면 일반 금융계좌에서는 100만 원의 수익금에 대해 15.4%를 적용해 15만4000원의 세금을 부과하지만, ISA에서는 수익금을 0원(100-100=0)으로 처리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게끔 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해지할 때까지 과세를 이연해 주는 혜택도 있으니 그야말로 ‘혜택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년에 20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단 3년에서 최장 5년을 유지할 수 있으니 원금 기준으로 6000만 원에서 1억 원을 굴릴 수 있는 계좌다. 즉 목돈을 굴리기 좋은 계좌라기보다는 목돈을 만드는 데 최적화된 계좌인 것이다. 가입자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원금’에 한해 페널티 없이 언제든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계좌들은 대개 혜택에 대한 페널티로 원금을 일정 기간 묶어둬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ISA는 연금처럼 목돈을 묶어놓기는 싫고, 절세 혜택을 챙기고 싶다거나, 주식·ETF 등에 투자하면서 비과세 혜택을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 필수인 상품이다(<표1> 참조).

② 연금저축: 직장인의 ‘13월의 보너스’ 계좌
연금저축은 이름만 들으면 ‘연금을 준비하기 위한 계좌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금저축’이라는 명확한 하나의 상품 카테고리를 지칭한다. 연간 최대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이 가운데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되기 때문이다. 세액공제율은 소득 5500만 원을 기준으로 초과일 경우에는 13.2%, 이하일 경우에는 16.5%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 원인 직장인이 연금저축에 연간 600만 원을 납입하면 연말정산 때 16.5%에 해당하는 99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이렇게 세액공제를 받은 후 운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익에 대해 세금 납부 시기를 추후(연금 받을 때)로 미뤄주는데 이것을 ‘과세이연’ 혜택이라고 한다. 과세이연은 연금을 운용하는 수십 년의 기간 동안 세금을 내지 않고 재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하지만 혜택과 페널티가 ‘트레이드오프’ 관계다. 가입 기간 중 세제 혜택을 많이 주는 대신 55세 이전에 중도 인출하면 기타소득세로 16.5%가 부과돼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정리하면 연금저축은 충분한 세액공제를 제공해 연말정산 준비를 돕고, 과세이연을 통해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노후 준비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표2> 참조).

③ 퇴직연금: 직장인의 자동 탑재 연금 계좌
직장인이 회사에 다니며 1년의 재직 기간을 채우면 나의 이름으로 ‘한 달치’ 봉급만큼 퇴직금이 쌓이게 된다. 과거에는 이것이 회사 내부에 쌓였고 그걸 ‘퇴직금’이라고 불렀다. 퇴직 시 받을 금액이 사전에 확정된 제도인 DB(확정급여)형에 따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이 돈이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의 금융기관에 예치된다. 그리고 이걸 ‘퇴직연금’이라 한다. 퇴직금의 재원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운용의 묘를 가미하기 위해 이런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연금 백만장자가 대량으로 양산될 수 있었던 건 401k라 부르는 퇴직연금 제도 덕분이었고, 이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 계좌다(<표3> 참조).
DB형부터 살펴보면, 주로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월급 × 근속연수’로 계산되며, 운용 책임은 회사가 지고 그 결과에 따라 회사의 부담금이 변동된다. 미래에 받게 될 금액이 확정돼 있으니 노후 설계가 용이하고, 근로자가 직접 투자를 고민할 필요 없이 회사가 알아서 운용해 주니 편리한 것이 이점이다. 근속연수가 길고 임금 상승률이 높은 직장의 근로자에게는 퇴직 시점의 높은 급여가 퇴직연금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장기근속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반면 회사가 안정성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DC형의 경우는, 근로자의 투자 역량에 따라 장기간 높은 수익률로 복리 효과를 누린다면 충분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 연간 1800만 원 한도 내에서 추가 납입이 가능해 이를 통해 퇴직 자산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는데 임금이 줄어들기 전에 DC형으로 전환해 임금이 높을 때 적립된 금액을 기준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방법도 알아둘 만하다. 장점이 곧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운용을 잘못해 귀한 노후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지속적으로 운용에 신경써야 하는 피곤함이 있을 수 있다.
아직은 DB형이 DC형보다 비중이 높지만 DC형의 비중이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운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퇴직금’은 자산이 아니라 ‘정체된 돈’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자동으로 쌓이는 한 달치의 급여는 재직 기간이 늘어날수록 점점 커지게 되고, 이 돈을 잘 굴리는 것은 나의 노후 준비에 아주 중요한 미션이 된다. 내가 가입한 퇴직연금이 무엇인지, 납입액은 얼마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지원하는 ‘내 연금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내가 가입한 DB형, DC형, IRP계좌의 가입 회사와 가입일, 납입액과 예상 연금 적립액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④ IRP: 평생 절세 통장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이름 그대로 개인이 직접 가입하는 퇴직연금 계좌다. 퇴직금을 관리하고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좌다. 세액공제와 과세이연의 혜택이 있다는 점에서는 연금저축, 운용 주체가 가입자 본인이라는 점에서는 DC형 퇴직연금과 닮았다. 과거에는 퇴직자나 이직자가 가입할 수 없었지만, 현재는 소득이 있는 개인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IRP의 가장 큰 매력은 세액공제 혜택인데 납입액에 대해 연간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여기에는 연금저축과의 통합 한도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에 이미 600만 원을 납입했다면 IRP를 통해 추가로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과의 차이점은 투자 상품의 다양성과 중도 인출 조건에 있는데 연금저축이 주로 펀드와 ETF 위주로 투자한다면 IRP는 원리금 보장 상품, 채권 등 더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또한 연금저축이 비교적 중도 인출이 자유롭다면 IRP는 법에서 정한 특정 사유가 있어야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IRP는 개인연금과 퇴직금을 구분해 ‘저축 IRP’와 ‘퇴직 IRP’로 나눠서 관리해야 한다. 저축 IRP는 내가 직접 돈을 납입하는 계좌로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퇴직 IRP는 회사에서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이 들어오는 계좌다. 편의를 위해 하나의 IRP에 개인연금과 퇴직금을 한꺼번에 적립하는 사람이 많은데, <표4>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자금 출처와 목적 그리고 세금 처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이처럼 연금계좌로 분류되는 4개의 통장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장단점을 알아두고 본인의 상황에 맞게 조합해서 활용해야 한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인터넷에서 본 대로 실행하는 것도 노후를 적극적으로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30년 이상을 굴려야 하는 연금계좌라면 하루빨리 나에게 최적화한 맞춤형으로 만드는 것이 노후 대비를 위한 좋은 수단임을 기억하자.

● 1986년 경남 마산 출생
●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 뱅커(PB)
● 골든트리투자자문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A) 총괄이사
● 유튜브 채널 ‘박곰희TV’(구독자수 86만 명) 운영
● 저서: ‘박곰희 투자법’ ‘박곰희의 연금부자수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