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그것이 종교라고 할 때, 어디까지나 한정된 사람들(신봉자-무슬림)의 가치관으로 그 ‘보편성’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것만으로 인류문명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이슬람이 기여했다고 말하기에는 미흡함 내지는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기실, 인류문명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기여도 면에서 따져보면, 종교로서의 이슬람보다 문화로서의 이슬람이 월등하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슬람문화야말로 중세 700~800년 동안 지구의 서반구에서 문명사의 주역을 담당했고, 서구의 르네상스 도래에 촉매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구인 모두가 크건 작건 간에 그 문화의 혜택과 결실을 모두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교합일이란 이슬람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이슬람에서 종교와 문화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가치의 보편성에 대한 재량(裁量)에서는 결코 같을 수가 없다.
비록 사막이란 문화의 불모지에서 출현했지만, 이슬람은 당초부터 문화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돌렸다. 경전 ‘꾸르안’을 보면 알라의 첫 계시절(96:1)이 바로 “읽으라, 창조주이신 그대의 이름으로”인데, 이것은 무지로부터의 탈피를 절체절명의 첫째 과제로 명한 절이라고 경전 주석가들은 해석한다.
‘꾸르안’은 바로 이 절에서의 명령형 동사 ‘읽으라’의 어근인 ‘읽기’ ‘읽음’이란 뜻이다. 교조 무함마드는 문도들에게 읽고 쓰기를 배우며 지식인을 존경하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슬람교의 전파를 위해 외국어까지 배우라고 권고했다. 만약 전쟁 포로가 10명의 무슬림 아동에게 읽고 쓰기를 깨우쳐주기만 하면 곧 석방했다고 하니, 배움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슬람의 사원(마스지드)은 종교활동의 거점일 뿐만 아니라, 문화 전수와 교육의 장이다. 대체로 사원에는 도서관이나 학교(마드라사)가 부설되어 무슬림이라면 누구나 수시로 찾아가 책을 읽고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메디나의 사파흐 사원은 ‘지식과 지혜’를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였으며, 830년 압바스조 칼리파 마어문 치세시 바그다드에 설립된 ‘지혜의 집(바이툴 히크마)’은 첫 고등교육기관이었다.
이 ‘집’은 이슬람문화의 전수와 연구에서 뿐만 아니라, 특히 그리스-로마나 페르시아 등 주변 선진 문명국에서 저술된 서적들을 대거 아랍어로 번역하여 이슬람문화의 형성과 발달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이어 859년 모로코 페스에 또 하나의 이슬람 교육 중심인 깔라윈 사원이 세워져 서방 이슬람 세계의 문화 창달에 일익을 담당했다.
10세기 중엽에 설립된 안달루스(이슬람 스페인)의 코르도바대학은 유럽 학생들의 유학의 요람이어서 이슬람교와 이슬람문화의 서구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이슬람문화의 전파와 연구를 선도하는 학문의 최고전당으로 카이로의 아즈하르대학과 이라크의 니좌미야대학을 꼽는다.
983년에 개교한 아즈하르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서 전통 이슬람문화의 계승과 향상에서 명실상부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셀죽 왕조(1038~1194)의 칼리파 니좌 물크가 1065~67년 바그다드에 세운 니좌미야 대학은 이슬람의 정통파인 쑨니파 교리를 주로 전수하고 연구하는 전당으로서 이슬람문화를 전승하는 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