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루에서 내려다 본 후통지구. 푸른 수목들 사이로 검은 기와 지붕을 뒤집어 쓴 가옥들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다.
‘경제 대장정’의 길을 힘차게 달리고 있는 오늘의 중국에서 급격한 변화라는 의미로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상하이(上海)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황량한 논밭에 불과했던 양쯔강 하류 삼각주의 푸둥(浦東) 지구가 홍콩을 대신할 아시아 금융·무역의 중심지로 개발되면서 오늘날 상하이는 높이가 468m에 이르는 아시아 최고의 TV송신탑(동방명주탑)과 421m 높이의 88층짜리 진마오(金茂) 빌딩 등 초고층 빌딩 200여 개가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이루며 마치 우주 도시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측면만 보면 상하이는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시티 지구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상하이를 일러 ‘중국의 경제 수도’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베이징(北京)이 정치 수도에 지나지 않음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중국은 워싱턴을 정치 수도, 뉴욕을 경제 수도로 간주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있는 미국과 닮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서민들의 삶터

후통 골목의 회색 담장 사이로 나 있는 좁다란 대문. 나무 그늘을 벗삼아 두 노인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베이징은 1997년 들어 새로이 단장된 쯔진청(紫禁城) 동쪽의 왕푸징(王府井) 거리, 하루 유동인구 120만명을 겨냥해 초고층의 앤더슨 빌딩이 들어서면서 오피스 지구로 거듭난 베이징역 앞, 힐튼·켐핀스키·쿤룬 등 별 다섯 개짜리 최고급 호텔과 빌라, 쇼핑센터 등이 들어선 북동부의 옌샤(燕莎)지구,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북서부의 중관춘(中關村) 등을 거느리며 서구 도시 같은 면모를 갖췄다.
원·명·청 등 3개 왕조 시대에는 물론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에도 줄곧 수도 역할을 해온 베이징에는 궁궐인 쯔진청, 황실 원림인 이허위안(헊和園)과 위안밍위안(圓明園), 매년 정월이면 황제가 풍년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올리곤 했던 톈탄(天壇), 명왕조의 황제 13명이 잠들어 있는 명13릉 등이 포진해 있다.